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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영화 <기생춘>의 영희와 도윤이

개그우먼 김영희와 성인영화 배우 민도윤이 영화감독과 주연배우로 만났다.

On October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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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_ 스킨톤 스퀘어 부띠 코스, 이어링 앵브록스, 화이트 셋업 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민도윤_운동화 락포트, 슬랙스 본인 소장품, 화이트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애틋한 우정을 자랑하는 두 사람이 감독과 배우로 <우먼센스> 카메라 앞에 섰다. 개그우먼 김영희는 최근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아이콘택트>를 통해 성인영화 감독 데뷔를 알리며 화제를 모았다.

현재 촬영에 돌입했다는 영화 <기생춘>은 그녀의 뮤즈이자 절친이자 스타인 성인영화 배우 민도윤이 주연을 맡았다. 생소하고도 신선한 만남뿐만 아니라 평소 솔직하고 호탕한 입담에 거침없는 추진력을 자랑했던 그녀이기에 직접 메가폰을 잡은 성인영화에 대한 많은 기대가 모아졌다. 인스타그램 DM으로 인연이 닿아 1년 넘게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는 두 사람.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민도윤은 영화 <처제는, 처제와, 처제의…> <손빨래하는 여자> <흐느끼는 숙모> 등에 출연한 10년 차 베테랑 배우다. '성인영화계의 이병헌'이라 불리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입지적인 인물로 김영희는 오랜 시간 그의 영화를 사랑한 팬임을 자랑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결코 우습지 않은 김영희의 도전과 뮤즈 민도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동반 화보 촬영은 어땠나요?
민도윤(이하 '민') 그냥 신기했어요. 모델들이 입는 옷을 입고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다니 셔터 소리가 들릴 때마다 너무 신기해서 어벙벙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친구랑 같이 촬영을 했잖아요. 혼자서라면 엄두도 못 냈을 표정이나 포즈들을 영희가 있어 훨씬 수월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영희(이하 '김') 저는 오히려 친구랑 하니까 불편한 거예요. 혼자였다면 좀 더 과감하게 예쁜 척도 하고 오버도 하겠는데 현실 친구가 옆에 있으니 괜히 쑥스러워서요. 공연도 그래요. 지인이 보러 오는 날은 꼭 아쉽거든요. 모르는 사람 앞에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연기할 때와는 다르게 절 잘 아는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하는 건 쉽지 않죠. 오늘도 꼭 그런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오랜만에 이렇게 예쁜 옷을 입고 멋진 조명을 받으며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는 일이 너무 행복했어요. 제가 워낙 화보 촬영을 좋아해서 그런지, 힘들지도 않았고요.

실물이 훨씬 예뻐요. 많이 듣죠?
방문 개그를 해야 할 판이에요.(웃음) 방송에선 제가 워낙 부족하게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 보니 방송만큼은 아니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많아요. 뭐, 사실 연예인 입장에서 좋은 현상은 아니죠. 실물보다 카메라발을 더 잘 받아야 하는데 말이에요.


둘은 정확히 어떤 사이인가요?
의미가 깊은 친구 사이예요. 제 인생은 영희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뉘어요. 29살, 성인영화 배우가 된 시기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면 영희를 만나고부터는 제3의 인생을 살게 됐다고 볼 수 있죠.(웃음) 저희가 알게 된 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 정확히 작년 4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됐거든요. 그 이후로는 정말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됐고 제겐 정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 친구사이가 됐어요. 저 역시 이 친구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간단히 말하자면 제가 민도윤의 JYP예요. 전 김영희니까 KYH랄까요.(웃음)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니에요. 전 도윤이의 팬이었고 긴 밤을 도윤이의 영상을 보면서 지냈던 관객이자 애청자였어요. 정말 연기를 잘했고 성인영화라는 장르에만 한정적으로 활동하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러던 찰나, 차기작도 안 나오고 IPTV에서 봤던 걸 또 보며 무료함을 느끼던 시기에 아는 동생을 통해 도윤이의 SNS를 알게 됐어요. 너무 기쁜 마음에 다짜고짜 메시지를 보냈죠. 팬인데 요즘 왜 활동이 이렇게 뜸하냐, 다음 작품은 언제쯤 볼 수 있냐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가 시작됐어요. 그 이후로 통화도 하고 제가 하는 팟캐스트에도 나오고, 심지어 KBS 방송까지 출연하면서 윈윈하는 사이가 되고 있죠.


