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책방
마거릿 애트우드 편, 작가와 현실 사이
작가는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DNA 운운하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것이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환경은 이후 작가의 삶을 사는 데 두터운 토대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학과 먼 삶을 살던 이가 굉장한 작품을 써내기도 한다. 부커상을 두 번이나 받고 노벨문학상 후보자로도 자주 거론되는 소설가이자 시인, 에세이스트인 마거릿 애트우드도 그렇다.
그는 최근에 낸 책 <글쓰기에 대하여>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이 책의 부제는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섯 번의 강의’이다. 그가 태어난 1939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지 두 달 반이 지났을 때다. 당시 사람들이 글쓰기, 예술, 작가에 대해 생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버지는 산림곤충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학자였지만 책이 가득 찬 서재를 가지고 있는 중후한 지식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벌목장에서 일을 하고, 여름에는 텐트 생활을 하고, 직접 요리를 해서 끼니를 때우고, 쥐꼬리만 한 돈을 받으며 토끼우리를 치우고, 그러면서 동시에 세 여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집에 돈을 보내는 노동의 삶이었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독서광이었지만 그것은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도 극장도 없고 라디오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캐나다 퀘벡 북부의 숲속. 그들 가족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작은 곤충연구소에서 1년의 반을 보냈다. 봄이면 퀘벡의 숲속에서 살고, 가을이 되면 도시로 돌아와 매번 다른 아파트에서 겨울을 났다.
그 숲은 도끼와 총과 삽과 칼을 능숙하게 써야 하는 곳이었다. 생후 6개월이 됐을 때부터 여행용 배낭에 담겨 숲으로 실려 갔던 애트우드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 오빠와 함께 이야기를 지어내며 다른 세계를 상상했다. 그는 이때 작가로서 능력이 이때 키워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능력,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실제라 여기는 것들도 상상하는 태도,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모든 삶이 상상 속의 삶, 창조된 삶이라는 태도.”
그러나 그의 작품은 엄격한 현실성을 기반으로 한다. 가상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쓰지만, 그는 “역사상 인간이 이미 어딘가에서 하지 않은 일은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인간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저지르는 종족이라는 것을. 그는 자신의 소설이 SF, 즉 과학소설이 아니라 사변소설이라고 말한다. “과학소설에는 괴물과 우주선이 나오는 반면 사변소설은 실제 일어날 법한 일을 다룬다”는 것이 그의 기준이다.
그를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정의하기는 어렵다. 인권, 환경, 여성 등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의 작품은 독자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운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시녀 이야기>는 아서 C. 클라크상을 수상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사람들은 빨간 옷에 하얀 보닛을 단체로 입고 낙태죄 폐지 시위에 나와 <시녀 이야기>를 여성인권운동의 상징적 기호로 사용했다. 그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
반복의 존재
자신이 겪어온 세상에 대한 사랑과 혐오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낸 소설집. 시대의 연애상, 어른이 된 소녀들의 우정, 가족 이야기 등 모두가 한 번쯤 만나봤을 법한 감정을 담았다. 이상은, 알비, 1만2천5백원
-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베스트셀러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에 이은 김경훈 로이터통신 사진기자의 두 번째 책. 사진에 담긴 의미와 사진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흥미진진한 내용이 전개된다. 김경훈, 시공아트, 1만8천원
-
서울예고 졸업 그 후
서울예술고등학교 음악과 졸업생이자 음악가가 된 10명이 전하는 이야기. 졸업 후 미국 오케스트라 단원, 독일 오페라극장 단원 등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담겼다. 백선기 등 다수, 키출판사, 1만6천원
-
월 10만 원 그림 투자 재테크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은 미술품 투자에 대한 지침서. 아트딜러가 그림 투자를 하고 중개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 재테크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한혜미, 쌤앤파커스,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