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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가은, 이제부터 시작!

<미스트롯 2> 최종 T0P7에 빛나는 은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On April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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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오버핏 재킷 DINT.


'힘 있는 고음' '맏내딸' '렛잇고 여신'. 이 수식어들의 주인공은 단 한 명, 가수 은가은(35세)이다. TV조선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 2>에서 끝없이 올라가는 고음과 절절한 감정 표현으로 결승 무대까지 오른 그는 최고 점수 100점에 연이은 호평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은가은은 2013년에 데뷔한 9년 차 가수다. 과거 가수 김장훈과 듀엣으로 발라드곡을 냈고, 드라마 OST도 여러 차례 발표했다. 지난 2014년에는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 커버 영상으로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속되지 못한 관심에 '무명'이라는 수식어를 지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미스트롯 2>으로 마침내 진가를 인정받았다.

"그동안 가장 슬펐던 게 설 무대가 없다는 것, 아무도 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미스트롯 2>로 노래할 기회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분께 저를 알릴 수 있게 됐어요. 오늘처럼 인터뷰 일정까지 생겼고요. 감사한 일이에요.(웃음)"

평소 집순이인 은가은은 방송 이후 높아진 자신의 인지도를 알지 못했다고. 타 장르부 '월매나 좋은 가은' 팀 미션에서 팀 전원이 탈락했을 때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시청자 반응이 잇따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도 말이다.

"창원에서 시구를 하고 김해 고향 집에 가고 있었는데, 길에서 마주친 차가 갑자기 멈춰 제 앞에 섰어요. 차에 타고 있는 분이 저를 부르면서 팬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나를 알아봤지?'라는 생각에 신기했어요.(웃음) 그리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TOP7에 오른 걸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분도 있었어요. 주로 집에만 있어서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걸 몰랐네요."
 

버티면 기회가 온다

은가은은 <미스트롯 2> 출연진 사이에서 '찐 언니'로 통한다. 어린 참가자인 김태연을 비롯해 함께 출연했던 참가자들을 살뜰히 챙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고마움을 느끼는 참가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은가은의 이름을 말한 이들도 여럿이다.

"저를요? 그럴 리가요!(웃음) 언니로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제가 고맙네요. 매 라운드 경쟁을 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인데, 그때 다른 친구들의 마음이 걱정되더라고요. 무대 경험이 있는 저도 힘들 때가 많은데 어린 친구들은 오죽할까 싶었어요. 무엇보다 동생들이 먼저 애교도 부리고 친근하게 다가와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거 같아요."

반대로 은가은에게 힘이 돼준 참가자는 누굴까? 한 명만 꼽아달라는 질문에 한참 뜸을 들이던 그는 별사랑을 지목했다. 은가은은 별사랑과 메들리 팀 미션 '뽕가네' 인연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미스트롯 2> 경연 당시 팀 미션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팀원들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는 일종의 압박을 느꼈거든요. 그런데 '뽕가네'로 만난 (별)사랑, (허)찬미, (강)혜연 등 팀원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그렇지 않았어요. 즐기는 기분으로 무대를 준비했거든요. 방송을 유심히 본 분은 알겠지만 '뽕가네' 이후로 제 표정이 많이 밝아졌어요. 이렇게 '뽕가네' 친구들이 돈독해지기까지는 사랑이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해요. 사랑이는 자신만 긍정적인 게 아니라 타인에게 좋은 기운을 나눠주는 친구예요. 아무리 우울한 사람이라도 사랑이와 10분만 같이 있으면 웃음이 나올 거예요."

최종 TOP7의 영예를 안은 은가은. 그는 결승 무대에서 어머니를 떠올리며 김수희의 '애모'를 불렀다. 앞서 보여줬던 무대와 달리 떨리는 음성으로 노래를 이어가다 결국 눈물을 쏟았다. 그가 눈물을 흘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홀로 삼 남매를 키웠던 어머니를 향한 존경, 어느덧 고단한 시기를 보내던 어머니의 나이와 같은 나이가 된 은가은의 공감이 담긴 것.

"어렸을 때 가족끼리 노래방에 가면 엄마는 항상 '애모'를 부르셨어요. 왜 그 노래만 부르냐고 물었는데 비밀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결승 무대에 오르기 전 '내 인생 곡이 뭐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 시절, 엄마가 불렀던 그 노래가 딱 떠올랐어요. 그때의 엄마 나이가 돼서 들으니 너무 쓸쓸한 곡이더라고요. 무대에 올라 한 소절 한 소절 엄마를 향한 제 마음을 담아보려고 했어요. 결승 무대를 보고 엄마가 감동받았을까 싶었는데 워낙 무뚝뚝하신 분이라 '잘했다' 한마디 하시더라고요."(웃음)

<미스터트롯> TOP6가 꾸려가는 예능 <사랑의 콜센터>에서 김희재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도 주목받았던 은가은. 김희재와는 방송 출연 이전부터 특별한 인연이 있단다.

"희재 씨가 군대에 있을 때 제가 위문 공연하러 갔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희재 씨가 저를 알고 있었다고 말하더라고요.(웃음) 이렇게 인연이 이어져 같이 무대를 꾸린다는 게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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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슬립 원피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렸을 때 가족끼리 노래방에 가면 엄마는 항상 '애모'를 부르셨어요. 왜 그 노래만 부르냐고 물었는데 비밀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결승 무대에 오르기 전 '내 인생 곡이 뭐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 시절, 엄마가 불렀던 그 노래가 떠올랐어요. 그때의 엄마 나이가 돼서 들으니 너무 쓸쓸한 곡이더라고요.

