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많은 일이 있었어요. 지금은 곤지암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5개월째 일하고 있어요. 물류 승하차 업무를 하고 있는데, 매일 새벽 3시쯤 일어나요. 그리고 밤 9시가 다 돼서야 돌아오죠.
경제적인 상황은 어떤가요? (10년 전 여자 후배 폭행 논란 이후)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 수입이 아예 없는 상황까지 왔어요.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버틸 수 없게 됐어요. 이미 대출을 최대로 받은 상태라 사업을 정리하는 방법밖에 없었고 결국 살고 있던 집까지 팔면서 가족과 헤어지게 됐어요. 아내와 아이들은 지금 처가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헤어졌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좌절했어요. 소형차에 들어갈 만큼의 짐만 남기고 전부 버렸거든요. 그리고 동네 모텔에서 혼자 살았어요. 눈뜨면 술을 마시고, 취한 채로 잠들고, 다시 눈이 떠지면 또 술을 마셨어요. 그사이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어요. 삶을 끝내려고 했는데 가족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저지른 일 때문에 가족들이 고통받으면서 살고 있는데 극단적 선택까지 해버리면 가족은 어떡하나 싶었죠.
그 이후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문득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술 때문에 죽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어요. 술에 의존하면서 엉망으로 살다가 큰일이 날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평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배우 정운택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다짜고짜 나 좀 살려달라면서. 저에게 닥친 상황도 전부 말했어요.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그 친구가 한달음에 제가 있는 모텔로 오더라고요. 운택이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한테 도움을 구해보겠다고 했어요. 감사하게도 목사님이 교회에 있는 교육관에 방을 내주셔서 모텔에서의 생활을 정리할 수 있었죠. 그때부터는 술도 잘 마시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노력했어요.
빚은 다 갚았나요? 아직도 남았어요. 집을 정리하면서 2009년 MBC 연기대상에서 받은 남우조연상 트로피도 팔았어요. 저에게 의미 있는 물건이지만 추억에 젖을 여유나 상황을 가릴 처지가 안 됐으니까요.
물류센터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가족한테 미안한 마음에 시작했어요. 교회로 거처를 옮기고 심적으로 회복하면서 가족 생각이 났어요. 나만 편하게 지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무책임한 행동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편하게 지내면 되겠어요? 그러던 중 연극계에 있는 후배가 급전이 필요할 때 물류센터에 가면 좋다는 말을 해줬어요. 일당이 14만 8,000원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당장 하겠다고 말했어요. 연기 빼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일을 구하기도 힘들었어요.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바로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라는 걸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신경 쓰이지 않나요? 얼굴을 다 가려서인지 처음엔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어요. 시간이 좀 흐른 뒤에는 몇몇 작업자가 알아보고 "연예인 아니냐"고 묻기도 했는데, 캐묻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다들 제가 상황이 힘들어져 여기에 있는 거라고 생각하신 거 같아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게 힘들진 않나요? 생활이 힘든 게 아니라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힘들어요. 아내가 혼자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보고 싶고 미안해요. 아들은 올해 중학교 2학년, 딸은 초등학교 4학년이라 이제 사춘기가 올 시기인데 아내가 혼자 챙기기 버거울 거라 생각해요. 그래도 2~3주에 한 번씩은 만나요. 시간이 많으면 더 자주 보고 싶은데 지금은 아내와 저, 둘 다 먹고사는 일이 바빠서 보기 힘들어요. 그래서 연락을 자주 하고 있어요. 아내는 저에게 "건강 잘 챙기라"고 말하고, 저는 "기운을 내자. 좋은 날이 곧 올 거다"라고 해요.
대중 앞에 다시 서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을 거 같아요. 사실 이번에 출연한 방송은 '출연료' 영향이 컸어요. 섭외 제의를 받고 출연료부터 물어보고 출연료를 머릿속으로 계산해봤는데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보다 금액이 많더라고요. 물론 지금 제가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컸죠.
방송 후 연락이 쇄도했다는데, 기억에 남는 메시지가 있나요? 저는 제가 나온 방송 프로그램을 안 봤어요. 기사도 읽지 않았고요. 응원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도 직장 동료가 알려줘 알게 됐어요.
