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화연을 설명하기 위해선 많은 숫자가 필요하다. TBC 20기 공채 탤런트, 1남 1녀의 엄마, 60세, 연기 경력 40년 차, 21년 공백기 그리고 시청률 75% 드라마의 주인공까지. 수많은 숫자가 그녀의 인생을 빼곡히 채우며 배우이자 여자 그리고 엄마 차화연의 삶을 증명하고 있다. 제2기 미스롯데 출신으로 처음 연예계에 입문해 1978년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녀는 1987년, 시청률 75%를 기록한 MBC 주말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 출연하며 단숨에 톱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원미경, 이미숙과 함께 당대 최고의 트로이카로 손꼽힌 것은 물론, 만인의 이상형으로 군림하며 스타로서 탄탄대로를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눈부신 전성기를 누리는 것도 잠시, 차화연은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와 함께 연예계를 잠정 은퇴했고 그로부터 21년 뒤인 2008년, 여전한 모습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복귀 후 줄곧 쉼 없는 뜀박질로 묵직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차화연. 그가 그 옛날 시청률 75%라는 역사적인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맡은 건 우연이 아닌 듯싶다. 장르와 역할, 작품을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자신감과 부지런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최근에는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주연 '장옥분' 역을 맡아 자체 최고 시청률 34.8%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런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전성기에 대해 물었다. 어쩌면 뻔한 답을 기대했던 질문이지만 그녀의 대답은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확신에 찬 대답처럼 40년 차 배우 차화연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 분명하다.
화보 촬영은 어땠나요? 사실 제가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화보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데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만큼요. 나이가 드니 늙은 제 얼굴을 사진으로 마주하는 것이 썩 유쾌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늘 정중하게 거절해왔는데 이번 <우먼센스> 화보는 콘셉트가 마음에 들어 흔쾌히 찍겠다고 했어요. 연기할 때는 얼굴이 아닌 연기가 먼저 보이는데 사진은 정말 제 모습만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평소에도 사진 찍을 일이 생기면 선글라스부터 찾게 돼요.(웃음) 돌이켜보면 젊었을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드라마 촬영 현장의 카메라 앞에선 두려움이 없는데 사진 촬영은 괜히 좀 그러네요.
아름답기만 하신걸요. 에이, 거짓말 마세요. 스스로 생각해도 거울을 들여다보면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보이는데요, 뭐. 마음은 여전히 40대 같은데 제 나이를 떠올리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예쁜 건 아시죠? 솔직히요?(웃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나이 든 것만 빼면요. 분명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도 있죠. 코도 더 크고 오똑했음 좋겠고, 입술도 더 도톰했음 좋겠고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제 얼굴인데 제가 가장 사랑하며 살아야죠. '나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아니라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하고 만족하며 살아요.
벌써 배우 40년 차가 됐어요. 중간에 한 20년 정도 쉬었던 기간을 빼고도 참 오래됐네요. 가끔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생각을 해요. 어릴 때부터 무용을 했기에 배우의 꿈은 한 번도 꾼 적이 없었는데 친구 따라 우연히 참가한 미스롯데 선발대회에서 덜컥 당선돼 연기를 시작하게 됐거든요. 그땐 어리기도 어렸지만 순수한 감정으로 연기하던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나이가 들면 노련함에 기술적으로 연기를 하다 보니 오히려 연기가 퇴색되기도 하잖아요. 20대 때 제 모습을 떠올리면서 늘 처음과 같은 제가 될 수 있도록 다독이고 있어요.
연기에 대한 자세는 달라진 점이 있나요? 똑같죠. 39년 전이나 지금이나요. 언제나 새로운 대본을 손에 쥐면 설레고 긴장돼요. 그저 차이를 꼽자면 좀 더 깊어졌달까요? 마음가짐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요. 연기는 그냥 마음먹은 대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생각도 많이 해야 해요. 연습도 끊임없이 해야 하고 또 캐릭터나 작품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필요하죠. 저절로 되는 일이 뭐가 있겠냐마는 연기는 정말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쉽게 변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요.
