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지난 3월, 악플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연예인을 보호하기 위해 댓글 폐지를 시행했다.
뒤이어 8월 중에는 스포츠 기사 댓글도 폐지한다. 지난 7월 31일, 여자 배구 선수 출신 고 고유민(25살)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대해 악플이 거론된 탓이다. 스포츠 선수의 경우 직업 특성상 팬들의 평가와 비난을 받는 것이 당연시돼왔다. 악플에 쉽게, 자주 노출되지만 그동안 마땅한 대처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고 고유민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네이버가 댓글 원천 봉쇄라는 초강수를 내세웠으나 악플 근절의 완벽한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요즘 악플러들은 지능적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며 혐오를 확산 중이다. 그중 스타들의 SNS는 요즘 가장 큰 악플의 온상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자 프로 배구선수 이재영은 모친의 실명을 거론한 패륜적인 메시지를 받고 SNS 계정을 삭제했다.
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 또한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 사진에 꾸준히 악플이 달리자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악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면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강경한 맞대응이 의외의 효과를 거두는 분위기다.
공개적으로 직접 맞대응
배우 송윤아는 한 누리꾼의 댓글에 직접적으로 대응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4월, 한 누리꾼은 송윤아의 SNS 게시물에 “진짜 불륜 아니에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2009년 배우 설경구와의 결혼 과정에서 ‘불륜설’이 불거진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송윤아는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 될 나쁜 일은 안 했다”며 “이 질문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윤아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에 출연해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삶을 산 여자가 돼버렸다. 그런 사람으로 살면 안 되는 거지 않나. 그런데 내가 그런 나쁜 사람이 돼버렸더라”고 밝히며 눈물을 흘린 바 있다. 거듭된 해명에도 불륜 꼬리표가 따라붙자 이번에는 SNS 댓글로 공개 저격에 나선 것이다.
송윤아가 단호하게 대처하자 댓글을 작성한 누리꾼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고 해당 댓글은 결국 삭제됐다. 물러서지 않는 강경한 대응이 주효한 셈이다. 걸 그룹 ‘위키미키’의 최유정 또한 자신의 외모를 공격한 다이렉트 메시지를 전체 공개했다. 최유정은 “관심 가져주는 많은 분에게 감사하고 그 사랑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메시지를 다 읽고 있다”며 악플러에 대한 저격 없이 어른스럽고 의연한 대처로 대중에게 격려를 받았다.
반면 악플러에 대해 불같은 경고를 남긴 이도 있다. 슬하에 1남 1녀를 둔 김미려는 아이의 사진에 “이상한데”라는 댓글이 달리자 강력하게 맞대응했다. 김미려는 “뭐가 이상한지 확실히 얘기해주세요. 악플이면 저도 고소할 테니까”라며 “상대 잘 고르시고 내 새끼 건들지 마세요. 내가 고소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내 자식한테 이상하게 말하면 가만있지 않아”라고 경고의 답글을 남겼다.
김미려는 해당 대화가 담긴 캡처 사진을 SNS에 다시 업로드하며 “그쪽은 뭐가 이상한지. 이게 직업인가요? 내 새끼한테 악플 남기는 분들 답글을 원하는 건가요? 어떻게 관심을 가져줄까요?”라고 격노했다.
쿨한 대응 혹은 적극 대응
악플러들의 집요한 행태에 대처하는 스타들의 방식도 진화했다. 최근 방송인 함소원은 외모를 지적하는 댓글에 오히려 쿨하게 대처해 화제를 모았다. 한 누리꾼이 “아줌마 안 예뻐요”라는 댓글을 남기자, “실물 보면 놀라실 텐데. 너무 예뻐서~”라고 응수한 것. 함소원은 해당 내용이 담긴 캡처 사진과 함께 자신감 넘치는 셀카도 공개했다. 악플에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에 오히려 대중의 큰 응원이 쏟아졌다.
