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이 없는 사람을 마주할 때가 있다. 예쁘고, 똑똑하고, 야무지고, 재주 많고 게다가 사랑스럽기까지 한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을 앞에 두면 괜스레 기분 좋은 긴장감과 설레는 경계심에 휩싸여 알게 모르게 온몸이 경직되곤 한다. 배우 견미리가 꼭 그랬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것 같은, 빈틈은 조금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묘한 견고함이 그녀를 마주한 에디터의 첫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이 편견과 선입견이었단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호방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온 57세의 중년 여배우는 편안하고 친근했으며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올해로 데뷔 37년 차 배우이자 신인 배우 이유비·이다인의 엄마로 살고 있는 견미리. "저 사실 엄청 덜렁대고 바보스러운 사람이에요"라고 입을 뗀 그녀의 이야기에는 '진짜' 견미리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57세라니 믿기지 않아요. 전 요즘 왜 이렇게 제 나이가 실감나는지 모르겠어요. 뭘 해도 안 예뻐 보이고 자꾸 행동과 판단이 어눌해지는 것 같아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그래도 여전히 '동안'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정작 저는 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데 주변에서 "예쁘다, 예쁘다"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웃음)
외모에 만족 못 한다고요?(웃음)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보완할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두 배는 더 노력하는 편이죠. 어느 날 딸 유비가 그러더라고요. "엄마는 왜 엄마만 예쁘게 태어났냐"고요.(웃음) 제가 보기엔 동그란 유비의 얼굴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유비는 제 얼굴의 각이 부럽대요. 정작 저는 각진 얼굴에 작은 키, 특출나지 않은 마스크 때문에 콤플렉스가 많았어요. 그렇다고 연기력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더 엄격하고 성실하게 관리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늘씬한 몸매도 부러운걸요. 타고난 건 하나도 없어요. 철저한 노력형이죠. 마음먹고 먹으면 10kg도 금방 찔 타입이에요. 어제는 <우먼센스> 촬영을 앞두고 냉장고 문을 얼마나 열었다 닫았는지 몰라요. 운동을 다녀와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하고 싶었는데 참느라 힘들더라고요. 저 자신을 너무 잘 아니까 혹독하게 스스로를 제어하는 편이에요. 사실 이런 철저함도 지금은 조금 여유로워졌어요. 지난해부터 문득 '행복한 게 최고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너무 애쓰지 말자, 내려놓자라는 생각이 들어 서서히 바뀌게 됐어요. 지금 저와 함께하는 스태프가 10년도 더 된 멤버들이거든요. 예전에는 제가 일할 때 너무 예민해서 말도 못 걸었다고 하더라고요. 드라마 <대장금> 때는 그 예민함이 절정에 달했었고요. 그런데 5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마음이 많이 초연해졌어요. 무지막지하게 애써도 인생이 크게 달라질 나이가 아니니까 열심히 살면 조금 더 보람이 있기는 하나 애쓴 만큼 대단한 무언가가 생기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지금은 확실히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데뷔 37년 차예요.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한 것도 없이 그 긴 시간이 훅 지나간 느낌이에요. 매일매일 내게 주어진 일에 집중하다 보니 꽤 긴 길을 걸어오게 됐어요. 10년 차쯤 됐을 땐 슬럼프가 찾아오더라고요. 당시 현대아트홀에서 <남편을 죽이는 30가지 방법>이라는 연극을 했는데 45일간 매일 무대에 섰거든요. 그땐 왜 그리 연기가 무섭고 싫었는지 출근하는 그 시간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힘들었어요. 객석에 있는 관객들의 눈만 봐도 공포감이 들었을 정도로요. 스스로 가짜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진지하게 배우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꾹 참고 견뎠어요. 그렇게 불안함과 회의감을 겪고 괜찮은 듯싶더니 20년 차가 됐을 때 또 한 번 그런 시기가 찾아왔어요. 전 두려울 때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극복하려면 그 두려움과 싸워 이기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서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어요. 엄청난 열정이나 욕심이 있었다기보다 순간순간에 집중하면서요.
