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신드롬
대한민국을 열광케 했던 트로트와 <미스터트롯>
‘코로나 블루’에 빠진 국민을 위로한 것은 우리 고유의 정서와 한을 담은 트로트였다. 지난해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미스트롯>으로 촉발된 트로트 열풍은 올해 1월 방영된 <미스터트롯>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미스터트롯>의 인기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방송 직후 출연자들이 실시간검색어를 싹쓸이했으며 그들이 불렀던 노래가 방방곡곡을 메웠다. 특히 <미스터트롯>의 마지막 경연이 펼쳐졌던 11회(3월 12일 방송분)의 전국 시청률은 35.8%였다. 이는 케이블TV 최고 시청률에 이은 역대 예능 시청률 2위에 빛나는 기록이다.
이 열풍을 등에 업고 <미스터트롯> 출연자들 또한 다양한 방송에서 활약했다. 출연만 하면 화제성과 시청률은 따놓은 당상이었기에 방송가의 러브콜 경쟁도 뜨거웠다. 장수 예능인 MBC <라디오스타>, JTBC <아는 형님>도 <미스터트롯> 섭외로 오랜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이라는 기분 좋은 기록을 세웠다.
그중에서도 진(眞)으로 선발된 임영웅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그는 자동차, 패션, 건강식품, 치킨, 온수 매트, 정수기, 화장품 등 분야를 불문하고 광고계를 접수했다. 특히 지난 4월 3일 발매된 임영웅의 새 디지털 싱글 ‘이제 나만 믿어요’는 발매와 동시에 벅스, 소리바다, 바이브 등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의 회원 수는 11월 기준 13만 명을 넘어섰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덕질’에 중장년층이 뛰어들면서 팬덤 대통합이 이뤄졌다. 세대의 간극이 허물어지는 데 <미스터트롯>이 매개 역할을 한 것이다.
트로트 신드롬에 힘입어 제2의 <미스터트롯>을 노리는 예능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SBS 플러스 <내게 ON 트롯>, SBS <트롯신이 떴다>, TV조선 <뽕숭아학당> KBS2 <트롯전국체전>, MBN <보이스트롯>, MBC <트로트의 민족> <최애 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일각에서는 비슷한 포맷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트로트를 소재로 한 예능, 유튜브 콘텐츠, 신곡 등은 여전히 최고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트로트가 보이는, 트로트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틱톡 챌린지 열풍
‘아무노래’로 시작해 ‘눈누난나’로 마무리된 ‘틱톡’ 챌린지
시각적 정보 습득이 빠른 1020 세대를 중심으로 ‘쇼트폼(Short-Form)’ 콘텐츠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중 ‘틱톡(TikTok)’은 쇼트폼 콘텐츠의 이점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한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틱톡’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은 다양한 챌린지다. ‘틱톡’ 내 유명 사진이나 영상을 직접 재가공하고 해시태그(#)를 달아 즐기는 쉽고 간단한 놀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발매된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당시 지코는 신곡 ‘아무노래’ 홍보 차원에서 청하, 화사 등과 함께 안무 영상을 짤막하게 찍어 공개했다. 이후 이효리, 지석진, 송민호, 박신혜 등 국내 연예인들이 영상을 커버하면서 크게 화제를 모았고 ‘#anysongchallenge’라는 해시태그로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도 전폭적인 인기를 얻었다. 열흘 만에 조회 수 1억 뷰를 달성하며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아무노래’ 챌린지 열풍은 하반기 제시의 챌린지로 이어지며 열기를 더했다.
지난 7월 30일 발매된 제시의 미니 3집 <NUNA(누나)>의 타이틀곡 ‘눈누난나(NUNU NANA)’ 틱톡 챌린지는 앨범 발매 한 달 만에 약 2,400뷰를 기록했다. 뮤직비디오에 특별 출연한 가수 이효리를 필두로 유재석, 비, 박재범, 소유, 에릭남, 박산다라 등이 챌린지에 참여해 인기를 끌었다.
부캐 열풍
유산슬, 다비이모, ‘환불원정대’ 등이 쏘아 올린 예능가 신트렌드
올해 예능 트렌드는 ‘부캐 열풍’ 그 자체였다. 부캐는 부(副)캐릭터의 줄임말로, 원래 사용하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뜻하는 게임 용어다. 방송가에선 다른 이름과 세계관을 부여해 새롭게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부캐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서다. 유재석은 프로그램에서 드러머 ‘유고스타’, 트로트 가수 ‘유산슬’, 하프 연주가 ‘유르페우스’ 등 각 프로젝트에 걸맞은 부캐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이 중 단연 화제를 모은 것은 유산슬이다. 유산슬은 신인 트로트 가수로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 출구’ 등을 발표해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었고, 2019 MBC 연예대상에서 신인상까지 품에 안았다. MBC에서 탄생한 부캐임에도 SBS, KBS 등의 방송사까지 출연해 지상파 대통합을 이뤄내기도 했다.
<놀면 뭐하니?>에서 파생된 부캐 신드롬은 프로젝트 혼성 그룹 ‘싹쓰리(SSAK3)’와 ‘환불원정대’로 이어졌다. ‘싹쓰리’는 부캐 ‘유드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비)’으로 구성된 3인조 그룹으로 ‘그 여름을 틀어줘’ ‘다시 여름 바닷가’로 각종 음악 방송 및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환불원정대’는 가요계 센 언니들로, 이들과 함께라면 어느 매장에서도 쉽게 환불이 될 것 같다는 의미로 지은 그룹명이다. 유재석의 또 다른 부캐인 제작자 ‘지미유’가 기획했으며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 ‘은비(제시)’ ‘실비(화사)’로 구성됐다. 이들은 ‘DON'T TOUCH ME(돈 터치 미)’를 발표해 음원 차트 1위를 석권, 예능 열풍 그 이상의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이 밖에도 개그맨 추대엽(카피추), 김재욱(김재롱), 개그우먼 김신영(다비이모), 박나래(조지나) 등이 부캐를 만들어 큰 사랑을 받았다.
어게인 나훈아
74세 ‘가황’ 나훈아가 콘서트를 통해 남긴 것들
‘가황’ 나훈아의 존재감, 그리고 그의 콘서트 여운은 상상 이상으로 진했다. 나훈아는 지난 9월 30일 방송된 KBS2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비대면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무려 15년 만의 안방극장 나들이였다.
나훈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고자 무보수로 공연에 출연했다. 민소매 셔츠에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건재함을 증명한 나훈아는 2시간 반 동안 무려 29곡을 거침없이 뽑아냈다. 트로트에 클래식, 포크, 헤비메탈, 국악 등을 결합하면서 장르의 경계를 지웠고 ‘소리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절창을 이어갔다.
그중 단연 화제를 모은 무대는 ‘테스형!’이었다. 지난 8월 20일 발표한 신보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의 수록곡으로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남긴 유명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 형’이라고 부르며 한바탕 속풀이를 하는 노래다. 소크라테스를 ‘테스 형’이라고 부르는 호방함, 독보적인 오라로 이끌어가는 무대 매너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방송 이후 ‘테스형!’ 음원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음원 사이트 ‘지니뮤직’ 집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4일) 동안 ‘테스형!’ 스트리밍이 직전 주에 비해 무려 3,733%나 증가했다.
젊은 층에서는 새로운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테스형!’을 모방한 ‘맑스(마르크스)형’ ‘라톤(플라톤)형’ 등 패러디가 등장했고,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인기 커버곡으로 사랑받았다. 세대 대통합을 이뤄낸 트로트 열풍이 나훈아를 통해 완전해졌다는 큰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