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 한 번 없던 보아
보아가 중독성이 강한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을 밀반입한 혐의로 적발됐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수면 유도를 목적으로 들여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보아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성장호르몬 저하를 진단받고 수면제를 복용했다. 그러나 국내 의사의 권유로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하던 중 어지럼과 구토, 소화 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 증세를 겪었다. 이에 소속사 내부에서는 과거 보아가 일본에서 처방받았던 약품을 복용했을 당시 부작용을 겪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고, 일본이 코로나19로 인해 대리 처방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해 약품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정식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졸피뎀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정식 신고 절차를 밟아야 반입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그러나 보아는 정식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졸피뎀을 들였다. 거기다가 복용 당사자인 자신의 이름이 아닌 국내 직원 명의로 반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20년 동안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작은 구설수도 없었던 보아였기 때문이다. 일본 활동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그였기에 일본 팬들도 이번 논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여론은 직원 명의를 빌려 졸피뎀을 들여왔다는 치밀함을 지적하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졸피뎀’이 뭐길래
수면유도제 가운데 가장 안전한 의약품으로 꼽히는 졸피뎀. 극심한 불면증을 앓는 이들에게 빠른 효과를 준다는 이점이 있지만,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부작용 방지를 위해 하루 10mg을 초과해 처방받을 수 없으며, 치료 기간은 4주 이내로 한정한다. 특히 만 18세 미만 환자에게는 처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수면 장애 단기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인 졸피뎀은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해 진정과 수면 효과를 나타낸다. 효과가 빨라 취침 직전에 투여해야 하며, 복용 후 최소 7~8시간 후 활동하는 것을 권장한다. 효과가 즉각적인 만큼 부작용도 뚜렷하다. 졸피뎀은 복용 후 전날 했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으로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며, 장기간 복용할 경우 졸음, 두통, 인지 장애, 환각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위험이 있다.
중독될 경우 극심한 수면 장애와 중추신경계 부작용 등 금단 증상을 겪을 수 있어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졸피뎀의 효능은 종종 악용되기도 한다. 약물 규제가 강한 국내에서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연예인·재계 인사들이 투약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바 있다.
방송인 에이미가 프로포폴과 졸피뎀을 투약해 법정에 섰으며,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 역으로 활약했던 할리우드 스타 히스 레저는 졸피뎀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졸피뎀은 강간, 살해 등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강남 유명 룸살롱에서 약물을 투여한 뒤 성범죄를 저지를 때 사용됐던 약품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이 범행 수단으로 악용해 논란이 일었다.
발 빠른 해명에도 이어지는 비판
논란이 일자 소속사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SM은 “불법적으로 반입하려던 것이 아니라 무지에 의한 실수였다. 현지 병원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약품을 받았으나, 해외에서 정상적으로 처방받았더라도 한국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지 우체국에서 성분표를 첨부하면 해당 약품이 해외 배송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듣고 약을 발송하는 실수를 범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및 증빙 자료 등을 소명했고 보아도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은 점점 가열되는 상황이다.
과거 마약류 사건에 연루됐던 그룹 ‘2NE1’ 출신 가수 박봄이 마약류 밀반입으로 구설에 올랐을 때 내놓은 해명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당시 박봄도 ‘무지로 인해 발생한 실수’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마약류로 분류되는 암페타민이 함유된 에더럴 82정을 미국에서 들여오려다 적발된 박봄. 당시 그는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복용해왔다. 불법인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품을 젤리류인 것처럼 포장해 몰래 들이려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한편 보아는 2020년 데뷔 20주년을 맞아 정규 앨범 10집을 발매한 뒤 방송 활동을 이어왔다. TV 아사히 계열의 <뮤직 스테이션 울트라 슈퍼 라이브 2020> 출연을 확정한 상태다.
연예계 연이은 약물 논란
에이미
졸피뎀 상습 투약으로 강제 출국된 방송인 에이미. 그는 지난 2012년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에이미는
2019년 처방전 없이 졸피뎀과 프로포폴을 수차례 투약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차 논란에 휩싸였다. 에이미는 자신의 위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 심부름 업체를 거쳐 졸피뎀을 매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프로포폴, 졸피뎀 등 투약을 가수 휘성과 함께 했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지기도 했다.
휘성
한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여러 개의 주사기와 함께 쓰러진 채 발견됐던 가수 휘성.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초까지 서울 강남 일대 피부과 등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던 그는 2020년 3월 다시 약물 투약 구설에 올랐다. 당시 마약 성분 조사 결과에서 음성으로 논란을 종식했던 휘성은 한 달 뒤 수면마취제류 약물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휘성이 투약한 약물 에토미데이트는 투명한 앰플에 든 백색의 유제성 주사제로 프로포폴과 달리 마약류로 분류되진 않는다. 그러나 과량 투여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
박유천
전 여자친구와 마약 투약을 했다는 혐의로 물의를 빚은 가수 박유천. 그는 줄곧 투약 사실을 부인하면서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나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전 여자친구와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구매한 뒤 일부를 5차례에 나눠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결국 박유천은 지난 2019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돼 그해 7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