이제 좀 알 것 같으세요? 전혀요. 대본을 받을 때마다 새로워요. 작품마다 늘 다른 인물의 삶을 살아야 하잖아요. 모든 작품이 제겐 새로운 작업이자 신선한 작업이죠. 캐릭터에 대한 연구는 주로 제 상상력과 경험을 동원하는 편이에요. 제가 경험한 적 없는 인생도 제 상상력을 발휘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거죠. 전 아마 다시 태어나도 배우의 길을 걷지 않을까 싶어요. 제겐 천직이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배우가 아닌 다른 일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자유를 빼앗긴다는 무시무시한 대가가 따르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정말 행복해요.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어요. 이번에도 역시 좋은 작품을 만나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시간들이었어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집의 엄마 장옥분 역으로 출연했는데, 같은 엄마로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작품이었죠. 속 썩이는 자식은 많았지만 그래도 마음 따뜻한 작품이라 행복했어요. 작가님이 글을 너무 잘 써주셔서 대본을 읽는 동안에도 마음이 정말 따뜻했죠. 저 역시 엄마이다 보니 감정이입이 되는 장면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이나 대사, 표정, 몸짓 하나까지 생활 연기가 더 우러나왔던 것 같아요. 또 하나 말하자면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너무 좋아 촬영장을 가는 길이 즐거웠어요. 어떻게 이렇게 현장 분위기가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동료, 후배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는 어떤가요? 좋죠. 예전에 <마왕>이라는 드라마를 할 때는 '국민 고모'라는 수식어도 들어봤는걸요.(웃음) 대중이 생각하는 '엄마'라는 이미지에 부합한다는 뜻이니까 감사한 수식어라고 생각해요. 흔히 '엄마'라는 이미지는 포근하고, 편안하면서 부드럽잖아요. 역할과 작품을 떠나 어떤 일이든 절 찾아주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해요. 지금 이 나이에도 사랑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가요?
"일을 하면 지치기보다 오히려 에너제틱해지더라고요. 적당히 바쁘고 약간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절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 일을 꾸준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해요. 제가 다 따질 수는 없지만 일단 밝은 드라마로 막장이 아니었음 좋겠고,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역할에는 전혀 욕심이 없는데 작품만큼은 '좋은 작품'이면 좋겠다는 욕심이 좀 있어서요.
다작을 이어가고 계시네요. 제 성향이 좀 그래요. 일을 하면 지치기보다 오히려 에너제틱해지더라고요. 저를 혹사하고 힘들게 하는 게 아닌, 적당히 바쁘고 약간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절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 일을 꾸준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멜로에서도 보고 싶어요.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박근형 선생님과 했었잖아요.(웃음) 당시에는 '황혼 로맨스'로 불리며 꽤 달달했었는걸요. 멜로에 대한 욕심은 사실 크게 없어요. 들어오면 좋고, 안 들어와도 괜찮고요. 좋은 기회에 좋은 작품으로 멜로 제안이 온다면 안 할 이유는 없죠.
공백기의 의미가 궁금해요. 음… 황금 같은 시간이랄까요? 인생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하고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만나 엄마로서 매일매일이 경이로운 순간들이었다고 정의하고 싶어요. 다시 복귀를 하자고 마음먹었을 땐 사실 두려움이 컸어요. 21년 만에 화면으로 제 모습을 봤을 때 너무 형편없어 자존감이 바닥을 쳤죠. 그때 바로 살을 6~7kg 빼고 엄청 노력했어요. 제가 그런 오기는 좀 있는 것 같아요. 끈기라고 하나요? 해내고자 하는 일은 기를 쓰고 해내려는 성격이 좀 있죠.
