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로 나선 선수가 만루 홈런 대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양지은의 이야기다. 마미부에서 홀로 예선전을 통과했던 양지은은 ‘아버지에게 신장을 이식한 효녀’ 이미지와 출중한 실력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거나 소리를 내자마자 “앗! 우승 후보다!” 하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으나 그는 무대마다 성실히 임했고 늘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그가 본선전 팀 미션에서 탈락한 뒤 기대했던 추가 합격자 명단에도 빠졌을 때는 시청자 입장에서 탈락시키기 아까운 출연자였으나 논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와 더불어 실력자들(전유진 포함)이 대거 탈락했기 때문이다. 심사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진 것도 이때부터다.
반전 드라마는 그 이후부터 시작됐다. 탈락 이후 짐을 싸서 가족들이 있는 제주도로 내려가 있었던 그에게 뜻밖의 소식이 들린다. 준결승전 추가 합격이 됐다는 것이다. 준결승 진출자인 진달래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하차해 결원이 생긴, <미스트롯 2>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마스터들의 회의를 거쳐 진달래의 대타로 양지은이 결정됐다. 제작진의 긴급 호출을 받고 돌아온 그는 20시간 안에 낯선 두 곡으로 무대를 준비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기대 없이 참가한 준결승전 1라운드에서 그는 3위를 기록하더니 2라운드를 거쳐 최종 5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한번 탄 상승세는 꺾일 줄 몰랐다. 결승전 1라운드 1위에 이어 2라운드 2위를 차지했으나 실시간 문자 투표로 역전해 최종 우승인 진까지 거머쥐었다. 이로써 그는 우승 상금 1억 5,000만원과 부상, 조영수 작곡가의 신곡을 받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국악인으로 무형문화재가 되기까지
양지은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9-5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다. 그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국악을 배웠다. 당시 제주시 주최로 인간문화재 초청 강연에서 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 예능 보유자인 김순자 선생을 만났고, 그의 문하생이 되면서 일주일에 3일을 목포를 오가며 소리를 배웠다고 알려졌다. 이후 전남대 국악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9-5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시험에 통과해 무형문화재 이수자가 됐다. 유일한 제주 출신 ‘흥보가’ 이수자다. 현재 한국판소리보전협회 서귀포지부장을 맡고 있다. 이후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학 석사를 받기도 했다. 목포 유달국악대전 판소리 일반부 대상, 2016 일본 나라카스가노음악제 한국인 대표로 참가 등 꾸준히 소리꾼으로 활동해왔다. 지난해 MBC <오! 나의 파트,너>에 제주 1호로 출연해 조수미의 ‘챔피언’을 부른 바 있다.
아버지에게 신장이식, 그 이후의 삶
양지은은 방송 초기, 당뇨 합병증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아버지에게 20대 초반에 신장을 기증한 후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슬럼프에 빠졌다고 고백한 바 있다. 여기에 출산과 육아 등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겹쳐 자연스럽게 주부의 삶을 걸었다.
그는 치과의사인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를 둔 엄마다. 그러다 둘째 출산 이후 몸조리하면서 <미스트롯>을 보다가 출연을 결심했다. 남편 역시 그의 꿈을 지지하며 지원 양식을 뽑아다주기도 했다고.
그는 “꿈을 다시 갖기에는 늦은 나이가 아닌가 생각했다”라며 “둘째 출산 후 몸조리할 당시 시청한 시즌 1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연을 가진 기혼 여성 출연자들을 보고 설렘을 느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수상 직전, 우승 상금 계획에 대한 질문에 “아버지가 발이 불편한데, 계단이 있는 5층 집에 사신다. 1등 상금을 받으면 1층 집으로 이사를 시켜드리고 싶다”고 했다. 진 발표 이후 수상 소감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 너무 사랑한다. 제가 신장이식 수술하고 나서 후회한 적도 있었지만, 가족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 양보윤 씨는 북제주군의회 의장 출신이다.
김성주와 한 소속사? 피해갈 수 없는 의혹들
호사다마라 했던가, 양지은이 논란에 휩싸였다. 한 유튜버가 양지은과 김성주의 소속사인 장군엔터테인먼트의 사전 계약 의혹을 제기한 것. 해당 유튜버는 “양지은은 지난해 4월 방송된 MBC <오! 나의 파트,너> 출연 이후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면서 “소속사에서 양지은의 추가 합격 당시 비행기 티켓과 호텔, 여자 매니저 등을 붙여줘 케어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해당 소속사가 <미스트롯 2> MC 김성주의 소속사다”라고 지적한 뒤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대중의 선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며 의문을 표했다. 공정성에 의문이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장군엔터테인먼트 측은 “양지은은 장군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돼 있지 않음을 알려드리오니 더 이상의 억측이나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성공 포인트
실력 ★★★★★ 소리꾼으로 다져온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 현란한 기교가 없어도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목소리로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인성 ★★★★★ 효녀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진중하게 느껴지는 말투와 그간 보여줬던 모습은 신뢰를 준다.
확장성 ★★★★☆ 성악에 트로트를 접목한 김호중처럼 트로트와 국악을 접목한 크로스오버 영역에서 독보적일 수 있는 위치.
위크 포인트
예능감 ★★★☆☆ 차분한 이미지로 쉽게 그려지지는 않으나 앞으로의 기대주.
퍼포먼스 ★★★☆☆ 트로트 가수 특유의 주체할 수 없는 흥과 끼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집 ★★☆☆☆ 톱7 중 유일한 기혼자. ‘제주댁’이라는 거리의 한계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양지은의 팬이라면 유튜브에서 꼭 찾아 듣자!
1 아버지와 딸(원곡 유지나와 송해)
2 그 강을 건너지 마오(작곡 알고보니 혼수상태)
3 사모곡(원곡 태진아)
4 빙빙빙(원곡 김용임)
5 붓(원곡 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