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sondereve____
IT 업계에 종사하는 홍주연 씨 부부는 일찍이 연애 시절부터 결혼하면 전원주택에서 살자고 마음을 모았다. 사내 커플로 만나 2015년 결혼해 3년간 살던 부부의 신혼집은 분당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였다. 딱히 이사 계획은 없었지만 당시 층간 소음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금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의 모델하우스를 운명처럼 만났다고 아내 홍주연 씨는 회상한다.
“어느 날 경기 광주 카페에 다녀오는 길에 차 안에서 이곳을 봤어요. 무척 근사하더라고요. 남편과 ‘다음 주에 가보자’했는데, 그다음 주가 이 집의 계약일이 됐죠.(웃음) 원래 무언가를 결정할 때 오래 고민하는 편인데 단박에 결정한 걸 보면 이 집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집이 뿌리내릴 터전과 주변 자연 풍경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부부의 마음을 끈 건 3층으로 된 타운하우스라는 점이었다.
“보통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막막하기 마련이잖아요. 타운하우스라서 이미 공간 구획이 된 덕분에 집 짓기 초보이자 주택살이가 처음인 우리 부부에게는 안성맞춤이었죠. 또 3층이라서 공간 활용이 좋을 것 같았어요. 창을 추가하고, 타일이나 주방 가구 컬러만 결정하는 선에서 진행했어요.”
계약 후 집이 완공되기까지 1년이 흘렀고 부부는 2019년 1월 경기 용인에 위치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진짜’에 집중하는 부부의 삶
집은 3층 구조로 1층 거실과 주방, 2층 침실과 드레스룸, 3층은 멀티 룸과 작은 주방으로 구성된다. 1층 바닥은 타일, 2층과 3층 바닥은 우드로 마감했다. 1층에는 마당이 있고, 3층에는 테라스가 있다. 거실과 침실에서는 너른 창을 통해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주연 씨는 이 집의 매력 중 첫 번째는 창을 통해 볼 수 있는 바깥 풍경이라고 말한다. 덕분에 모니터만 바라보는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계절의 변화를 이곳에서는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거실과 침실의 한 벽면은 창이 전부 차지해요. 산과 나무를 화폭에 담은 산수화 같아요. 3층에도 창을 하나 더 냈는데, 내지 않았으면 크게 후회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숲 뷰를 보여주고 있죠. 꽃이 피고 신록이 우거지고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리는 사계절을 품은 창이라 더 애착이 가요. ‘오늘의 날씨’를 알려주는 건 덤이죠.”
디자이너로 나름의 감각을 지닌 주연 씨는 오래전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곳에 이사 오고 집을 예쁘게 단장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동했다.
“신혼집에서는 인테리어에 많은 힘을 주지 않았어요. 그저 막연하게 언젠가 ‘인테리어에 대한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나면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 집을 만나서부터였어요.”
부부의 집은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 많은 물건을 두지 않은 심플함과 모던함 속에서도 곳곳에서 감각이 빛을 발한다. 여백의 미를 지향하는 부부는 가구는 미니멀하게 두고 창과 조명에 포인트를 주었다. 가구는 무채색 톤으로 맞췄고, 러그나 식물이 가진 컬러는 포인트가 됐다.
“전체 톤을 정한 뒤 공간을 구체화하니 어느 부분이 특별히 튀지 않고 하나의 통일된 분위기를 내는 것 같아요. 물건을 많이 두지 않는 건 성격이기도 하지만 나름의 철학이기도 해요. 주변이 지저분하거나 복잡하면 자칫 ‘진짜’를 놓치기 쉽거든요.”
인테리어 아이템을 구입하기 전에는 ‘오래 생각하기’를 적용한다. 보통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 정도 고민하고 구입한다. 가구나 가전 등 몸집이 큰 것은 물론이고 탁상시계나 화병 등 작은 소품도 한 달 정도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니 후회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아이템은 무척 활발하게 제 역량을 발휘한다고. 남편의 조언도 중요한 항목이다.
“구입 전에 오래 고민하고 구입 직전에 남편에게 꼭 조언을 구해요. 남편은 객관적인 데다 넓은 시야를 가진 덕분에 제게 큰 힘이 되죠. 또 지금은 개발자이지만 전직 디자이너여서 그런지 취향이 감각적인 것 같아요.”
일과 휴식의 경계가 없는 일상
부부는 코로나19가 일상을 침범하기 시작한 올봄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IT업계 특유의 유연함이 적용된 사례다. 평일 아침이면 남편은 집의 1층 업무 공간으로, 아내는 3층 업무 공간으로 각각 출근한다. 점심시간에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다시 각자의 일터로 돌아간다. 덕분에 부부는 올해 어느 때보다 집에 오래 머무르며 집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막상 재택근무를 해보니 일과 휴식의 경계가 없기에 생각보다 고단한 일상이지만 집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출퇴근하면서 결코 알 수 없던 것들을 얻었어요. 거실에 햇살이 찬란하게 스며드는 아침 시간과 침실에 볕이 드는 오후의 따뜻한 시간대 같은 것들을 알았죠. 인테리어는 현재진행형이라서 앞으로 변화에 적용할 좋을 팁들을 얻었어요.”
부부는 딩크족이지만 가족이 더 있다. 5살 된 고양이 ‘마리’와 4살 된 ‘율이’다. 그녀는 남편과 일과를 공유하며 마리, 율이와 장난치며 노는 평범한 시간을 사랑한다. 쉬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집’에서만 주어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 그녀는 퇴근 후 대문을 열며 집에 들어서는 순간을 가장 좋아한다. 사계절 중에서는 겨울 풍경을 첫손에 꼽는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시에 탁 트인 숲이 보이고 이사 와서 가족이 된 마당 고양이 ‘삼식이’가 반겨주면 ‘집에 왔구나’ 하며 안도감이 들어요. 또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모두 좋지만 특히 따뜻한 집 안에서, 눈이 내리는 새하얀 겨울 풍경을 감상하는 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 같아요. 작년 겨울, 넷이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던 그 순간의 운치 있는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해요. 한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예요.”
한 해가 가고 있다. 이즈음이면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전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단단한 계획을 세우고, 커다란 다짐을 한 것 같은데 어느 틈에 2020년의 12월이다. 부부에게도 올 한 해는 더욱 속절없이 흘렀다. 올 한 해 내내 집에서 일하며 조금은 단조로웠던 부부는 12월, 소중한 이들을 초대해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왁자지껄 즐기는 특별한 디너를 계획했다. 이 역시 단독주택에 살면서 얻는 시간 중 하나다. 소중한 사람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부부가 더욱 행복해지는 것이기에 부부의 12월은 그렇게 따뜻할 것이다.
COUPLE’S FAVORITE
홍주연 씨 부부의 추억과 일상이 담긴 리빙 아이템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