배우를 막 시작했을 때도 기억나나요? 저는 사실 엄마한테 효녀가 되고 싶어 배우를 시작했어요. 무용과에 재학 중이던 대학 시절 엄마가 갑자기 MBC 공채 탤런트 시험을 보라며 원서를 들고 오셨더라고요. 엄마 블라우스에 언니 퀼로트 팬츠를 입고 사진을 찍어 지원했죠. 아직도 기억나는 게 당시 지원자가 6,000명 정도였고 제 접수 번호는 3,316번이었어요. 엄마는 제 접수번호를 들으시곤 힘들겠다 싶으셨대요. 그런데 웬걸, 2차 카메라 테스트와 3차 면접까지 다 되는 거예요. 합격하고 보니 6,000명 중에 고작 합격자는 남자 10명, 여자 10명이 전부였어요.
주변에서 다들 놀랐겠어요. 당시 제가 세종대학교 무용과에 재학 중이었는데, 그때 학교가 막 수도여자사범대학에서 세종대로 바뀌던 시기라 사범대학 특성상 규율이 엄격했거든요. 처음엔 교수님한테 엄청 혼났어요. 무용은 안 하고 딴짓만 한다고요. 저는 교수를 꿈꾸며 사는 평범한 무용학도였을 뿐인데 그렇게 얼떨결에 공채 탤런트가 됐죠. 이후 1년 동안 정말 하루도 안 쉬고 정신없이 보낸 것 같아요. 코카콜라, 킨사이다, 코닥필름, 한국화장품 등 CF만 30~40편 정도 찍었으니까요. 그게 대단한 일인 줄도 몰랐어요. 제겐 너무 느닷없이 들이닥친 변화로 그저 월급이 19만 8,000원이던 시절, 30만원을 주니까 좋은 게 다였죠. 그렇게 1년 뒤, 일이 차츰 줄어들어 다시 학교를 가려고 했는데 당시 학교에선 비키니를 입고 찍은 대선주조 광고 때문에 휴학을 권유하더라고요. 그렇게 배우로 눌러앉아 지금까지 온 거예요.
타고난 건 하나도 없어요. 철저한 노력형이죠. 마음먹고 먹으면 10kg도 금방 찔 타입이에요. 어제는 <우먼센스> 촬영을 앞두고 냉장고 문을 얼마나 열었다 닫았는지 몰라요. 저 자신을 너무 잘 아니까 혹독하게 스스로를 제어하는 편이에요.
최근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가 종영했어요. 평소 배우 김선영 씨의 엄청난 팬이에요. 처음 <편의점 샛별이> 섭외 전화가 왔을 때 "지창욱 엄마 역할이면 할게요"라고 했는데 그 역할은 이미 김선영 씨가 낙점됐다고 하더라고요. 무조건적인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죠. 정말 엄청난 연기력의 소유자잖아요. 그런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게 촬영 내내 정말 행복했어요. 실제로 호흡을 맞춰보니 그녀의 연기력에 더 감동받게 됐죠.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많이 출연했는데 그들과 견주어 최소한 내 부족한 연기력을 들키진 않았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워요.
도도한 사모님 외의 모습도 보고 싶어요. 그러니까요. 왜 안 시켜줄까요? 사람들은 제 겉모습만 보고 제가 굉장히 도회적이고 우아할 거라 생각해요. 사실 연기는 분장하기 나름이잖아요. 푸근하고 인간적인 역할도 많이 제안해줬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제가 MBC 드라마 <구암 허준>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그때 감독님이 <대장금>의 조감독인 김근홍 감독님이셨는데 저한테 즐길 수 있는 배역을 한번 해보라며 기회를 주시더라고요. 박철민 씨랑 부부인 '함안댁'이라는 캐릭터로, "뭐라 쳐 씨부리샀노~"라며 함안 사투리를 걸쭉하게 쓰면서 부부간의 유쾌한 케미를 선보이는 역할이었어요.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아요. 틀에 박힌 사모님 역할을 벗어나 즐기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리얼리티 예능은 어떤가요? 전 사실 <명랑운동회>와 <가족오락관>으로 뜬 케이스예요. 무용을 했기 때문에 몸을 쓰는 <명랑운동회>에서 활약을 많이 했고, <가족오락관>에선 퀴즈를 척척 맞혀 오디오, 전자레인지 등 살림살이를 싹쓸이했죠. 나중엔 상품이 차고 넘쳐 팔기까지 했을 정도예요. 그러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고 TV를 같이 보는 시기가 되면서부터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줄였어요. 연기자가 예능에 나와서 사생활을 다 오픈하는 게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데 주변에서 가정사를 빌미로 상처를 받진 않을까 걱정이 됐거든요. 그때부턴 연기에 집중을 했어요.
