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의 기원은 중세 프랑스에서 하던 ‘죄 드 폼(Jeu de Paume)’, 즉 손바닥 놀이다. 이름 그대로 라켓 대신 손으로 공을 주고받는 놀이였다. 테니스라는 이름 자체도 ‘자, 받아요’라는 뜻인 프랑스어 ‘트네(tenez)’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수도원, 궁중 사람 등 역사적으로 엘리트가 즐기던 테니스는 전 유럽의 엘리트와 왕족 사이에서 유행한 귀족 스포츠가 됐다.
이러한 영향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남아 있어 여전히 테니스 하면 부르주아, 부자, 엘리트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인 ‘라코스테’ 또한 테니스에서 유래했다. 1920~193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4명의 프랑스 테니스 선수가 큰 활약을 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서 영감을 얻어 이 네 선수를 ‘사총사’라고 불렀을 정도라고 한다. 그중에서 한 명이 ‘악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르네 라코스테’다. 라코스테 브랜드의 상징이 악어가 된 데는 이런 연유가 있다.
테니스가 비교적 대중화된 계기는 1980년대 야니크 노아라는 혼혈 테니스 선수가 1983년도 프랑스 오픈 경기에서 프랑스인 처음으로 우승을 거두면서였다. 사람들, 특히 저소득층이나 흑인계 프랑스인들이 야니크 노아에 열광했고, 이러한 테니스 열풍은 프랑스 전역에 공립 테니스장이 세워지는 데 한몫했다고 한다. 현재 프랑스에서 테니스는 축구 다음으로 가장 많이 하는 스포츠로 사랑받고 있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오픈’ 경기는 프랑스인에게 중요한 스포츠 행사 중 하나다. 매년 5월이면 프랑스 오픈 경기 소식으로 분위기가 들뜬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 오픈이라고 알려졌지만, 프랑스에서는 대회가 열리는 롤랑 가로스 테니스장의 이름을 따서 ‘롤랑 가로스’라고 더 많이 부른다. 롤랑 가로스는 윔블던, US 오픈, 오스트레일리아 오픈과 함께 테니스의 그랜드슬램 대회로 클레이 코트에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에는 예외적으로 10월에 열렸는데, 5월에 코로나19로 경기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10월에 롤랑 가로스가 열린다는 소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술집도 문을 닫고, 여러 행사가 줄지어 취소되는 가운데 그나마 단비 같은 희소식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 선수 100위 안에 드는 테니스 선수 중 11명이 프랑스 출신일 정도로 프랑스는 테니스 선수를 많이 배출해낸다. 훌륭한 테니스 선수가 많이 나온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사람이 테니스를 하기 때문이다. 테니스 단체가 프랑스 내에 7,000개가 넘고, 단체 가입 단원은 100만 명이 넘는다. 아주 어렸을 때 재능이 있으면 클럽에 스카우트돼 장학금을 받으며 훈련받는다. 이러한 재능 발굴 제도와 안정적인 장학금 제도 덕분에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사랑받는 테니스 선수 중에는 조 윌프리드 송가, 가엘 몽피스, 질 시몽 등이 있다. 올해 롤랑 가로스 경기에서는 젊은 위고 가스통이 의외의 선전을 벌여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하는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