민도윤의 JYP라니요?
도윤이를 직접 만나보니 정신이 맑은 친구더라고요. 더 존경하게 됐고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과 열정을 지닌 모습을 보고 저 역시 많은 영감을 얻게 됐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왜 성인영화라는 장르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걸까? 어차피 우리 다 보지 않나, 너무 감사한 장르인데 음지에만 있는 것 아니냐고요. 제 인생도 아직 양지로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연기 잘하고 열정적인 도윤이와 더불어 성인영화라는 장르를 양지로 끌어올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JYP처럼 도윤이를 발탁해 제가 있는 세계의 여기저기에 소개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화보도 찍고, 공중파에 출연도 하고, 도윤이 혼자 인터뷰도 다니게 됐어요. 정말 뿌듯해요.


공중파 출연이오?
지난 5월 KBS2 <스탠드업>에 출연하면서 감독님께 도윤이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도윤이가 직접 출연해보는 건 어떨지 제안을 드렸죠. 그때 제가 말은 당당하게 던졌지만 도윤이의 KBS 출연에 대해 100% 확신은 없었어요. 그런데 웬걸 너무 흔쾌히 순탄하게 출연을 하게 된 거예요. 그때 기쁨에 들떠 도윤이에게 했던 말이 기억나요. "도윤아, 우리 성인영화 장르를 생각보다 더 빨리 수면 위로 올릴 수도 있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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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_그레이 퍼프 코트 에이벨, 이어링 앵브록스, 블랙 스퀘어 부띠 모노바비. 이너 톱·튤 스커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민도윤_그레이 니트 패치 재킷·홀로그램 데님 팬츠 모두 어널로이드, 블랙 슈즈 락포트, 블랙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도윤이는 이 세계에선 이미 프로이자 스타고 베테랑 배우인데 대중의 기준 속에 '영화배우'가 아니라 '성인영화 배우'로 국한되는 게 싫었어요. 왜 청룡영화제에는 성인영화가 없는지, 백상예술대상에는 왜 성인영화 배우들이 참석하지 않는 건지 의문이 들었고요."

<아이콘택트> 출연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어요.
사실 출연 전부터 걱정이 많았어요. 도윤이한테도 이야기했지만 방송 일이라는 게 보통의 멘탈로는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저 역시 도윤이의 영역에 들어가면 다칠 부분이 있을테고, 도윤이 역시 제가 있는 영역에 들어오면 상처받을 일들이 생길까 봐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도윤아, 너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어.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말해달라"고 조언했죠. 전 평소 출연한 방송의 본방 사수를 전혀 안 하는 편인데 그날은 우연찮게 본방송을 챙겨보게 됐어요. 제 진심이 장난으로 비친다거나 가볍게 보일까 싶어 조마조마했는데 방송이 끝나고 다들 너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시더라고요. 심지어 어떤 칼럼니스트는 김영희가 이 영역에 들어오면서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는 글을 써주셨고 주변 친구, 매니저, 가족, 기자님들까지 많은 사람이 방송을 잘 봤다고 연락을 해왔어요. 제 진정성이 통하는 순간이었죠. 저 즐겁자고 하는 일에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고 칭찬해주셔서 그저 감사했어요.

저 역시 영희의 그 진심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제 주위에서도 그런 이야길 해요. 어쩌면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서 뒤돌아보면 성인영화업계가 김영희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뉠 수도 있을 거라고요. 영희 덕분에 성인영화가 더 많이 회자되고 거론되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고마워요.


