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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X 홍상수, 그들이 또 돌아왔다

홍상수 감독이 24번째 장편영화를 발표했다. 연인 김민희와 호흡을 맞춘 7번째 작품이다.

On October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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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도망친 여자> 반응 어땠나

홍상수 감독이 연인 김민희와 7번째로 호흡을 맞춘 <도망친 여자>가 지난 9월 17일 국내 개봉했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세 명의 친구를 만나는 ‘감희(김민희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2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인 ‘은곰상’을 수상해 국내에서 일찍이 입소문을 탔다.

홍 감독은 그간 <밤과 낮>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밤의 해변에서 혼자> 등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지만 번번이 수상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도망친 여자>의 수상은 홍 감독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4번 만에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무적인 소식에 당시 홍 감독은 연인 김민희와 함께 베를린을 방문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두 사람을 향한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지만 홍 감독과 김민희는 <도망친 여자> 프로모션 행사 참석을 일절 거부했다. 코로나19 여파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 시사회 현장에서 부적절한 사이임을 인정한 이후로 두 사람은 언론을 극도로 기피해왔다. 이 같은 ‘불통’ 행보가 대중의 더 큰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유수 영화제 수상이라는 업적이 불륜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날 선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사생활에 대한 질타와 달리, <도망친 여자>를 향한 평단의 호평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측은 “영화(Cinema) 외에 어떠한 주제도 고려하지 않았다” “여성 중심 서사의 우아한 구조 속에 녹아 있는 극소량의 미묘함이 주효했다” 등을 수상 이유로 밝히며 작품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도망친 여자>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한 데 이어 제58회 뉴욕영화제, 제69회 만하임-하이델베르크국제영화제, 제21회 도쿄필름엑스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지난 9월 3일 폐막한 제16회 부쿠레슈티영화제에서는 각본상 영예도 안았다.

국내 반응도 뜨겁다. 그간 주로 남성 중심의 서사를 풀어냈던 홍 감독은 <도망친 여자>에서 여성 중심의 유대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의 영화에서 남성이 완벽하게 주변으로 내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카메라도 여성 촬영감독이 들었다. 영화 <거인>의 김수민 촬영감독이다. 김민희는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영화에 등장했다. 화려함을 걷어내고 여성들의 대화와 흐름을 담백하게 담아낸 것. 이는 홍 감독 25년 영화 인생의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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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개최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곰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이 연인 김민희와 기쁨의 포옹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홍상수·김민희의 7번째 영화

홍 감독과 김민희는 홍 감독의 17번째 장편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를 통해 처음 인연을 맺었다. 시인 ‘함춘수(정재영 분)’가 우연히 ‘윤희정(김민희 분)’이라는 화가를 만나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홍 감독 특유의 인물 배치와 자유로운 흐름이 돋보인 작품. 이 영화는 제6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인 ‘황금표범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홍 감독과 김민희는 약 1년 뒤인 2016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재회했다. 유명 여배우 ‘영희(김민희 분)’가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른 뒤 독일 함부르크로 떠나는 이야기다. 당시 두 사람이 불륜설에 휩싸이면서 현실을 반영한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극 중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 분)’을 사랑하게 된 영희가 “난 이제 남자 외모 안 봐. 별거 아니더라고. 잘생긴 남자들은 다 얼굴값 해” “자식이 있잖아. 자식이 정말 엄청난 거더라고” 등의 대사를 한 것이 의혹에 힘을 실었다.

불륜설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두 사람은 2017년 국내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부적절한 관계임을 인정했다. 거센 질타가 쏟아졌지만 두 사람은 묵묵히 다음 작품을 준비했다.

<그 후>(2017)는 홍 감독이 <오! 수정>(2000), <북촌방향>(2011)에 이어 3번째로 내놓은 흑백영화로 내연 관계에 휘말린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 분)’과 세 여성의 해프닝을 그렸다. 불륜 여파로 국내에서는 외면당했으나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상영이 끝난 뒤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이 홍 감독을 향해 환한 미소로 갈채를 보냈고 기립 박수가 4분여 간 이어졌다.

