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세대와 요즘 세대를 연결하는 연결고리 '뉴트로'.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트렌트를 이끌어 가는 2020년 대표 키워드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요즘, 옛것에 대한 그리움과 갈증을 저마다의 스타일로 가장 잘 표현한 분야에 '패션'을 빼놓을 순 없는 일.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유독 와닿는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Z세대의 패션 아이콘과 90년대를 대표하는 X세대의 패션 아이콘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세 가지의 패션 스타일을 알아봤다.
1. X세대 힙스터 '고소영' , Z세대 힙스터 '제니' & '조이'
고소영
"청바지에 블라우스를 즐겨 입는 센스파로 무공해 맨 얼굴이 매력 포인트"
1993년도 우먼센스에서는 고소영을 '오렌지족을 연상시키는 연기자'라고 칭한다. 당시의 오렌지족이라 하면 서울 강남구에서 자유롭고 호화스러운 소비생활을 즐기는 20대 청년들을 나타내는 '신조어'였고, 세련되어 보이거나 현대적인 느낌을 풍기는 스타에게 붙는 대표적인 '수식어'이기도 했다. 매우 현대적이고 당돌하다 싶을 만큼 감정표현에 있어서 솔직했던 고소영에게 '오렌지족'이라는 표현은 당연했던 일. 개성대로 옷을 즐겨 입었던 스물한 살의 고소영은 청바지에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무광택 버클의 벨트와 운동화를 신는 등 흔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코디를 세련되게 소화했다. 그녀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옷은 청바지. 청바지에 정장 분위기의 웃옷을 입기도 하고, 소매가 없는 민소매 셔츠 또는 재킷을 걸치기도 하는 등 청바지 코디에 강함을 강력히 어필했다.
제니 & 조이
"선천적인 힙스터 재질"
화장기 없는 얼굴과 아무렇게나 묶은 듯한 머리, 공백을 메꾸는 액세서리까지. 90년대 고소영의 스타일링을 보고 있으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인물 두 명이 있다. 센스있는 스타일링으로 주목받는 블랙핑크(BLACKPINK)의 제니와 레드벨벳(Red Velvet)의 조이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개성에 따라 매치해 입으며 연예계 대표 '힙스터'로 자리 잡은 이들의 스타일링은 걸리시함과 힙함을 넘나든다. '곱창 밴드'라고 불리는 '스크런치'를 유행시킬 정도로 뉴트로 룩에 빠진 이들의 패션은 블라우스에 와이드한 바지를 매치하거나, 스크런치 또는 집게핀으로 머리를 대충 올려 묶는 점에서 90년대에 이십대 초반이었던 고소영의 스타일링과 매우 유사하다. 90년대 당시의 압구정 힙과 2000년대의 을지로 힙(힙지로)이 '뉴트로'라는 트렌드 키워드 하나로 이어지고 있는 셈.
2. X세대 모던걸 '박지영', Z세대 모던걸 '크리스탈' & '수지' & '강민경'
박지영
"무늬 없는 단순한 디자인의 모노톤과 원색을 골고루 즐겨 입는 초감각 센스파"
패션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개성을 중요시했던 패션 황금기 1990년대. 당시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스타일 아이콘으로 박지영이 올랐다. 센스있는 사복 센스로 주목받은 박지영은 디자인이 깔끔하고 무늬가 없는 무채색 또는 원색의 옷을 골고루 즐겨 입었으며 편안함을 위해 발에 무리가 가지 않는 낮은 굽의 구두 또는 운동화를 주로 신었다고 한다.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스타일에 맞게 액세서리 또한 최소화했으며 귀걸이나 목걸이는 가끔 애용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정제된 깔끔함에 녹아든 원색의 컬러가 그녀의 톡톡 튀는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특히 그녀가 선보이고 있는 베레모 스타일링은 현재의 밀레니얼 세대 패션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크리스탈 & 수지 & 강민경
"눈이 편안해지는 모던 스타일링"
에프엑스(F(x))의 크리스탈과 다비치(Davichi)의 강민경 그리고 수지는 깔끔하고 모던한 스타일링으로 주목받는 연예계 대표 사복 아이콘이다. '따라 입고 싶은 연예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이들의 스타일링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멋스럽다는 점에서 90년의 패션 아이콘 박지영과 유사하다. 내추럴한 긴 헤어스타일과 최대한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서 선보인 제니, 조이와는 다른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해주고 있다. 때로는 매니시하게 때로는 패미닌하게 기본기에 충실한 이들의 '꾸안꾸 룩(꾸민 듯 안 꾸민듯한 스타일링)'스타일링을 참고한다면 최소 '패션 테러리스트'는 가볍게 면할 수 있을 것.
3. X세대의 개성파 '유호정', Z세대의 개성파 '선미' & '백예린'
유호정
"로맨틱한 롱스커트와 편안한 통바지를 즐겨 입는 만년소녀 타입의 개성파"
내추럴한 메이크업과 귀엽고 편안한 분위기로 사랑받은 배우 유호정. 그녀는 90년대 당시 '개성파' 스타일 아이콘으로 주목받으며 의외의 스타일을 선보였다. 마른 몸매를 커버하기 위해 몸에 달라붙는 옷은 절대 입지 않았으며 통으로 된 청바지와 풍성한 티셔츠 또는 레이스가 있거나 프릴이 있는 요즘 세대들이 말하는 '빈티지'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사진 속 그녀가 선보이고 있는 플로럴 패턴의 베스트 스타일링은 요즘 길거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패션 중 하나.
선미 & 백예린
"로맨틱 빈티지의 아이콘"
90년대 당시의 유호정과 비슷한 보디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선미와 백예린. 이 둘 또한 빈티지한 스타일링으로 유명한 스타일 아이콘이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헐렁한 청바지, 플로럴 패턴의 원피스 스타일링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을 소화하는 이들의 패션에서 90년대의 '개성파' 유호정이 겹쳐 보인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유호정은 빈티지 스타일을 사랑스럽게 표현한 데 반해 선미와 백예린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 필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기본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트리며 찍은 사진 속에서 유호정과는 상반되는 나른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