영화 <기생춘>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진 못하지만 <아이콘택트>를 촬영할 때보다 진행이 많이 됐어요. 도윤이를 통해 조력자도 소개받았고 어느 정도 큰 그림과 윤곽은 그려진 상태죠. 아마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초에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화를 소개하자면 위트가 있는 성인영화예요. 삼포 시대, 모든 걸 다 포기하고 한 남자의 지하실에 살 수밖에 없는 여자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죠. 요즘은 내 집 마련도 힘들뿐더러 연애, 결혼, 취업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잖아요. 그런 고단한 현실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여자와 모든 걸 다 가졌지만 하나 제대로 구실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게 없는 남자의 이야기를 포인트로 잡고 싶었어요. 서로에게 서로가 부족한 점을 채워준다면…. 여기까지 할게요.(웃음)

들어보면 <기생춘>은 영화 <기생충>의 패러디물이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패러디 영화이기만 한 건 아니에요. 숨은 의미와 탄탄한 내용이 있잖아요. 아이디어는 이미 훌륭하니 이제 잘 찍는 일만 남았죠. 영희의 시나리오도 손을 좀 보고 디테일하게 다듬고 만져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죠.


왜 하필 성인영화일까요?
일단 뮤즈인 도윤이를 통해 제 아이디어들이 현실화되기 시작했고, 또 도윤이는 이 세계에선 이미 프로이자 스타고 베테랑 배우인데 대중의 기준 속에 '영화배우'가 아니라 '성인영화 배우'로 국한되는 게 싫었어요. 왜 청룡영화제에는 성인영화가 없는지, 백상예술대상에는 왜 성인영화 배우들이 참석하지 않는 건지 의문이 들었고요. 프랑스만 해도 핑크 무비라는 장르로 영화제에서 시상을 하잖아요. 연기를 너무 잘하는 친구니까 영역 구분 없이 활발히 활동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죠. 또 성인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제겐 워낙 고마운 장르고 제가 즐겨봤던 장르이니만큼 잘 연출해볼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하게 됐어요.

영희가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성인영화도 <개그콘서트> 끝난 다음 날처럼 사람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다고요. 10년째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영희의 그런 말 한마디가 정말 고마웠고,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게 정말 감사했어요. 지금까지 성인영화라고 하면 남자들의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잖아요. 실제로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절반은 여성 관객이라는 통계가 있대요. 10%, 20%도 아니고 절반이오. 그러니까 실생활에서 성인영화는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닌 거예요. 누구나 경험하고 있고, 경험할 수 있고, 경험했던 건강하고 평범한 이야기인 거죠. 그런 부분을 이 친구가 나서서 이야기해줌으로써 계속 숨기만 하고 음지에 머물렀던 부분이 점점 해소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성분들이 지금도 그렇게 넘치는 응원을 보내주고 있지 않을까요?

코로나19 때문에 못 하고 있는 것들이 좀 있는데, 도윤이랑 저랑 길거리에서 '성인영화 배우가 나눠주는 콘돔' 캠페인도 하고 싶고 올바른 성문화를 위한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어요. 그럼 요즘 문제가 되는 불법 동영상이나 N번방 같은 무시무시한 범죄들이 좀 줄지 않을까요. 이 장르에서 충분히 충족시켜준다면요.


감독에 대한 꿈은 언제 가지게 됐나요?
제가 영상 제작을 전공했어요. 자랑하기도 뭣한 게 사실 기획이나 시나리오 담당만 했었지 카메라 한번 제대로 잡아본 적 없고 편집 한 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거든요. 재학 중에도 늘 제 아이디어가 발탁돼 영화 제작 실습을 하긴 했지만 전 항상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쪽에 머물렀어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개그우먼이 됐고, 생계형으로 개그를 하다 보니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길만 걸어왔죠. 간직해온 시나리오는 몇 편 있는데, 미처 이걸 영화로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로요. 그런데 요즘 2년 정도 쉬면서 시간이 많아지니까 문득 도전해보고 싶더라고요. 예전처럼 바빴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은데 스케줄이 많이 없어지면서 새로운 장르에도 도전하게 됐어요.


