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고 여자
영화 좀 찍는 언니
훌륭한 예술가의 탄생과 성장을 당대에 지켜보는 건 영화 팬에게 큰 기쁨이다. 불과 6년 전 데뷔작으로 공포영화 역사에 기념비 하나를 추가했고, 두 번째 장편으로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감독이라면 이 시대 영화 팬의 특별 관리 명단에 오를 만하다. 호주 배우 출신 감독 제니퍼 켄트가 그 주인공으로, 장편 연출 데뷔작이 그 유명한 <바바둑>(2014)이다.
<바바둑>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한 저예산 독립영화다. <엑소시스트>(1973)를 연출한 전설의 명장 윌리엄 프리드킨이 "이보다 무서운 영화를 본 적이 없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무서움의 포인트는 독특하다. 극 중 주인공이 혼자 어린 아들을 키우는데 그 아들이 동화책에서 본 괴물 '바바둑' 때문에 겁에 질린다. 엄마는 가뜩이나 별난 아이를 키우느라 돌아버릴 것 같던 차에 바바둑이 실제로 나온다면서 잠도 안 자고 수시로 떼를 쓰는 아이 때문에 신경이 더욱 쇠약해진다. 급기야 집에서 이상한 일들까지 벌어져 '저 녀석이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라는 조마조마함을 떨칠 수 없다.
영화의 메시지를 파악한 관객은 극이 고조될수록 걱정이 들 것이다. 대체 이 이야기를 어떻게 패륜적이지 않게, 여성주의적인 방식으로, 진부한 가족주의에 빠지지 않고 끝맺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 영화는 그것을 해낸다. 공포영화다운 위태로운 여운을 남기면서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들은 판타지 너머에 존재하는 모성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제니퍼 켄트 감독은 걸작 호러 <바바둑> 이후 4년 만에 두 번째 장편을 내놓았다. 최근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나이팅게일>이다. <나이팅게일>은 호주의 온갖 영화제를 휩쓸고 2018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배경은 유럽인들의 호주 대륙 '개척'이 한창이던 1800년대다. 유럽 이민자 중에서도 낮은 계급에 속하는 아일랜드 여성이 영국 군인들의 손에 남편과 아이를 잃고 복수하러 길을 헤매는 내용이다.
같은 성별, 인종, 국적 안에서도 끊임없이 지배-피지배 구도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지배 그룹에 속한다 해서 마음대로 힘을 사용할 게 아니라 약자들과 연대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백인 여성이 인종 문제에 대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답이다.
<나이팅게일>은 관객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잔인한 장면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학대당한 여자가 가해자 앞에서만 약해지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감독은 장르적 재미 대신 실제 학대 피해자의 심리에 가까운 묘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거기에 이 영화의 진가가 있다. 주인공은 추위와 싸우면서 밀림을 걷고 노숙을 하고 산을 오른다. 아이는 죽었는데 젖몸살은 계속되고 먹거리는 변변찮다.
관람보다 체험을 요구하는 영화이고, 그 체험을 통해 우리는 신대륙 개척이란 미명하에 살육과 강간이 횡행하던 야만의 시대를 돌아보게 된다. 백인들이 어떻게 대륙을 차지했는지, 여자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학대의 경험은 피해자에게 어떤 후유증을 남기는지,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때로부터 얼마나 나아졌는지, 영화는 묻는다.
글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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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동학과 졸업반인 보호 종료 청년 '아영(김향기 분)'이 싱글맘 '영채(류현경 분)'가 키우는 생후 6개월 아이의 베이비시터로 지내면서 벌어지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영화. 2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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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철>
한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두 여자 '희주(김시은 분)'와 '영남(염혜란 분)'의 관계를 다룬 영화. 영화 <증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염혜란이 주연을 맡았다. 2월 중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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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2021년 정체불명 노란 액체와 함께 인류가 사라지게 되면서 지하 벙커로 간신히 피신한 외계인 연구회 동호회 멤버들의 이야기.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조병규가 출연한다. 2월 중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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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국민 1인당 1,000원씩 일주일 안에 1억원을 모으지 않으면 유괴한 아이를 해치겠다는 유괴 사건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서사를 담은 영화. 배우 박하선이 주연을 맡았다. 2월 중 개봉 예정
TV
JTBC <시지프스 : the myth>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존재를 밝혀내려는 천재 공학자 '한태술(조승우 분)'과 그를 지키기 위해 위험한 길을 선택한 구원자 '강서해(박신혜 분)'의 여정을 그린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 JTBC 10주년 특별 드라마로 제작된 <시지프스 : the myth>는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주군의 태양> 등 흥행보증수표 진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연기파 배우 조승우 주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2월 중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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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펜트하우스2>
일그러진 욕망을 채우는 헤라팰리스 주민들의 이야기. 앞서 시즌 1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심수련(이지아 분)'의 등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격 서스펜스 복수극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펜트하우스>.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린 이야기가 돌아온다. 2월 19일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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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빈센조>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에 복수하는 이야기. 2021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빈센조>는 배우 송중기, 전여빈, 옥택연 등이 출연작으로 알려져 화제된 바 있으며 <왕이 된 남자> <돈꽃> 등으로 연출력을 입증한 김희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2월 중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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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루카 : 더 비기닝>
특별한 능력 때문에 쫓기게 된 '지오(김래원 분)'가 유일하게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강력반 형사 '구름(이다희 분)'과 함께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액션극. 김래원, 이다희, 김성오를 비롯해 김상호, 박혁권, 안내상, 진경 등 연기파 배우가 대거 합류해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2월 1일 첫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