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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모임' 나가시죠?

아이가 생기면 엄마에게도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 그런데 이게 참으로 묘한 친구다.

On April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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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아이가 반에서 임원이라도 맡게 되면 엄마에게도 부담이 온다. 반 대표나 학년 대표를 맡을 엄마를 선출하는데 서로 미루다가 결국 누군가 떠밀리듯 맡게 된다. 희한한 건, 질투 어린 시선이 늘 뒷담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저 엄마는 왜 설쳐?’라는 뒷얘기를 듣기 일쑤다.

미국에 거주할 때 경험한 미국 학부모회는 아이의 임원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에 봉사하려는 엄마들이 회비를 자발적으로 내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학교에 자유롭게 의견도 내고, 바자회 등을 열어 아이들에게 유익을 주기도 했으며 지역사회에 기부도 했다. 학교와 학부모가 지역을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교에서 만난 엄마 모임은 대개 아이의 학습이나 교육에 대한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이어져가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 보니 모임의 주인공은 늘 정해져 있다. 첫아이를 특목고나 명문대에 입학시킨 엄마들이 주류가 된다. 그 경험을 듣고 싶어 하는 엄마가 많기 때문이다.

엄마 모임은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초등 때까지는 왕성하다가 중학생이 되면 서서히 줄어들고, 고등학생이 되면 거의 사라진다. 아이들의 공통분모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모두 각기 원하는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교육 정보든 나눌 얘깃거리가 많지만, 중고생이 되면 개별적인 학습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가야 할 길이 달라지니 함께 모여 나눌 얘기가 줄어든다. ‘엄마표 친구’들은 그때부터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으로 돌입한다.

그렇다면 아이로 인해 모이기 시작한 엄마 모임은 아이의 학습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한 친구는 딸아이가 목표한 대학에 실패한 뒤 내게 이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몰려다니는 엄마들을 보면서 늘 비난했었어. 쓸데없이 수다 떨고 밥이나 먹으러 다닌다고 말이야. 한데 지나고 보니 그 엄마들이 바보가 아니라 내가 헛똑똑이였던 거야. 진짜 대단한 엄마는 그 모임에서 득과 실을 가려 챙길 건 다 챙겨 간다는 거야.”

공부는 아이가 하는 것이니 학습 결과는 아이의 몫이다. 결코 엄마가 해줄 수 없다. 그러나 엄마 모임에서 얻는 정보로 ‘엄마표 그림자 조력’은 확실히 가능하다. 일단 아는 것이 있어야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할 게 아닌가.

엄마 모임에서 얻는 정보는 인터넷이나 책에서 글로 찾은 정보가 아니라 실전에서 얻은 살아 있는 정보다. 그런 경험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먼저 아이를 키운 엄마들의 자녀 학습 정보는 실제로도 매우 유용하다. 문제는 정보의 옥석을 가려 내 아이에게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다. 어설프게 듣고 온 이야기로 괜히 아이의 상처만 키운다거나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견주면서 하소연만 퍼부으면 박탈감만 키우는 ‘쓸모없는 모임’이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의 뒷담화를 늘어놓는 모임이거나 다른 아이의 공로를 깎아내린다거나 내 자식 자랑만 줄줄이 늘어놓는다거나 쓸모없는 감정풀이만 되풀이하는 모임이라면 과감히 절교하자. 내실 있는 엄마 모임은 세 번만 나가보면 답이 보인다.

무엇보다 좋은 정보를 만나기 위해서는 일단 내 스스로가 ‘만나고 싶은 엄마’가 돼야 한다. ‘얻을 생각’만 하지 말고 ‘내놓을 생각’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놓을 것이 없다면 커피라도 종종 쏘는 것이다. 얻어가기만 하려는 얄미운 엄마에게는 상대방도 절대 마음을 열지 않는다. 소중한 노하우의 가치에 시간과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글쓴이 유정임

MBC FM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출신으로 현재 부산·경남 뉴스1 대표로 근무 중. 두 아들을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진학시킨 워킹맘으로 <상위 1프로 워킹맘>의 저자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04월호
2021년 04월호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