복귀를 두고 응원하는 메시지도 있지만 비판 여론도 있어요. 저를 비판하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당연히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 여기기도 하고요. 변명할 여지가 없어요. 제 잘못은 죽는 날까지 안고 가야죠.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 <동이>로 전성기를 지내던 최철호가 돌연 방송가에서 모습을 감춘 건 '폭행 사건'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0년 한 술자리에서 여성 후배를 폭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최철호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부인하며,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최철호의 결백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최철호의 폭행 논란 증거물인 CCTV 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일말의 해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자 그는 사과를 했다. 출연 중인 드라마와 자신의 명성에 피해를 보는 것이 두려웠다는 게 거짓말의 이유였다.
10년 전 사건이 있던 날, 당시 술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뉴스에 공개된 CCTV 내용 그대로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날 일에 대해선 변명할 여지가 없어요. 다시 한번 그 일에 대해 모든 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인가요? 네.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죠. 지금과 같은 마음이었다면 그런 일(폭행 사건)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 되돌아보면 20대 때 연극으로 시작해 배가 많이 고팠거든요. 고생하다가 30대 접어들면서 방송 일을 시작했어요. 형편이 나아지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되는데 물의를 빚어서 다시 돌아가게 된 거죠. TV를 틀어놓고 가족과 함께 연예 뉴스 프로그램을 보는데 제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아이가 볼까 봐 다른 채널로 돌리려고 했는데 아이가 저한테 "아빠, 사람들한테 거짓말했어?"라고 묻더라고요. 마음이 아팠어요. 물론 제가 저지른 일이고 감내해야 할 부분이지만, 후회돼요.
폭행 피해 후배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날의 일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의 짐으로 남았어요.
공백기 10년 동안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 아내가 둘째를 임신 중이었어요. 그리고 논란이 마무리되기 전에 아내가 출산을 해서 막막했어요. 내가 받아야 할 죗값이라는 걸 알면서도 먹고살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무엇보다 물의를 빚었을 때, 제 인생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 시기였어요. 광고도 3개 정도 찍은 상태고 스케줄이 정말 많았어요.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욕심도 컸던 시기예요. 앞으로 연기를 못 하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불안했어요. 연기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도 했죠.
배우로서 쌓아온 경력이 아까웠던 건가요? 그것도 맞아요. 경제적인 부분이 컸어요. 유명해지면서 돈을 많이 벌게 됐고 이제야 좀 여유로워지는가 싶었는데 앞으론 그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맞아요. '내가 그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달라졌을까'라는 비관적인 생각도 많이 했어요.
당시 아내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내가 많이 울었어요. 사건이 최초로 보도되던 날,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 왔어요. 뉴스가 보도되기 몇 시간 전에 방송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는데, 마지막으로 할 얘기가 없냐고 물었다더라고요. 저한테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거냐고 묻기도 했어요. 거의 절규한 상태였죠. 제게 방송사 측에서 말한 폭행이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는데 그 이후에는 더 묻지 않더라고요.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묵묵히 제 옆에 있어줬지만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걸 알아요.
그때 심정이 어땠나요? 많이 울었어요. 후회의 눈물이에요. 저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어요. 제가 처음에 해명 같지 않은 해명을 했잖아요. 저의 행동으로 가족, 지인, 사건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배우, 그때 저에게 피해를 입은 분까지 모두가 큰 상처를 입었을 거라 생각해요. 당시에는 후회가 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반성을 하게 돼요. 지금은 반성하는 마음이 제일 커요.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소중한 부모이고, 소중한 자식인데 제가 피해를 주면 안 됐어요.
당시 동료 배우들과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휴대전화를 거의 안 봤어요. 무서운 마음이 컸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도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잘 안 봐요. 10년 전 사건 이후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나 인터넷 확인을 안 하고 사람들이랑 어울리지도 않고요. 최근에 근황을 전했던 MBN 교양 <현장르포 특종세상>이 방송된 이후로 전화가 100통 넘게 왔었는데 안 받았어요.
