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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와 동갑 친구예요!

연기자 함은정이 말하는 '티아라 은정'

함은정은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그 사이로, 오랜 시간 응축된 내공이 엿보였다.

On August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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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상·하의 모두 렉토, 이어링 고이우, 슈즈 모노바비.


1995 리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25년 차가 됐다. 아역 스타에서 걸 그룹 '티아라' 멤버로, 다시 배우로 불리기까지 함은정의 여정에는 쉼표가 없었다.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좋고, 그래서 제대로 쉴 줄도 몰랐다던 그녀는 매 순간 에너지를 전부 쏟아내는 것이 익숙했다. 그렇게 20대를 보냈다.

30대의 함은정은 조금 달라졌다.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고 느긋함을 즐기게 됐다. 때때로 해일처럼 밀려드는 위기를, 보다 슬기롭게 대처하는 내공도 생겼다. 함은정의 변화는 <우먼센스> 촬영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우아하고 나른한 무드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동안 좀체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에 경쾌한 셔터 소리가 현장을 가득 메웠다. '티아라'로 활동 때와 비교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말에 함은정은 "이제는 저도 30대가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생기와 활력으로 넘쳤던 청춘은 어느덧 고요하고 단단하게,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함은정은 오는 8월, 연극 <레미제라블>을 통해 첫 무대 연기에 나선다. 모든 처음이 그러하듯, 함은정의 요즘은 설렘과 긴장으로 점철돼 있다. 하지만 조급하지는 않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성실하게, 묵묵하게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함은정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선사할까. 우리는 여전히 함은정의 새로운 얼굴이 궁금하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연극 <레미제라블>을 준비 중이에요. 첫 연극 도전인데 박웅, 오현경, 임동진 등 대단한 선생님들과 함께 하게 돼 늘 긴장 속에서 연습하고 있어요. 연습이 없는 날에도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참석합니다. 관객의 피드백을 현장에서 곧바로 느낀다는 것이 제겐 아직 생소하거든요.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아역 시절에 어린이 뮤지컬 무대에 올랐던 기억까지 끄집어내 연구 중이에요.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가수 생활을 한 덕분에 목청이 좋다는 거예요.(웃음) 콘서트 무대에 자주 오른 덕분에 에너지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제 장점이에요.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길 바라요? '티아라' 무대를 보듯 봐주시길 바라요. '티아라'로 활동할 때를 돌이켜보면, 저는 매 순간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어요. 여전히 '티아라' 은정이 익숙한 분이 많으실 테니 '그때나 지금이나 변치 않고 열심히 하는 애구나' 라 고 생각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무대에서 저만 돋보이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레미제라블> 팀의 조화와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팀에 잘 스며들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함은정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연극인가요? 맞아요. 요즘엔 연극 준비에 푹 빠져 있어요. 이전에 나왔던 모든 <레미제라블> 콘텐츠를 다 섭렵하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기존 캐릭터를 나만의 색깔로 재해석하는 재미가 있어요. 그것 때문에 아마 <레미제라블>이 끝난 뒤에도 무대 연기를 포기하지 못할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제 모습이 보인다는 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에요. 무대를 준비하면서 제작진, 배우들과 치열하게 대화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즐겁고요. 연극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하지 않을 때는 무얼 하나요? 친구들을 만나요. 사실 저는 '티아라' 멤버들을 제외하면 연예인 친구가 거의 없어요. 일반인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데, 만나면 주로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나눠요.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거의 없어 대부분 직장 생활에 대해 고민하더라고요. 반대로 저는 활동 중에 힘들었던 일을 투정처럼 늘어놓기도 해요. 이 업계와는 접점이 없는 친구들이라 오히려 냉정하게 조언해줄 때가 많아요. 수다를 떨고 친구들에게 에너지를 많이 얻는 편이에요.