악플에 상처도 받나요? 엄청요. 막 부들부들 떨어요. 너무 답답해서 내 마음을 다 열어 보여주고 싶고 그래요.(웃음) 오히려 의젓한 유비가 절 다독여줄 때가 많아요. 그러려니 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라며 제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죠.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유비의 SNS를 보는데 이유 없이 악플을 다는 악플러가 한 명 있더라고요. 참고 보다가 "얼굴만 예쁘지 별로네"라는 한마디에 뚜껑이 열리고 말았어요. 저도 모르게 "너 누구니"라고 대댓글을 달고 말았죠. 기사까지 날 줄은 몰랐는데, 제가 아닌 딸에게 악플을 단 것을 보고 엄마로서 순간 욱했나 봐요. 누구나 괜히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이해해요. 그런데 꼭 그러한 이유로 상대방에게 상처까지 줘야 할까요?
두 딸이 배우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고요. 너무 힘든 길이니까요. 약간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 이 세계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반대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유비는 저 몰래 오디션을 보고 촬영 전날에야 사실을 털어놨어요. 제가 꺼낸 첫마디는 "엄마가 맞았던 화살을 이제 다 네가 맞게 될 텐데 감당할 수 있겠니?"였죠. 유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내일 당장 촬영인데 현장 분위기를 너무나 잘 아는 사람으로서 무작정 가지 말라 할 수도 없고, 그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유비를 빨리 잘하게 하는 일이었어요. 사실 시작은 둘째 다인이었어요.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다는 폭탄 발언을 해서 저한테 여러 번 호되게 혼났거든요. 여러 번 전쟁을 치르면서 어렵게 배우의 꿈을 허락받았는데 데뷔는 유비가 먼저 하게 됐어요.(웃음) 다인이가 입은 꾹 다물고 있지만 사실 억울한 게 많을 거예요. 어렵게 쟁취한 일을 유비가 먼저 선수 쳤으니 얼마나 허탈하겠어요.
딸들의 연기를 보면 어때요? 아직 많이 부족하죠. 불안하고요. 100% 시청자 입장에서 지켜보는 건 차마 못 하겠어요. 유비가 MBC 드라마 <구가의 서>를 찍을 때였어요. 촬영장에 들렀다 혼자 집으로 오는데 차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전쟁터 같은 촬영 현장에 걔를 혼자 두고 오는 게 어쩜 그리 슬픈지, 정작 당차고 씩씩한 유비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요.(웃음) 어느 날은 한겨울에 물에 젖은 채 밤새 나무에 묶여 연기하는 신을 촬영해야 한다더라고요. 그럴 때면 마음이 쓰이고 불편해요. 속상하고 불안하기도 하고요.
딸들이 어떤 배우로 성장했으면 좋겠나요? 가장 기본은 대중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는 거겠죠. 그걸 토대로 그것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천 명이든 한 명이든 나를 응원해주고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감사함을 알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요. 또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다신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을 적절히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일찍 가정을 꾸리기도 했고, 멋모르고 시작해 즐기지 못하고 흘려보낸 순간이 너무 많아요. 아이들은 그런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엄마가 되고 배운 것이 있다면요? 많죠. 모든 면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가끔 이런 생각도 해요. 내가 지금 만약 가정이 없거나 가정이 있더라도 내 인생에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뼛속까지 느끼는 감사함이나 슬픔은 결코 경험해보지 못했을 거라고요. 아이들이 "엄마, 나 잘해냈어"라고 행복해하며 걸어오는 전화 한 통에 저는 몇 배나 더 행복해져요. "엄마, 나 지금 이거 하는 중이야"라며 사소한 영상만 보내와도 하루 종일 웃음이 나올 만큼 행복해지죠.