실제 모습은요? 어떨 것 같나요?(웃음) 지금 보시는 그대로예요. 제 겉모습만 보고 쌀쌀맞고 새침데기일 거라 생각하는 분도 많은데, 사실 그 반대예요. 제 안에 장군이 있죠. 남자가 있어요.(웃음) 그리고 저는 굉장히 긍정적인 편이에요. 안 좋은 상황에 맞닥뜨려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성격이죠. 한편으로는 여리고 눈물도 많고 약한 자들을 보면 가슴이 끝도 없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강한 자들에겐 강하고 뚝심도 있고 끈기도 있고 고집도 있는 편이에요.
미모 관리 비결도 궁금합니다. 정말 하는 거 없어요. 굳이 꼽자면 운동? 제가 골프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술도 못 마시고 노는 것도 잘 못 하는데 골프 치러 가는 것만큼은 정말 좋아해요. 그것 말고는 뭐 PT(퍼스널트레이닝)나 필라테스 정도죠. 아, 그리고 제가 매일 빼먹지 않는 '1일 1팩'이오.(웃음) 관리 잘 못 해요. 야무지게 미모 관리에 애쓰는 성격도 아니고요.(웃음)
차화연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죠. 40대 이후부터는 내면이 얼굴에 많이 드러나잖아요. 얼굴만 봐도 '아, 저 사람 우울하구나, 행복하구나, 고민이 많구나' 단박에 보일 만큼요. 그래서 저 역시 큰마음, 덕이 있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사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에요. 아무래도 지켜주시는 분이 계신다는 믿음 생활 덕분에 긍정적이고 편안한 마음가짐이 제 얼굴에 드러나죠.
종교의 힘이 크네요. 엄청나게요. 저는 처음부터 열까지 다 하나님, 자식 그리고 연기예요. 이 세 가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죠. 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하게 삶을 살아요. 야외 활동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하루를 다채롭게 보내는 편도 아니거든요. 촬영장과 집만 왔다 갔다 하면서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까?'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칠까?' 그냥 그런 생각만 하고 살아요.(웃음)
"전 지금 이 순간이 제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작품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좋은 역할도 마음껏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제 마음가짐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여유 있어졌거든요. 이런 게 바로 인생의 전성기 아닐까요?"
다른 관심사는 없나요? 이 나이가 되면 관심 있는 게 별로 없어요.(웃음) 정말 단순 그 자체죠. 전 일 끝나고 집에 가면 일단 시체놀이를 시작해요.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로 못 본 영화를 5~6편씩 이어 보는 거죠.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해요.(웃음)
술도 안 즐기세요?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잘 마시지도 못해요. 와인 한두 잔 먹으면 취해서 알딸딸해져요. 보통 취하면 기분이 좋다고 하잖아요. 저는 취한 게 느껴지는 순간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스스로를 더 다잡게 되더라고요.
1년에 한두 번? 친한 지인의 생일 파티 때 마시는 술 외에는 거의 안 마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취한 모습을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웬만하면 흐트러지지 않죠.