수다에 연애 얘기가 빠질 수 없죠. 20대 때는 연애 고민을 털어놓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뜨거운 토론의 장이 열렸어요. 근데 지금은 달라요. 고민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지만 섣불리 조언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남녀 사이의 문제는 결국 둘이 해결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자연스럽게 이성을 보는 눈도 조금 달라졌어요. 이제는 서로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관계가 좋아요. 내 모든 것을 던져야 하는 강렬한 사랑은 이제 좀 피곤하달까요. 연애 생각이 없냐고요? 저는 지금 외롭지 않습니다.(웃음) 솔로인 채로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 한창 일할 때라고 생각해요. 연애 이외에도 재미있는 게 너무 많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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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 원피스 레호, 액세서리 모두 아티카.

요즘엔 연극 준비에 푹 빠져 있어요. 나만의 색깔로 재해석하는 재미가 있어요. 아마 앞으로도 무대 연기를 포기하지 못할 것 같아요.

'건강 미인'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지금 그런 얘기를 듣기엔 조금 쑥스러운 몸이네요. 사실 요즘에는 연극 준비 때문에 운동을 잘 못하거든요. 대신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틈틈이 홈트레이닝을 해요. 체력이나 탄력을 유지하려면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는 게 좋겠더라고요. 예쁜 몸매를 가꾸는 데에는 헬스와 필라테스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집단 운동이 여의치 않잖아요. 귀찮더라도,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홈트레이닝을 하시길 바라요.

요즘 취미가 뭐예요? 예전에는 일하느라 바빠서 되도록 머리를 비우고 지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뭘 좋아하는지 한참 모르고 살았더라고요. 그래서 하나씩 탐색하기 시작했죠. 아직 알아가는 단계라 분야가 광범위해요.(웃음) 요즘에는 1980~1990년대 시티팝 장르 곡들을 즐겨 듣고요. 평소에 인테리어나 가구 재배치에 관심이 많아요. 독립하게 되면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게 기대돼요. 미술품 보는 것을 좋아해 갤러리도 자주 방문해요. 제 이름으로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도 있죠. 스케줄이 있을 때 브이로그 콘텐츠를 하나씩 만들어요. 요즘엔 소소한 행복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원두가 맛있는 커피를 마시거나, 푹신한 이불을 덮고 음악을 들을 때 샘솟는 감정들이 좋아요. 틈새 힐링을 즐기는 것도 제 취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30대가 되니 어때요? 안정감을 느껴요. 예전에는 개인적인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면 이제는 감정 컨트롤이 가능해졌어요. 제 행동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됐고요. 일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어린 20대 스태프들과 손발을 맞추는 동시에 저보다 경력이 쌓인 선배들과 일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 제가 끼어 있을 때 세대를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을 잘하고 싶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소통에 장벽이 있을 때,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이 난처하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해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일하기에 급급해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직업이나 나이 상관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중요성을 느끼게 돼요. 제 안에서 벌어지는 이런 변화들이 좋아요. 그래서 저는 20대 때보다 지금이 더 만족스러워요.

성숙해졌네요. 데뷔 때와 비교해보면 어때요?
'티아라'로 데뷔한 지 11년 됐어요. 이제 와 돌이켜보면 제가 변했다기보다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이야 채널과 콘텐츠가 다양해 선택지가 많지만 제가 활동할 당시에는 TV 중심의 미디어가 절대적이었잖아요. 지금보다는 더 주목받기 쉬운 환경이라, 그때 걸 그룹 활동을 했던 게 행운이었던 것 같고요. 반면에 요즘에는 타인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인 게 마음에 들어요. 악플이 많이 사라졌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저 또한 중심을 잘 잡고 가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는 것 같아요.

일찍 데뷔했어요.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득이 있으면 실이 있는 법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다 가질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포기하고 수긍하는 게 빨랐던 것 같고요. 꾸짖음이나 칭찬을 전부 포함해 일반인들이 받을 수 없는 관심을 받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을 잘했을 때 수익도 얻을 수 있죠. 다른 것은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창 바쁠 때는 친구들과 마음껏 놀거나 훌쩍 여행을 떠나본 적이 거의 없어요. 국내외 포함해 가본 여행지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게 싫지 않았어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죠.

