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어리고 맑은 모습으로 대중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배우 김지우. 그는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성장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엄마를 바라보고 자라는 딸을 통해 어른의 무게를 실감했고, 책임질 줄 아는 어른이 되기 위해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김지우는 나이가 하나둘 늘어가는 게 무섭지 않다. 진정한 어른이 된 듯한, 또다시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드는 나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달리기에 충분하다.
행복을 찾아서
루아와 함께한 화보 촬영 어땠나요? 루아나리(이하 루아)가 낯을 가리는 편이라 긴장을 많이 했어요. 친해지면 활달한 아이인데 가까워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이거든요. 심지어 촬영 전날 치과 치료를 다녀와서 컨디션이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 괜한 걱정이었네요.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루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날로 기억될 거 같아요.
루아에게 오늘 촬영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어요? 엄마랑 같이 촬영 현장에 간다고 말했는데 믿지 못하는 눈치더라고요.(웃음) “루아가? 엄마랑?” “진짜 루아도 엄마랑 같이 사진을 찍어?”라는 말을 반복했어요.
요즘 뮤지컬 <젠틀맨스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맞아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연이 중단돼 속상했는데, 요즘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하고 있어요. 온라인으로라도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뻐요. 사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무대에 선 배우와 객석에 있는 관객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해서 온라인 생중계로 생생함을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실시간 댓글로 소통할 수 있어 재밌게 진행하고 있어요. 반응도 좋고요.
최근에는 트로트에도 도전했어요. 이것저것 너무 많이 하죠?(웃음) 새로운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도전을 거듭하는 거 같아요. 옆에서 제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쉬라고 할 정도예요. 그런데 저는 가만히 있으면 답답해서 몸이 좀 힘들어도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일적인 부분 외에도 새로운 취미나 스포츠를 배우는 걸 좋아하고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외출도 쉽게 하지 못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불가능하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배우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시작해보려고 해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힘들진 않나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아이를 키운다는 게 정답이 없는 어려운 길이라는 걸 몰랐어요. 낳아서 예뻐하며 키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아이를 돌보고 바른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육아더라고요. 저도 아직까지 어려운 부분은 친정어머니한테 의존하는데 그런 제가 아이를 키운다는 게 가끔은 믿기지 않아요.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본보기가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스스로도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라는 걸 종종 느껴요.
자신이 성숙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나요? 네. 올해 39살이고 곧 마흔이 되는 나이인데 39살도 처음이고 육아도 처음이라서 서툰 부분이 많아요. 배우 윤여정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나도 이 나이가 처음이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어느 정도 나이 들면 실수가 적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아이에게 미안할 때가 많아요. 완벽하게 육아를 해내고 싶은 마음과 달리 실수가 많은 엄마예요.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집에서 운동을 해요. 운동할 때만큼은 다른 걱정을 하지 않게 되거든요. 요즘은 헬스장에 갈 수 없어서 트레이너 선생님이 설계해준 홈트레이닝 루트를 토대로 시간 날 때마다 운동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어요.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을 꼽으면요? 가족과 저 자신이오. 워낙 어린 시절부터 방송 활동을 하면서 타인을 의식하는 게 몸에 배었거든요. 과거의 저는 스스로를 못살게 굴었어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눈치도 많이 보고 제 의사보다 타인의 의사가 항상 먼저였던 거 같아요.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엄마, 자존감이 높은 엄마로 살아야 아이가 저를 보면서 배울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자식은 엄마의 거울이라고 하잖아요. 저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타인의 행동, 타인의 컨디션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제가 행복할 수 있는 길,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결혼 이후 심적으로 많이 달라진 건가요? 그렇죠. 결혼도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일하면서 만난 선배들한테 배운 것도 많아요. 뮤지컬 배우 최정원 선배님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힘들어하는 저를 보고 “지우야,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저를 위한 시간을 하루에 30분이라도 가져야 한다고 하셨죠. “네가 스스로를 위할 줄 알아야 아이도 잘 살 거야”라고 하시는데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어요. 