그럼 차화연이 가장 사랑하는 건 뭔가요? 우리 애들이죠. 전 엄마가 된 후 비로소 인내를 배웠어요. 정말 귀한 모성을 배웠고요. 그러한 감정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제 삶의 목표가 생겼다는 거예요. 제가 만약 이 아이들 없이 혼자 살았다면 삶을 사는 목적이 별로 없었을 것 같아요. 나를 위해 사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요. 내가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사는지 그 목적이 생긴 이후로는 저도 제 삶을 더 열심히 살게 된 것 같아 뿌듯해요. 어쩌면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일인 것 같아요. 제가 하루하루 이 삶을 살아낼 수 있게 우리 아이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엄마로서 점수를 매긴다면요? 글쎄요, 몇 점이나 될까요? 생각은 안 해봤는데 90점 정도 주고 싶어요. 어린 시절 옆에 있어줬고, 뒤치다꺼리 해줬고, 늘 뭐든 같이하고 공감하고 나누려 노력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애들한테 연연하지 않았고, 잔소리하는 엄마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방목에 가까울 정도로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스스로 결정하고 도전할 수 있게 기다렸죠.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는다면 가차 없는 엄마였지만요. 돈이 넘쳐 애들한테 부족함 없이 다 해줬다고 말할 순 없지만 심적으로는 늘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어요. 90점이 너무 높으면 80점 정도로 할게요.(웃음)
다시 연애를 꿈꾸진 않나요? 에이, 전혀요. 관심도 없어요. 전 드라마도 사랑 이야기보다는 심리극, 추리극, 수사극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에요.(웃음) 주변에선 가끔 그러더라고요. 애들이 시집, 장가 가면 외롭지 않겠냐고요. 근데 전 혼자 사는 게 소원이에요. 제가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평생을 엄마 품에서 벗어난 적이 없어요. 마치 독립을 꿈꾸는 스무 살 소녀처럼 저도 큰 개 한 마리 키우면서 혼자 살아보는 게 소원이죠.
올해로 60대가 됐어요. 더 이상 말하지 마요.(웃음) 농담이에요. 전 사실 지금이 지난 50대보다 심적으로 더 편해진 것 같아요. 40대 후반부터 50대까진 갱년기와 사추기(思秋期)에 심리적으로 불안한 순간이 많았거든요. 평소보다 짜증도 더 냈던 것 같고,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 때인 것 같아요. 전 저 나름대로 원만하게 넘어간 편이지만 그 시기를 아주 힘들게 보내는 사람도 많잖아요. 심하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그 시기가 정말 별것 아니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나이 들면 분명 또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거든요. 여유도 생기고, 애쓰지 않고 내려놓는 방법도 알게 되니까 지금은 한결 편안하고 이해의 폭도 굉장히 넓어졌죠. 지금은 어떤 일이든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어요. 이해가 안 돼 아등바등했던 젊은 날에 비하면 한결 삶이 유연해진 거죠.
스스로 생각하는 전성기는 언제인가요? 지금이오. 아마 많은 사람이 <사랑과 야망>을 떠올리겠죠? 그때도 분명 제겐 꿈같은 전성기였죠. 가장 예뻤던 20대에 꿈이었던 김수현 선생님 작품에 출연하고, 또 75%라는 역사적인 시청률을 기록했으니까요. 그때는 배우라면 누구나 김수현 선생님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 했어요. 저 역시도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출연했었죠. 34년 전 당시도 제겐 무척 감사하고 소중한 전성기지만 전 지금 이 순간이 제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작품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좋은 역할과 작품도 마음껏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제 마음가짐 자체가 그때보다 훨씬 여유 있어졌거든요.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않고 초연하고 성숙해진 제 마음이 무엇보다 절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이런 게 바로 인생의 전성기 아닐까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요? 우리 애들이 태어난 순간이오. 아이들을 낳았을 때 느낀 감정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어요. 지금도 물론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하지만, 세상에 태어나 첫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들을 마주한 순간의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시청률 75%? 국민 드라마?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이를 품에 안는 기분은 차원이 다른 기쁨이거든요. 돌이켜보면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사랑하던 시간들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꿈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건강이 최고잖아요. 건강하지 않으면 다 소용없더라고요. 남은 시간, 건강하게 잘 살다가 하나님께 가는 게 제 유일한 소원이에요. 지금 이 나이에 무슨 큰 상이나 칸에 대한 로망이 있겠어요. 배우로서도 그저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고,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40년 차 배우 차화연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다. 언젠가 그녀를 다시 만난다면 그때도 그녀는 "지금이 바로 전성기"라고 대답할 것이 분명하다. 39년째 변하지 않는 그녀의 뜨거운 열정, 눈빛 그리고 근거 있는 자신감이 이를 뒷받침한다. 60세, 배우 차화연의 세계는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