말보다 노래가 편해요

은가은은 지난 2007년 MBC <쇼바이벌> 우승자로 가요계에 입문해 2013년 데뷔했다. 중학교 시절 성악을 배우면서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고 '평생 노래만 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은가은은 당시 <쇼바이벌> 심사위원이었던 고 신해철의 눈에 들어 서울로 상경했고, 이후 7~8년간 연습생 시절을 지냈다. 그에게 신해철은 언제까지나 '아버지 같은 존재'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서울에서 음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준 것은 물론, 끼니까지 챙겨줬다.

"'너는 록을 해야 해'라고 말씀하셨던 신해철 PD님의 말이 잊히지 않아요. 모든 면에서 서툰 저에게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정의, 의미와 감정을 담아내는 방법 등 많은 부분을 알려주셨어요. 항상 맛있는 음식을 사주셨던 것도 생각나요. 제가 고시원에서 살면서 잘 챙겨 먹지 못했던 사정을 알고 계셨던 거예요. 서울에서 맛있다고 하는 음식점은 거의 다 가봤어요. 당시에 제가 간장게장을 좋아했는데, 잘 먹는 모습을 보시곤 일주일에 한 번씩 사주셨어요.(웃음)"

은가은이 기억하는 신해철은 순수한 사람이다. 한없이 따뜻하기도 하다. 방송이나 무대에서 뿜어냈던 진지하고 묵직한 에너지와 달리 평소에는 장난기가 다분했다. 신해철을 떠올리는 은가은의 표정에서 웃음이 묻어났다.

"로커는 멋있는 게 중요하다면서 무대 영상들을 자주 보여주셨어요.(웃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순수하신 분이구나 싶었죠. 그리고 아버지 없이 어머니 혼자 저를 키우셨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그래? 그럼 내가 지금부터 아빠가 돼줄게'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정말 아버지처럼 챙겨주셨어요. 연습실에 있는 서랍 두 번째 칸에 책 한 권이 있었는데 종종 그 밑에 용돈을 넣어주셨고, 굶고 다니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셨어요. 물질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성악, 힙합, 헤비메탈, 댄스, 발라드에 이어 트로트까지 많은 장르를 도전해온 은가은. 그만큼 무대가 간절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연습생 기간, 길었던 무명기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다. 힘들었지만, 할 줄 아는 게 음악밖에 없다는 생각 하나로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그다.

"음악 아니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답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노래없이 사는 삶에 대한 자신도 없고요. 정말 힘든 시기에는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당장 쌀이 떨어져 먹을 게 없을 때는 돈을 벌었고,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바로 음악을 했어요. 아르바이트는 주유소, 에어컨 공장, 분식집, 미용실 등 가리지 않았어요. 인력사무소에서 줄을 서본 적도 있어요.(웃음)"

힘든 시기에 그의 마음을 잡아준 건 '자신'이었다. 버티면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제가 걷는 길이 다른 길보다 유독 험하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에요. 그래도 일단 버텨보자. 한 번만 더 해보자는 다짐을 되새겼어요."

은가은은 다양한 장르를 돌고 돌아 만난 트로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그가 꼽은 트로트 장르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이입이다. 절절한 음색, 이에 걸맞은 가사가 노래에 빠져들게 한다고.

"발라드를 부를 때는 가사를 외우는 데 애를 먹었던 적이 종종 있어요. 감정이입이 돼야 가사를 외우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트로트곡을 부를 때는 가사를 외우는 것 때문에 걱정했던 적이 없어요. 구슬픈 감정, 애타는 감정 등에 쉽게 이입되더라고요."

은가은이 생각하는 '무대'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는 "나를 항상 시험하는 곳. 어떤 날에는 무대에 오르는 게 자신있는데, 간혹 무대로 향하는 계단 하나하나를 오르는 게 버거울 때가 있어요. 자신감, 불안감, 설렘, 두려움 등 무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많아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저를 긴장시키는 공간이니까요."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한 모습에 대해 물었다. 돌아온 답변에서 은가은의 절실함이 느껴졌다.

"다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간절해서 <미스트롯 2> 매 라운드마다 최선을 다했어요. 항상 모든 걸 쏟아내고 내려오자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갔던 거 같아요. 노래 외에 보여주고 싶은 게 있냐고 물으신다면 기타 연주요. 요즘 다시 기타를 다루기 시작해 손톱 정리도 했어요. 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은가은의 최애곡은 다름 아닌 밴드 '자우림'의 노래. 힘들었던 시기를 버티는 데 위로가 되어준 노래이자 자우림만의 색깔이 음악 공부에 도움이 됐다고.

"예전에 테이프로 구입해 듣기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테이프가 전부 늘어질 때까지 들었어요. '야상곡' '샤이닝'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를 가장 좋아해요."

그에게 있어 노래는 '이야기'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감정을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말로 이야기나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편인데 노래로는 돼요. 저에게 있어 노래는 하나의 표현 방법이자 제 마음을 전달하는 창구예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작사·작곡한 노래를 세상에 내놓고 싶어요."

끝으로 은가은은 지금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초심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매순간 다짐하고 있다고.

"제가 걷고 싶은 길에 이제 막 한 발자국을 얹었다고 생각해요. 오늘을 맞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조금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지키기 위해선 스스로 초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할 거 같고요. 내가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잊지 않고 감사함을 늘 되새기면서 지낼 거예요."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지다영
스타일링
최희선
헤어&메이크업
재현, 슬기(이유)
2021년 05월호
2021년 05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지다영
스타일링
최희선
헤어&메이크업
재현, 슬기(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