연달아 공개된 <클레어의 카메라>(2017)는 영화감독과의 하룻밤 때문에 영화사에서 잘린 젊은 여성 ‘만희(김민희 분)’의 이야기를 프랑스 관광객 ‘클레어(이제벨 위페르 분)’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극 중 모든 인물이 만희를 향해 “예쁘다”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홍 감독이 뮤즈이자 연인인 김민희에게 보내는 찬사처럼 들리기도 한다. “넌 예뻐. 예쁜 영혼을 가졌는데 네가 가진 것 그대로 당당하게 살아” 등 홍 감독의 자기암시적 대사도 인상적이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그 후>와 함께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나 “홍상수 팬들을 위한 애피타이저”라는 소소한 평가에 그치기도 했다.

김민희와 함께한 5번째 영화 <풀잎들>(2018)은 홍 감독의 4번째 흑백영화로, 허름한 커피집에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과 그들을 관찰하는 ‘아름(김민희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풀잎들>에서도 홍 감독과 김민희를 연상케 하는 대사가 있다. 결혼을 꿈꾸는 동생과 그의 연인에게 내뱉는 아름의 독설이 그 예다. 아름은 “결혼하려면 서로 잘 알아야지. 잘 모르면서 결혼하는 건 무책임한 거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엉망으로 사니. 사랑은 개뿔”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다시 당당하게 설 수 있을까”라는 의미심장한 독백이 이어진다.

2018년 개봉한 <강변호텔>은 <그 후> <풀잎들>에 이은 홍 감독의 5번째 흑백영화. 강변호텔 투숙객들이 경험담을 통해 자신의 불안과 아픔을 표현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 함께 홍 감독과 김민희의 속내를 가장 잘 대변한 영화로 언급됐다. “미안한 것 때문에 (아내와) 함께 살 순 없었다” “너무 어릴 때 결혼했다. 그땐 너무 어려서…” 등의 대사가 그러했다. 유부남과 연애하다가 실연당한 ‘상희(김민희 분)’에게 ‘연주(송선미 분)’가 “너도 참 기구하구나”라고 말하자, 상희가 “나는 잃은 거 없어요. 그냥 너무 힘들뿐이지”라고 차분히 응수하는 장면도 인상 깊다. 다소 노골적인 대사에 국내에서는 ‘홍상수 설명서’라는 비아냥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철저하게 예술성만을 판단한 외신은 완성도에 찬사를 보냈다. 배우 기주봉은 <강변호텔>을 통해 제71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제28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제20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자연기자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홍 감독은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 3등, 제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영평 10선, 부산영평 대상을 탔다. 가장 최신작이자 제70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영예를 안은 <도망친 여자>는 홍 감독의 기존 작품과는 다르게 여성주의적 서사로 주목받았다. 홍 감독은 수상 당시 영어로 소감을 말하며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행사에 동행한 김민희, 서영화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혼소송은 현재진행형?

홍상수 감독은 지난 2016년 11월, 아내 A씨를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무산됐다. 이미 같은 해 8월 김민희와의 ‘불륜설’이 보도된 후였다. 지지부진한 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지난 2019년 6월, 법원은 홍 감독과 아내 A씨의 이혼소송 1심에서 “원고(홍상수 감독)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이혼을 요구할 수 없는 유책주의에 따른 결정이다. 홍 감독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작품 연출과 현재 생활에 집중하기 위해 이혼소송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혼인 생활이 완전히 종료됐다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사회적 여건이 갖춰지면 다시 법원의 확인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감독과 A씨는 여전히 부부 관계를 유지 중이다. 홍 감독과 김민희는 한때 ‘결별설’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올해 2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커플 링을 낀 채 등장해 의혹을 종식시켰다.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일요신문DB, (주)영화제작전원사,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페이스북 중계 캡처
2020년 10월호
2020년 10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일요신문DB, (주)영화제작전원사,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페이스북 중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