민도윤을 주연으로 낙점한 이유는요?
일단 연기가 좋았어요. 아무리 우리가 친구라고 하더라도 일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도윤이는 제가 만드는 첫 성인영화에 주인공을 맡겨도 부족함 없이 잘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다들 도윤이의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보신 분들은 제 말에 공감할 거예요. 리얼한 현실 연기, 일상 연기를 정말 잘하니까요. 심지어 도윤이가 출연한 영화를 보다가 휴대폰이 아닌데 TV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당겨본 적도 있을 정도예요.(웃음)

그저 믿어주니까 고맙죠. 그만큼 어깨도 많이 무거워요. 공중파라는 무대를 만들어준 것도 이 친구고, 다양한 방면으로 스펙트럼을 넓혀준 것도 이 친구니까 저 역시 믿고 한번 가보려고요. 잘해내는 것이 가장 큰 보답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성인영화 배우가 된 계기는 뭔가요?
아주 어렸을 때 EBS 드라마에 잠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연기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어요. 소믈리에가 되고 싶어 와인을 파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단골손님에게 우연히 캐스팅됐죠. 그때가 아마 29살쯤 됐을 거예요. 처음 제안을 받자마자 흔쾌히 수락할 수는 없었어요. 내가 과연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할 수 있을까 겁도 나고, 이 길로 들어서면 제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니까 두려움도 있었어요. 그런데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오히려 잘 모르니까 과감하게 뛰어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처음에는 사실 연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무너지면 전 앞으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죠. 스스로한테 지는 게 죽기보다 싫었달까요? 나약한 모습을 스스로에게 보이기 싫어 오기로 달려들다보니 점점 연기 욕심이 생겼고 저도 모르게 공부를 하고 연기 선생님께 지도를 받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어요.


다른 장르에 도전할 계획도 있어요?
장르를 가리진 않아요. 단편영화나 독립 영화부터 차근차근 도전해보려고요. 성인영화를 보면 애정 신 위주로 제작하는 분도 있고 스토리를 위주로 제작하는 분도 많아요. 스토리가 위주인 작품은 애정 신이 아주 짧고 작게 나오고 일반 영화처럼 탄탄하게 흘러가죠. 그런 작품을 만날 때면 저 역시 많이 배우고 또 다른 재미에 빠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해요. 꼭 성인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영화배우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요즘 성인영화계는 어떤가요?
처음 제가 발을 들인 10년 전과 비교하면 사실 제작 환경은 더 어려워졌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힘들죠. 하지만 그 안에서 또 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연출이나 연기나 제작적인 부분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새롭게 시도하고 도전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고요. 그래서 성인영화계는 지금이 제일 중요해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새롭게 변화하고 진화하지 않으면 정말 영영 어려워질 것 같거든요. 이런 시기에 김영희라는 친구가 등장해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는 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에요. 어제도 스케줄이 있어 촬영장을 다녀왔는데 거기 감독님도 그러시더라고요. 지금 성인영화 산업이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김영희라는 인물이 나타나서 기대되고 고맙다고요.


실제로도 성인영화 즐겨 보세요?

많이 봤죠. 근데 요즘은 잘 안 봐요. 제가 선호하는 취향의 작품이 많이 없기도 하고, 또 제가 요즘 연애를 하고 있거든요. 사람이 참 간사하더라고요. 혼자였을 땐 그렇게 IPTV의 성인영화를 끼고 살더니 살 만해지니까 이제 생각이 좀 덜 나는 거 있죠? 대신 이제 일로 봐요. 관객의 입장이 아닌 연출자의 입장에서요.


인생작이 있다면요?
뭐 일단 <처제> 시리즈는 다 재미있게 봤고요. 꼭 도윤이 작품만 보는 건 아니지만 전 도윤이가 나온 영화는 거의 재미있게 본 것 같아요. 제가 성인영화를 고르는 기준이라면 일단 보기 편한 게 좋아요. 너무 자극적이고 뜬금없는 내용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스토리와 납득이 가능한 상황, 연출 등을 선호하죠. 그리고 사실 한국 성인영화는 제목만 봐도 대충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가끔 어떤 내용인지 꼭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가 있어요. 도윤이가 출연한 <알래스카 북극곰> <하이에나> 같은 작품들이오. 영화를 보고 나면 제목이 이해돼요. 이런 의미 있는 영화를 많이 선호하는 편이에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스토리가 있어야 제 연기적인 부분도 보여드릴 수 있는 거니까요. 애정 신만 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애정 신은 처음부터 어려웠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어렵거든요. 요즘도 촬영 전날이면 부담스러워 잠이 잘 안 올 정도예요. 애정 신은 잘했다, 못 했다는 기준도 없고 무작정 노력하고 열심히 한다고 잘 나오는 장면도 아니니까 찍을 때마다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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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_민트 셔츠 원피스 랩, 이어링 이오유스튜디오 for 하고, 스퀘어 부티 코스.
민도윤_ 다크그린 니트 티셔츠 코스, 브라운 모직 슬랙스 어널로이드, 운동화 락포트.