배우 한예슬도 쿨한 행보를 이어갔다. 한예슬은 지난 7월, SNS에 민소매에 점프슈트를 입은 근황 사진을 공개했다. 상체가 훤히 드러나 몸매가 돋보이는 차림이었다. 이에 한 누리꾼이 “절벽”이라며 몸매를 평가하는 댓글을 남겼고 한예슬은 “아쉽네. 보여줄 수도 없고”라고 유쾌하게 반박했다. 민감한 성희롱 댓글에도 유연한 대처를 보인 것. 지난 8월 11일에는 “예슬이 누나는 일주일에 몇 번 해요?”라는 댓글이 달렸고, 다른 누리꾼들이 “세수는 매일 하지” “세수는 하루에 3번씩 하실 거예요”라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한예슬은 자신을 대신해 성희롱 누리꾼을 응징한 팬들 반응에 폭소하는 이모티콘 스티커를 붙여 SNS에 공개했다.
반면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 악플을 뿌리 뽑으려는 이들도 있다. 배우 하연수는 지난 3월, 특정 누리꾼으로부터 성희롱 등 지속적인 악플에 시달렸고 7년 만에 사과를 받았음을 밝혔다. 하연수는 “왜 고소하겠다고 나섰을 때야 비로소 사과를 받게 되었는지 생각해본다”며 씁쓸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연수는 꾸준히 악플에 시달려온 연예인 중 한 명이다. 그동안 꿋꿋하게 악플러들을 직접 상대하고 맞대응해왔으나 악플이 지속되자 결국 적극적으로 고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개그맨 김원효 또한 악플러와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선포했다. 그는 지난 8월, 자신의 SNS를 통해 “기사에 댓글을 못 다니까 악플러들이 미쳐 날뛴다”며 “제발 같이 잡아보자”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악플러의 아이디, 실명, SNS 계정 등을 공개했고 “제보해달라. 결정적인 증거 다 받는다. 경찰이 못 잡으면 내가 잡는다”고 선언했다. 누리꾼들이 제공한 정보까지 적극 활용해 악플러를 완벽하게 처단하겠다는 의지였다.
개인이 아닌 소속사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경우도 있다. 배우 이민호와 가수 강다니엘은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상시 모니터링 인력을 투입하고 악플 게재 현황 파악에 나섰다. 소속사 내부의 법적 대응 TP팀만으로 운영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악플에 대한 사후 처리를 하기보다는 발 빠른 선제 조치로 아티스트의 고통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악플러를 선처해주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사이버명예훼손죄는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동일인이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힐 경우 가중 처벌 요소가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소속사와 연예인 개인이 더욱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려는 이유다.
1인 방송 스트리머로 번진 악플 전쟁
요즘 젊은 세대에게 연예인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정작 댓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있다. 바로 1인 미디어의 스트리머와 유튜버들이다. 이들은 1인 방송 채널을 직접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더 쉽게, 자주 악플에 노출된다. 일단 방송에 입장하면 누구나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난도 더욱 원색적이다. 그만큼 피해도 크다.
지난 2018년에는 30대 여성 BJ가 방송 중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이 BJ는 방송을 통해 “이틀 뒤 투신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일부 시청자들은 오히려 조롱에 나섰다. 결국 BJ는 방송 중에 생을 마감했다.
아프리카TV BJ로 활동하던 박소은 역시 지난 7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박소은은 생전에 지속적인 악플에 시달려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트위치 스트리머 ‘잼미’는 방송 중 “나에 대한 악플 때문에 엄마가 극단적 선택으로 돌아가셨다”고 눈물로 고백해 안타까움을 샀다.
스타 먹방 유튜버 ‘쯔양’은 악플에 시달리다가 방송을 은퇴했다. 최근 유튜버들의 뒷광고 논란이 불거지기 전, 이미 사과하고 해명한 내용으로 또 다시 악플 세례를 받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가 방송에서 물러난 것.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악플에 노출된 스트리머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