작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고민했던 때는 뮤지컬 배우 카이 오빠가 “네가 생각했을 때 가슴이 뛰는 작품을 골라야 해. 그래야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배역 자체보다 제가 선택한 배역을 연기할 때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먼저라는 걸 깨달았어요. 살면서 놓치거나 못 보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은데 주변 사람들과 가족이 정확하게 조언해줘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최근 몸매 관리로 화제가 됐어요. 많은 분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 코로나19 때문이에요. 아이가 유치원을 못 가는 상황이 생기고, 일도 잠깐 쉬게 돼서 온전히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4개월을 보냈는데 입던 옷이 안 맞는 거예요.(웃음) 큰일이다 싶었죠. 출연할 작품이 정해진 상태라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무엇보다 4개월 동안 7~8kg이 급격하게 불어나 무릎과 발목, 고관절까지 아팠어요. 병원에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운동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다이어트가 아닌 재활을 목적으로 운동했는데 보디 프로필 열풍이 불면서 도전해볼까 싶더라고요. 마흔이 되기 전에 좋은 추억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운동도 열정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운동을 하면 할수록 몸이 변하는 게 신기했어요. 인터넷에서 봤던 워너비 몸매와 제 몸매가 비슷해지는 과정을 보면서 재미를 붙인 거예요. 물론 큰 노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가장 쉬운 게 운동이 아닐까 싶어요.
완벽한 몸매로 보디 프로필을 찍고 확인했을 때 소감은요? 무서울 게 없다?(웃음) 해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아이를 낳고 나서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이후 두 번째로 같은 기분을 느낀 게 보디 프로필이에요. 그래서 보디 프로필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봐요. 모델 한혜진 씨가 “몸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노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몸매라는 걸 실감했어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드라마나 영화 오디션 등에 수없이 탈락해서 좌절했던 날이 많았거든요.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도전하는 것 자체가 망설여지기도 했죠.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며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있었는데 몸매 관리를 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 거 같아요. 외모 콤플렉스도 있었는데 이젠 많이 극복했어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거나 위축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몸매 관리는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SNS로 일상을 공유하고 있어요. 자식 자랑을 하고 싶은 평범한 부모의 마음으로 SNS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루아와 함께 보내는 소중한 일상을 기록하는 재미도 있죠.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큼 특별한 일상을 지내는 건 아니지만 모두에게 하루하루가 소중하잖아요. 제가 꾸준히 올린 사진들을 다시 열어보면서 지난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니까 앨범의 기능도 한다고 생각해요. 큰 목적을 갖고 SNS를 하고 있는 건 아닌데 많은 분이 루아를 예뻐하고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댓글, 문의 등에도 적극적으로 답변하는데 소통에 즐거움을 느끼나요? 네, 저에게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반응해주시는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예전에는 일면식이 없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는 SNS로 대화하면서 다양한 분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아요. 양날의 검이기는 하지만 SNS로 대중과 만날 수 있다는 건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동안 제가 맡았던 캐릭터 대부분이 강하고 사나워서 굳어진 이미지가 있는데, 알고 보면 깍쟁이거나 어려운 사람이 아니거든요. SNS 덕분에 그런 이미지를 깰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일부 악성 댓글로 상처를 받기도 했어요. 맞아요. 모든 사람이 저를 좋아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악플은 언제 겪어도 아파요. 한때는 SNS를 그만둬야 하나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쌓아온 추억, 좋은 말을 나누며 친해진 사람들이 생각나서 선뜻 지울 수가 없었어요. 무엇보다 소수의 악플러 때문에 SNS를 삭제하는 게 분하기도 했죠.
악플러를 대응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경고해요. 이전에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들을 주기적으로 하면서 저를 괴롭혔던 악플러가 있었어요.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험한 말을 듣다 보니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대놓고 경고하는 방법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SNS에 글을 남겼어요. 이후에도 도를 넘어선 비난을 하는 분들에게는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요. 제 SNS에 유쾌하지 않은 말을 남기는 분들에게는 설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요. 사실이 아닌 말을 하는 분들에게도 오해라고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소통하는 거예요.
