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책방
유럽에 서서 뉴욕을 그리다
뉴욕 상류사회의 위선적인 풍경을 그려낸 <순수의 시대>로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받았던 1921년, 이디스 워튼은 59세였다. 소설가로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그의 업적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구호 활동이다.
당시 프랑스에 살던 그는 파리에 직장을 잃은 여성들을 위한 바느질 작업실을 열었다. 작업실은 성황리에 운영됐다. 30명으로 시작했으나 곧 많은 사람이 합류해 인원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뿐이랴. 독일군이 벨기에를 침공해 파리로 벨기에 난민들이 몰려왔을 때 그는 이들이 머물 수 있는 ‘미국 호스텔’을 설립하는 것을 돕기도 했다. 피란민들은 이곳에서 식사와 옷, 쉴 수 있는 곳을 제공받았고, 그것에 더해 일자리를 찾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디스 워튼은 이곳을 유지하기 위해 10만 달러를 모금했다.
헨리 제임스, 조지프 콘래드, 장 콕토 등의 에세이, 예술, 시, 음악 등을 담은 <집 잃은 자의 책>을 편집한 그는 그 수익으로 전쟁 난민을 돕기도 했다. 이 책의 서문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썼다.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참여한 덕에 이 책은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그는 헌신적인 전쟁 구호 활동으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전쟁 구호는 그의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활동이기는 했으나, 그는 그 순간에도 작가로서의 자신을 놓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 막바지 무렵, 단 몇 주 동안의 휴식기를 얻은 그는 젊은 여성의 성장을 다룬 문학 <여름>을 써냈다.
전쟁 구호 활동을 활발하게 벌였던 곳은 파리였지만 그가 작품에서 그려내고 있는 배경은 주로 뉴욕이다. <순수의 시대>도 그렇지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기쁨의 집>도 20세기 초, 뉴욕 상류사회가 무대였다. 뉴욕의 1840년대, 1850년대, 1860년대, 1870년대를 다룬 4개의 스토리로 구성된 <오래 전 뉴욕>은 뉴욕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지방의 관습>은 <위대한 개츠비>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19세기, 20세기 뉴욕을 가장 잘 그려낸 11가지 명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넓은 활동 반경은 뉴욕에서 태어나 유럽을 오갔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1862년 뉴욕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4살 때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갔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을 오가며 지내던 그는 10살 때 미국으로 돌아와 겨울에는 뉴욕에서, 여름에는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에서 살았다. 유럽에서는 가정교사에게 교육받았는데, 이미 그때 여자아이들에게 강요되던 예절과 패션에 거부감을 품고 있었다. 그 정신은 이후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불행한 결혼 생활에도 불구하고 그는 작가로, 가든 디자이너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레녹스에 직접 디자인해 세운 저택인 ‘더 마운트’는 지금도 그의 디자인 감각을 보여주고 그의 삶을 기리는 기념관으로 남아 있다. 등단 이후 40여 년 동안 그가 쓴 책은 장편소설 22권, 단편소설집 11권, 논픽션 9권 등으로 40여 권에 달한다. 1927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고, 1923년에는 예일대학으로부터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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