지금까지 연락하는 연예인 동료가 있는지요? 없죠. 정운택 배우하고만 가끔씩 연락해요. 참 고마운 친구예요. 사는 게 바빠 연락하지 못했을 때도 꾸준히 먼저 연락을 해줬어요. 제가 힘들 때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 요즘은 일이 힘들고 잠에 쫓기다 보니까 연락을 자주 못 해요.
폭행 사건 피해자인 여자 후배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당시에 만나서 관계를 풀긴 했지만, 미안함은 평생 갖고 살 거예요. 그날의 일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어요. 모두에게 죄인이라고 생각해요.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자식으로서 정말 모두에게 미안해요. 아내, 아이들,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건 저 때문이거든요. 당장 미래의 일을 알 수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가족에게 약속하고 싶어요.
삶을 되돌아보면 어떤가요? 인생이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아무 기술 없이 연기로 먹고사는 사람이 연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래서 사람들을 더 안 만나려고 한적한 시골에 있는 교회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곤 했죠. 외출을 거의 안 했어요.
그럼에도 버텼네요. 아내와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어느 날 가족하고 아침을 먹다가 문득 이게 행복이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0년이 흘렀는데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면요? 연기자로서 성공했다고 생각한 시기여서 교만했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게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꼈어야 하는데 말이죠. 장인어른께서 경기도 수원에 사시는데 수원에 있는 아웃렛에 제 광고 사진이 건물 벽에 크게 걸렸다고 자랑스러워하시기도 했어요. 제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네요.
폭행 사건 피해자인 여자 후배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요. 당시에 만나서 관계를 풀긴 했지만, 미안함은 평생 갖고 살 거예요. 더불어 당시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남자 후배한테도 미안해요. 같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구설에 올라서 고생을 많이 했잖아요. 그날의 일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어요. 모두에게 죄인이라고 생각해요.
아내와 아이들,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자식으로서 미안하다는 말이오.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정말 모두에게 미안해요. 살면서 좋은 날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람인데 나쁜 일도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저의 경우는 달라요. 제가 자초한 일이에요. 아내, 아이들,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건 저 때문이거든요. 당장 미래의 일을 알 수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가족에게 약속하고 싶어요. 올바르게 살 거예요.
대중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거 같아요. 저를 기억해주시고 알아주셨던 모든 분께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당시 유명했던 방송인이 한 행동치고 너무 뻔뻔하고 파렴치했어요. 전부 제 잘못이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당시 바로 사과드리지 못했던 부분도 죄송합니다. 제가 과거 저지른 일로 인해 현재 어렵게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지금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영화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에서 주연을 맡았어요. 우연한 계기로 섭외가 됐어요.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캐스팅된 건 아니고 영화감독님과 영화사 대표님을 사적으로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출연 이야기가 오갔어요. 영화 이야기를 하시면서 핵심 캐릭터를 맡아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한테는 과분한 배역이었어요. 지난 10년간 상업영화에 출연할 기회도 없었고, 작은 규모의 영화에도 조연으로 출연했던 게 전부였으니까요.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캐릭터로 나오나요? 단기간에 체중 감량을 해주는 요가 학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을 수사하는 '형사'로 나와요. 올해 1월 중에 촬영이 마무리됐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미뤄졌어요. 오랜만에 규모가 큰 영화 현장에 나가서 설레었어요. 다만 영화의 중심 배경인 요가 학원에는 후반부에 들어가게 돼 다른 배우들을 마주칠 일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참 좋은 경험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촬영 당시 설레는 마음에 의욕이 너무 앞섰던 거 같기도 해요.(웃음)
앞으로 배우로서 활동을 기대해도 될까요? 배우로서 활동이라기보다는 당장은 생계가 급해 주어진 일은 마다하지 않고 지낼 거 같아요. 지금은 도전하고 싶은 부분까지 생각하면서 일을 가려 할 수 없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돈 되는 일은 다 하고 싶어요. 물론 그게 연기라면 더 좋겠지만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에게도 팬이 있었어요. 지금은 아예 여론을 확인하지 않아서 팬이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어찌 됐든 저를 좋아해주시고 믿어주셨던 분들이 생각나요. 인사를 제대로 못 드렸어요. 계속 죄송하다는 말을 하게 되네요. 그래도 정말 죄송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