힘들 때 나를 지탱해준 원동력이 있나요?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제 원동력은 팬이에요. 저는 팬들을 생각하면 금세 신이 나요. '와! 나 사랑받고 있구나' 라는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그게 저를 지탱해줘요. 전부 고맙지만 늘 그 자리에 있어준다는 사실이 가장 고마워요. 사실 팬심은 연애 감정이랑 비슷해서 좋다가도 틀어질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늘 사랑의 형태가 유지된다는 것이 놀랍고 그저 감사하죠. 활동하면서 나 혼자뿐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많은데, 팬들 덕분에 버틴다는 것을 알아주시길 바라요.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있나요? JTBC <인수대비>(2011)를 가장 좋아해요. 이미 KBS2 <왕과 비>에서 인수대비 역으로 열연을 펼쳤던 채시라 선배님의 아역을 맡아서 연기했어요. 상당한 부담이었죠. 극 중 철없는 소녀가 야망을 품고 궁에서 쫓겨나기까지의 다사다난한 과정을 연기했는데, 정말 많은 공부가 됐어요. 배우로서 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준 작품이라 잊을 수 없어요.

예전 작품들을 보면 기분이 어때요? 요즘에 재방송을 꽤 자주 하더라고요. 볼 때마다 수줍어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러면서도 '내가 연기를 저렇게 당차게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워요. 연기를 잘하는 것과 별개로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보이더라고요. 오히려 그때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해요. 그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잖아요. 똑같은 배역을 받아도 연령대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니까요. 배우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이유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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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블라우스 딘트, 화이트 팬츠 레호, 이어링 고이우.

어떤 상황이 닥치든 변함없이 쭉 내달렸던 제 자신에게 큰 점수를 주고 싶어요. 저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해도 저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해요. 앞으로도 이렇게 흔들림 없이 살아갈 거예요.

'티아라'의 재결합을 기다리는 팬이 많죠? 작년이 데뷔 10주년이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넘어간 게 아쉬워요. 사실 꾸준히 러브콜을 받았고 멤버들끼리도 재결합 시점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뜻은 있는데 각자 사정이 달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빠른 시일 안에 뭐라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티아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요. '너희 이제 좀 어른 같다?' 싶은 모습으로 시작해 다시 원래의 '티아라'를 소환하는 거죠.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웃음)

무대에서의 함은정은 실제 모습과 얼마나 달라요? 제 진짜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티아라' 때 모습이 완전 딴판이라고 말해요. <레미제라블> 배우들에게 '티아라' 뮤직비디오를 보여주곤 하는데, "너 다른 사람 같다"는 반응이 제일 좋아요. '티아라' 활동을 할 때는 스모키 화장에 보이시한 콘셉트를 주로 했어요. 제 진짜 모습과는 갭을 주고 싶었거든요. 지금 말로 '부캐' 같은 거죠. 당시에 "(함)은정이는 성격까지 메이크업을 받는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의 제가 바로 '찐캐'랍니다. 가까운 지인에게는 애교도 잘 부리고요. 경쟁이나 기 싸움도 일절 안 해요. 귀여움받는 게 행복한 사람이에요.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게 몇 점을 주고 싶나요? 어렵네요. 음, 85점 줄래요. 다가올 날들을 생각해 후하게 매겼어요. 높은 점수를 줘야 그만큼 도달할 것 같아서요. 무엇보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변함없이 쭉 내달렸던 제 자신에게 큰 점수를 주고 싶어요. 저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해도 저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해요. 어떻게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어요. 감정에 휘말려서 휘청거리다가는 제 자신을 잃을 것 같더라고요. 매뉴얼이 없는 창조적인 직업이잖아요. 매일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축적되는 것도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살아갈 거예요.

하반기 목표가 궁금합니다. 연극 <레미제라블>이 8월부터 시작해요. 잘 마무리하는 것이 1차적인 계획이에요. 연극이 끝난 뒤에는 다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바라는 것은 팬들과 빨리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거예요.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해외 팬들이 상당히 많은데, 코로나19 때문에 대면하기 힘들더라고요.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빨리 소통을 이어나가려고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민기원
스타일링
박미란
헤어&메이크업
박지현
2020년 08월호
2020년 08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민기원
스타일링
박미란
헤어&메이크업
박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