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고 여자
배우가 개연성
<콜>의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안 된다. 과거 사람 ‘영숙(전종서 분)’과 현재 사람 ‘서연(박신혜 분)’이 전화로 연결되고, 서연이 준 정보를 바탕으로 영숙이 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은 작품의 세계관이라 수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세계관 안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일이 연이어 벌어진다.
시작을 살펴보자. 서연은 오랜만에 부모와 살던 집으로 돌아온다. 인테리어가 삭은 걸로 보아 집이 빈 지 여러 해가 지난 것 같다. 휴대폰을 잃어버린 서연은 구식 집전화를 찾아내 통화를 시도한다. 몇 년 동안 처박혀 있던 전화통을 벽에 연결하니 통화가 된다? 대체 어느 나라에서?
영화 <콜>의 제작진은 애초에 말 되는 얘기를 짜내는 데는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장편 경험도 없는 신인 감독이 이런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박신혜급이 출연을 결심했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말 안 되는 시나리오가 매력적인 영화로 승화됐다. 이는 물론 긴장감 넘치는 연출 덕인데, 그 긴장은 주로 영숙의 활약에서 나온다. 기술적인 요소들, 예컨대 사운드나 조명, 촬영, 편집이 장르에 부합한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영화에서 관객의 이목을 끌어 종착지까지 안내하는 건 결국 배우의 몫이다. 마술사가 빈손으로 관객의 시선을 모아놓고 다른 손으로 동전을 숨기듯, 이 영화는 한 캐릭터의 압도적인 매력으로 단점을 잊게 만든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전종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연기하는 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더 완성도 높은 연기, 더 무서운 연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영숙보다 기이할 수는 없을 테다. <콜>의 영숙은 현대 한국 영화에서 가장 세고 뒤틀린 여성 캐릭터다. <하녀>(2010),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 등이 살벌한 여자를 그린 바 있지만 그들은 대개 비련을 품은, 예쁘게 살아보려다 실패한 여자들이다.
반면 영숙은 사회의 룰에 부합할 의도도, 그것을 이해할 감성도 없다. 그는 기존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 한국 영화가 사랑해 마지않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카테고리에서 평가돼야 한다.
영숙은 때론 아이 같고, 때론 히스테릭하며, 때론 잔인하고, 대체로 즉흥적이다. 꾸중 듣는 어린애처럼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다음 순간 소화기로 상대의 머리통을 갈기고는 히죽댄다.
허다한 한국형 사이코패스 캐릭터들이 이런 다면성을 지향했지만 그들의 웃음은 대개 잔인함을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 스스로 의도한 연막이었다. 그러나 전종서의 영숙은 완전한 천진함과 완전한 무자비함을 겸비했다.
<콜>은 살인을 직접 보여주는 고문 포르노도 아닌데 그 낙차가 서늘함을 자아낸다. 계모 앞에서 미숙한 태도로 폭식할 때, 첫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감에 차서 거리를 활보할 때, 전종서의 탈관습적 몸짓 언어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 예외성 때문에 그가 나오는 다음 장면이 기다려진다.
영숙의 행동이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저 또라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스토리?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영숙이 무섭다. 영숙이 개연성이고, 전종서가 영숙이고, 그러니까 전종서가 개연성인 셈이다. 영화의 성패를 떠나 이 캐릭터와 연기는 한국 영화계에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다.
글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
<새해전야>
새해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한 뼘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설렘 가득한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영화 <결혼전야> 연출을 맡았던 홍지영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등이 출연한다. 12월 30일 개봉
-
<세 자매>
세 자매가 아버지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 그동안 말할 수 없던 기억을 토로하며 갈등을 겪는 이야기다. 배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월 개봉 예정
-
<차인표>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코믹 영화. 배우 차인표와 조달환이 주연을 맡았고, 김동규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 <차인표>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될 예정이다. 1월 개봉 예정
-
<빅풋 주니어2 : 패밀리가 떴다>
초능력 슈퍼 히어로 ‘빅풋’에게 도착한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 악당에게서 자연과 동물 친구들을 지켜내려는 ‘지구 지킴이’ 빅풋 패밀리의 이야기가 담겼다. 1월 6일 개봉 예정
TV
-
J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화장품 회사 마케팅팀에서 함께 일하는 선배 ‘윤송아(원진아 분)’와 후배 ‘채현승(로운 분)’의 로맨스를 그린 청춘 드라마. 그룹 ‘SF9’ 멤버 로운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청춘 로맨스물답게 ‘밀당’을 예고하는 티저를 공개해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이현욱과 tvN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얼굴을 알린 이주빈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월 18일 첫 방송
-
MBC <밥이 되어라>
궁중 요리 대가의 손맛을 타고난 ‘영신’과 주변 사람들의 갈등, 성장을 그린 드라마. <찬란한 내 인생>의 후속 작품으로 확정됐다. <밥이 되어라>는 백반집에서 지친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인간 비타민 ‘영신’과 그를 둘러싼 사랑과 우정, 야망과 용서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다. 배우 재희가 주연으로 확정됐다. 1월 중 첫 방송
-
KBS2 <안녕? 나야!>
연애와 일 모두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37살 ‘반하니(최강희 분)’가 세상 어떤 것도 두렵지 않고 모든 일에 뜨거웠던 17살의 ‘나(이레 분)’를 만나 위로해주는 성장 로맨틱 코미디. 배우 최강희, 김영광, 이레 등 실력 탄탄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화제를 모은 바 있으며, 연기파 최강희가 판타지 장르를 어떻게 소화해낼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월 중 첫 방송
-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30대·40대·50대 3명의 여주인공에게 닥치는 불행을 다룬 드라마로,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그려낸다.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 SBS <하늘이시여> 등 히트작을 보유한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 이기도. 최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로 인기를 얻은 배우 성훈을 비롯해 이태곤 등이 출연한다. 1월 중 첫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