"<기생춘> 이후에 또 도전하고 싶은 영화를 생각해둔 게 있어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영화가 있잖아요. 그걸 저희가 패러디해서 <민도윤의 69가지 그림자>로 제작하는 거예요. 되겠니, 도윤아?"

또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있나요?
예전에는 패러디물이 참 많았는데 요즘에는 싹 들어간 거예요. 레트로가 유행이니까 제가 한번 패러디물의 부흥기를 다시 끌어올려보려고요. <기생춘> 이후에 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영화가 있잖아요. 그걸 저희가 패러디해서 <민도윤의 69가지 그림자>로 제작하는 거예요. 스토리는 없어요. 여성들이 시각적으로 반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과 예쁜 영상미로 가득 채울 거예요. 69가지 되겠니, 도윤아?(웃음)


나에게 성인영화란?
제게 성인영화는 그냥 영화예요. 애정 신 역시 영화 스토리상 벌어지는 하나의 상황일 뿐이고요. 애정 신이 좀 더 많은 영화라는 생각 외에 크게 다른 의미를 두고 싶진 않아요.

또 다른 '나'죠. 이 장르를 이토록 오래 할 줄도 몰랐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또 남다른 애정도 생겼어요. 이제 이 세계에 있지 않은 제 모습은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제겐 일부분이 된 곳이고요. 다시 29살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저는 과감하게 이 세상에 뛰어들었을 거예요. 오히려 모든 걸 알았다면 더 열심히 했을 테고요.


영희 씨의 근황도 궁금해요.
선택받는 직업이다 보니까 언젠가 절 찾아주고 불러주겠지 하고 기다리며 지내고 있어요. 그렇다고 하루도 무의미하게 보내진 않았어요. 대학로에서 공연도 꾸준히 했고 뜨문뜨문 절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죠.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되게 아팠어요. 몸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오. 극한 상황까지 절 몰기도 했지만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죠. 성수동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3년째 하고 있는데, 요즘은 조금 특별하게 해보고 싶기도 해요. 왜 식당 중에도 원테이블 레스토랑이 있는 것처럼 우리 코미디도 원테이블로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고요. 이번 <아이콘택트> 방송 이후에는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2년 동안 쉬면서 연예인이 아닌 나로서 사는 삶을 준비해왔는데 결국은 또 개그우먼이더라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면 전 행복한 사람이에요. 그게 성인영화든, 공연이든, 방송이든 상관없어요.


꿈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소상공인 살리기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제 도움이 필요한 가게가 있다면 제 SNS를 통해 홍보도 하고 직접 방문해 생생한 후기나 광고를 하는 거죠. 페이는 따로 받지 않아요. 그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저로 인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그들의 모습이 좋거든요. 그냥 이렇게 제가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멋있게 살려고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제 천직이니까 이렇게 사는 게 유일하고 최고의 방법인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 좀 더 노력해서 다양한 연기를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가진 건 이 몸뚱이 하나와 열정밖에 없거든요. 맨땅에 헤딩하며 달려왔으니 앞으로도 제 방식대로 달려보려고요. 나이가 들어도 열정은 가득 찬 사람이 있잖아요. 저 역시 지금의 초심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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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_베이지 오프숄더 원피스 에이벨, 이어링 이오유스튜디오 for 하고,
민도윤_옐로 롱 코트 코스, 화이트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사진
지다영
스타일링
조아라
헤어&메이크업
김선희
2020년 10월호
2020년 10월호
에디터
김두리
사진
지다영
스타일링
조아라
헤어&메이크업
김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