데뷔 이후 처음으로 소속사가 생겼어요. 다들 제가 철저한 소속사의 케어를 받으며 활동하는 줄 알더라고요. 전혀요. 그동안은 독립군처럼 혼자 모든 걸 해내며 일을 해왔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다 컨트롤했죠. 늦게나마 소속사를 찾은 이유는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연기 패턴과 다른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또 내가 달리 포장되는 걸 보고 싶었어요. 더 잘나가고 더 잘되길 바라기보다 배우로서 마감하는 길로 들어서는 이 시기에 서포트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고요. 그래도 40년 가까이 연기를 해왔는데, 연기를 좀 한다는 평가를 들어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훗날 누군가가 제 이름을 떠올렸을 때 예쁜 아줌마, 사모님 전문 배우, 화장품 모델 같은 이미지뿐이라면 슬플 것 같아요.
원미경 언니를 보면 '지난 세월이 잘 스며든 배우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비주얼도, 연기력도, 분위기도 언니가 살아온 경험들과 시간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듯 묵직하고 꽉 찬 느낌이 들더라고요. 언니 연기를 보면서 많이 부러웠어요.
그럼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최근에 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를 보는데 (원)미경 언니가 나오더라고요. 언니랑은 과거에 패션 카탈로그를 찍으며 여러 번 함께한 적이 있어요. 이후 오랜 시간 공백기를 가지고 컴백한 언니를 보는데 '지난 세월이 잘 스며든 배우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주얼도, 연기력도, 분위기도 언니가 살아온 경험들과 시간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듯 묵직하고 꽉 찬 느낌이 들더라고요. 전 쭉 연기자로 있으면서도 그런 분위기를 못 내고 있는데 언니 연기를 보면서 많이 부러웠어요.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연기 잘하는 배우를 보면 늘 너무 부러워요.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멍청해요.(웃음) 똑똑하거나 우아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왜 저는 깐깐할 것 같고 도도할 것 같은 이미지가 됐을까요? 실제로 제가 얼마나 바보 같은 사람이냐면, 미용실에 갔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제게 목례를 하시더라고요. 저도 팬인 줄 알고 가볍게 목례로 인사를 했죠. 그런데 남편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외숙모랑 같이 미용실에 있다며?"라고요. 너무 놀라 얼마나 당황했는지 식은땀이 났을 정도예요. 제가 그렇게 허술하고 바보 같아요. 당차고 야무지고 똑소리 날 것 같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죠. 다시 가서 외숙모님께 인사를 드리는데 종갓집 맏며느리로서 창피해 죽는 줄 알았어요.(웃음)
화장품 사업 이야길 안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직접 사업을 한 건 아니지만, 좋은 제품을 적당한 가격대에 잘 판매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해요. 요즘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제안을 주시는데 전 그때마다 말해요. "고등어를 팔아도 맛있으면 잘 팔 수 있다"고요.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제품'이에요. 아무리 다른 부분이 완벽해도 제품이 안 좋으면 잘될 수가 없죠.
평소 뷰티에 관심이 많았나요? 배우들이 방송국 내 분장실에서 헤어·메이크업을 받을 시절에도 전 제 개인 스태프를 고용해 함께 다녔어요. <대장금>보다 훨씬 전부터 개인 스타일리스트를 대동해 다녔고요. 브라운 셰이딩으로 얼굴 절반을 칠하는 메이크업이 유행할 때도 전 핑크를 칠했고, 속눈썹 연장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일본에서 보고 와 혼자 점막 아래 속눈썹을 붙이곤 했죠. '쿠션'이 우리나라에 막 쏟아지던 시기, 전 별로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진짜 내 피부 같은 밀착력 좋은 파운데이션이 더 필요해 보였거든요. 절 믿고 사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니까 적극적으로 제품 기획에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정말 좋은 제품이 됐을 때 소개했어요. 덕분에 여전히 애용하고 있는 제 뷰티템이 됐죠.
마지막으로 꿈이 있다면요? 아내로서는 고마운 아내이고 싶고 엄마로서는 늘 "엄마!" 하고 뛰어와서 안길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는 "그래 저 역할은 견미리 아니면 못 하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이제 딸들에게 제가 '엄마' 말고도 '선배'라는 역할이 하나 더 생겼잖아요. 나중에 '참 괜찮은 선배'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부끄럽지 않은 배우이자 엄마가 되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곧 다가올 60대와 70대에 대한 생각도 많아요. 세월을 머금은 역할이 제게 주어진다면 잘해내고 싶은 게 1순위고요. 또 사회사업, 봉사활동 등 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대단한 인생의 말년을 꿈꾸진 않아요. 세월과 함께 그냥 무던하게 잘 흘러가는 사람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