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지털 패션 월드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현실을 급속도로 마주하게 됐다. '우리의 미래는 SF일까'라는 의문이 생겼을 때 발렌시아가가 새 컬렉션을 게임 속 가상공간의 아바타를 통해 공개했다. 요즘 뉴욕에서 잘나가는 브랜드 카이트(KHAITE)는 휴대폰에서 AR 카메라를 켜면 내가 있는 공간에서 컬렉션이 펼쳐진다. 작년 한 해 하우스 브랜드들은 대부분 패션쇼를 디지털 쇼로 전환했다. 2020년 가장 기대되는 건 '어떤 브랜드가 얼마나 기발한 디지털 아이디어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인지?'이다. SF가 아닌 디지털 세상에서 발 빠른 패션 필드는 어떻게 대응할지 패션 관찰자로서 신박한 활약을 기대 중이다. -이유진(모바일 매거진 <패스커> 콘텐츠팀)
2 지속 가능한 패션
환경보호에 대한 논의가 심상치 않다. 지속 가능한 가치에 대한 이슈는 2021년에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많은 브랜드에서는 의류 제작과 소비로 인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탄소발자국은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말한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천연섬유를 비롯한 유기농 소재를 사용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 절반이 생산자의 몫이라면 나머지 반은 소비자에게 달렸다. 이를테면 건조기를 사용하기보다 따뜻한 햇볕에 옷을 말리고, 마구 옷을 사기보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오래도록 입는 것! -이기란(엠퍼블릭 패션2팀 팀장)
3 '기본템'의 재평가
예기치 못한 팬데믹 시대가 지속되면서 실용적인 아이템이 꾸준히 각광받을 것 같다. 특히 과감하고 혁신적인 아이템보다는 기존의 것에서 아주 약간 변형된 디자인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올 시즌 스텔라 매카트니, 자크뮈스, 겐조 등 유수의 브랜드에서는 도톰하게 아웃솔이 과장돼 안정감이 느껴지는 플립플롭을 쇼에 올렸고, 에르메스, 프라다, 루이 비통 등에서는 유행과 무관한 극도로 미니멀한 디자인의 미디엄 사이즈 백을 쏟아내며 이를 증명했다. -한양희(모델)
4 팬톤의 메시지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색들은 우리의 감정을 다독여주는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범지구적 이슈인 코로나19와 환경문제 등의 암울한 뉴스를 이겨내고자 하는 심리에서일까? 2021년 올해 팬톤에서는 경쾌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컬러를 제시했다. 안정감을 주는 얼티미트 그레이 컬러와 밝은 옐로 컬러를 이르는 일루미네이션 컬러가 바로 그것. 늘 사랑받아온 전천후 컬러, 그레이에 옐로 컬러 포인트 아이템을 더한 스타일링으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한 해를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전세원(포토그래퍼)
5 마스크의 진보
언젠가 코로나19의 끝을 보겠지만 지난 한 해 동안 길들여진 우리의 방역 생활은 쉽사리 예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이러한 심리를 간파한 듯 다수의 하우스에서는 스타일까지 사로잡은 마스크를 런웨이 속에 녹여냈다. 보디슈트에 마스크를 더해 비말까지 차단할 듯한 바이저를 매치한 마린세르부터 코까지 한껏 끌어 올릴 수 있는 터틀넥 풀오버를 선보인 발렌시아가,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베일을 마스크에 부착해버린 릭 오웬스까지. 요지경 세상 속에도 패션은 계속된다. -임나정(스타일리스트)
6 런웨이의 리얼웨이화
2020년을 잠식했던 팬데믹 사태에 대한 반동과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에 접어들며 억눌러왔던 '단장'에 대한 욕구가 제대로 폭발하며 한층 화려하고 과감한 쇼 피스들이 리얼웨이로 쏟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방시의 매튜 M. 윌리엄스, 펜디의 킴 존스, 그리고 프라다의 라프 시몬스까지. 스트리트 강호들을 디렉터로 맞이하며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빅 하우스들의 활약을 주축으로 런웨이와 리얼웨이의 경계가 더없이 모호해진 시절이 펼쳐질 것. -김재경(<더네이버> 에디터)
7 업사이클링의 대중화
패션계에서 부는 업사이클링 바람이 거세다. 단순히 '중고'라고 표현한다면 많은 브랜드에 섭섭할 소리. 막스마라에서도 지난 시즌부터 시그너처 아이템인 캐멀 코트를 생산하면서 버려지는 낙타털 직물을 활용한 'CAMELUXE'라는 라인을 탄생시켰다. 현재 라인을 확장하고 규모를 늘리고 있는 걸 보니 브랜드뿐 아니라 소비자도 트렌드를 점점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버려지는 마스크도 재활용하는 시대, 다음에는 어떤 업사이클링이 등장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임희은 (막스마라 바잉MD)
8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
전례없는 팬데믹 시대, 혼돈의 소용돌이 속 2020년 패션계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바빴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소식은 라프 시몬스의 프라다 합류였다. 프라다는 SNS를 통해 라프 시몬스가 미우치아 프라다와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2021 S/S 프라다 쇼에서 처음 컬렉션을 선보일 거라고 공표했다. 디지털 쇼로 공개된 2021 S/S 프라다 컬렉션의 반응은 꽤 호의적이었다. 프라다 고유의 헤리티지를 지키면서 라프 시몬스의 감성이 더해져 한층 실용적이고 모던하게 풀어냈다는 반응이다. 이 두 거장의 움직임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 2021년 새로운 챕터를 완성해갈 프라다의 다음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볼 일만 남았다. -안언주(FNC 비주얼커뮤니케이션팀)
9 마크제이콥스의 귀환
헤븐 바이 마크제이콥스는 한동안 나에게서 잊힌 브랜드인 마크제이콥스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1990~2000년대의 문화적 유행을 마구 섞어낸 첫 번째 시즌을 보자마자 지루한 이미지로 생각했던 브랜드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베이에 기웃거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레트로 무드의 매거진, 카세트테이프, 포스터 등 브랜드의 감도를 보여줄 수 있는 셀렉션의 판매는 당시 유행의 하위문화를 메이저로 올려놓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 많은 아이템이 품절인 만큼 다음 시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동시에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동은(그래픽디자이너)
10 라운지웨어의 진화
언택트 시대가 이어짐에 따라 편안하면서도 멋스러운 라운지웨어는 계속 진화할 예정이다. 모두가 부러워할 로고가 장식된 직관적인 스웨트셔츠를 중심으로 한 이지 캐주얼이 한층 더 사랑받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디자이너는 이자벨 마랑이다. 난해하지 않으면서 누구나 소화하기 좋고, 핏이 훌륭해 스타일도 살려주니 유행을 따르면서도 오래 입을 수 있는 피스가 한가득. 로고 장식의 스웨트셔츠는 단연 베스트셀러이고, 넉넉한 실루엣의 블라우스와 재킷까지, 사랑받을 라운지웨어의 조건을 빼놓지 않고 갖췄다. -송이슬(LF몰 비주얼 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