노력형 엄마
육아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뭔가요? 아이의 실수를 종종 이해하지 못할 때요. 결국 육아 자체가 힘들기보다는 아이와 트러블이 생겼을 때 제가 한 훈육 방식에 후회가 남을 때가 가장 힘들어요. 나이만 어릴 뿐이지 내 자식도 감정, 생각, 원하는 바가 뚜렷한 하나의 인격체잖아요. 어른에 비해 표현력이 풍부하지 않아 1차원적인 대답을 하는 건데, 아이가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다그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런데 다그치고 난 뒤에 항상 후회해요. 그래서 요즘은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나와 다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남편에게도 “루아랑 얘기할 때는 여자친구한테 말하는 것처럼 접근해달라”고 말해요.
남편인 셰프 레이먼 킴이 육아에 큰 도움을 준다고 들었어요. 네, 남편만큼 육아에 도움을 많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요. 주변을 둘러봐도 제 남편처럼 육아를 함께하는 분이 없더라고요. 일차적으로 음식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아이의 식사를 챙기는 부분에서 저보다 훨씬 섬세해요. 또 제가 공연 스케줄로 바쁠 때는 굳이 먼저 말 하지 않아도 미리 식사를 챙기거나 집안일을 해놓아요. 아마 자연주의 출산의 영향이 큰 거 같아요. 51시간 진통을 겪을 때 남편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도왔거든요. 제가 출산을 하기까지 힘들어하는 걸 곁에서 고스란히 지켜보고 함께 겪었기 때문에 같이 출산했다는 느낌이 있을 거예요. 출산 당시 제 옆을 지키느라 밥 한 번 못 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했거든요. 남편에게도 출산의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요?
육아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무조건 인성. 착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걸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사를 잘하고,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요. 인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건 남편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루아에게 윗사람, 아랫사람, 친구들에게 인사를 잘하는 것부터 가르치고 있어요.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알려줄 거예요. 공부는 부차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공부를 잘하거나 한 분야에서 유능한 사람도 올바른 인성을 갖추지 않으면 성공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어요. 부모에 따라 교육 방식이 다르겠지만, 저는 도덕적인 부분을 늘 중요하게 생각하고 루아에게도 예절을 지키지 않았을 때 특히 엄격하게 훈육하고 있어요.
자신만의 훈육 방법이 있나요? 사실 훈육이라는 게 제일 어려워요. 방법을 찾지 못해서 새로운 훈육 방법을 고안 중이기도 하고요. 좋게 얘기했다가 크게 혼내보기도 하고 어떤 방식이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훈육일지 고민해요. 저희 아이 같은 경우는 칭찬해줘야 더 잘하는 스타일인 거 같아요. 잘한다고 말해주면 좋아하고, 더 잘 보이려고 해요.
루아에게 어떤 엄마라고 생각하나요? 친구 같은 엄마?(웃음)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싸우다가도 금방 화해하고 다시 웃어요. 남편이 저희 둘을 보면서 모녀가 똑같다고 말하기도 해요. 실제로 루아랑 취향이나 성격 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루아의 관심사가 저에게도 흥미로울 때가 있고, 제가 좋아하는 거에 루아가 호기심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어요. 둘 다 고집이 세고 감정 표현에 있어 숨김이 없는 편이라 케미가 맞을 때는 모녀가 같이 흥분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해요.
김지우는 어떤 사람이에요? 글쎄요. 과거의 저를 떠올려보면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단단해진 거 같아요. 남에게 평가받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는데 이제는 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는 걸 어느 정도 인정했어요. 다음에 같은 질문을 들었을 땐,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행복을 좇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에 있거든요. 시간이 좀 지난 뒤에는 행복에 도달해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일단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기간으로 따지면 뮤지컬계에 입성한 지는 꽤 됐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서 입지를 단단히 하는 게 목표예요. 또 방송, 영화 분야에서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연기 연습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있기도 해요.
<우먼센스>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처럼 느껴지는데 벌써 2월이 왔어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매 순간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올해에는 하고 싶었던 일을 주저하지 않고 도전해보셨으면 합니다. 결혼해서 아내, 엄마로 살고 있지만 저는 아직까지 김지우라는 사람이고 한 여자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모두 개인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유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도 하루에 5분만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챙기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