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물리적 거리 두기 캠페인 역시 연장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3일, 45일간 이어온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할 것을 발표하며 회식이나 모임, 외출 등 일상생활은 허용하지만 기본적인 거리 두기와 방역 지침은 지속적으로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이처럼 타인과의 거리를 두는 일상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고립을 즐기고 멀어진 사회적 거리 대신 자신과의 거리를 좁히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일명 ‘Joy Of Missing Out’의 약자를 딴 ‘조모(JOMO)족’이다.
‘인싸’보다 ‘아싸’
조모족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포모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모(FOMO)족’이란 ‘Fear Of Missing Out’을 딴 약자로 흔히 유행에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FOMO’는 ‘고립 공포감’이라고도 불리는데 소셜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속감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의존하는 이가 많아지면서 발생한 사회병리적 현상이다. 현대 사회가 무수히 많은 상호 연계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면서 우리는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FOMO를 호소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포모족은 타인과 네트워킹을 하지 못하는 경우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나아가 사회적 단절에 대한 공포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고립’이 일상이 되면서 오히려 이러한 단절과 소외를 즐기는 족(族)이 나타났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겠다고 선언하는 조모족이 생긴 것이다. 포모족과 반대 개념인 조모족은 스스로 고립됨을 즐기며 온라인상의 불필요한 정보와 과도한 관계를 차단하고 아웃사이더(일정한 테두리 밖에 있는 자)가 되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이들이다. 이들은 밀레니엄 세대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로 손꼽히는 SNS를 멀리하며 자기 계발과 힐링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돌려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을 중요 가치로 삼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히려 모임과 외출을 자제하고 스스로를 사회와 단절시키며 그동안 미뤄왔던 취미 생활과 명상, 운동, 단식, 내면 활동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혼자서 생활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회와의 단절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는 것에서 ‘혼족’ 문화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조모 여행’의 핵심, ‘잊혀지는 즐거움’
온라인 활동이 원활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여행업계에도 ‘조모’ 트렌드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명 ‘조모 여행’이라 불리는 이들의 여행 콘셉트는 단순히 몸만 떠나는 여행이 아닌 정신까지 혼잡한 굴레에서 벗어나 일상과 거리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힐리언스 선마을’도 그중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 10대 테마 코스 치유 여행지’ 중 하나인 이곳은 국내 최초 웰에이징 힐링 리조트로 디지털 기기와 모든 전자 기기에서 벗어나 ‘내 시간의 주인’이 ‘나’가 되는 진정한 휴식을 선사한다. 이곳 내부에서는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전자 제품은 물론 입구에서부터 휴대전화가 먹통이 돼 가장 아날로그적인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연락들을 뒤로한 채 온·오프라인상의 ‘나’라는 존재가 잊혀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식습관부터 운동, 명상까지 현대인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세로토닌 워킹, 힐링 요가, 숲 태교 캠프 등 숙소에 머무는 기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 도심과 단절된 깊은 숲속에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감성 회복을 이룰 수 있다. 관계 속에 존재하는 내가 아니라 나 홀로 존재하는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문객이 크게 늘어 예약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조모족’이 증가하면서 스마트 기기와는 반대로 아날로그와 자연주의로 무장한 제품들 역시 인기를 얻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며 순식간에 사라진 알람시계는 물론 블루투스 스피커 대신 턴테이블 레코드 플레이어와 라디오를 꺼내 든 조모족이 많아진 것.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히려 고립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직장인 K씨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로 혼자 있는 시간이 증가하다 보니 오히려 이러한 ‘고립’을 즐기기 시작했다. 업무 시간 외에는 모든 전자 제품을 꺼놓고 안 좋은 세상 이야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밝히며 “너무 적적함이 느껴질 때면 라디오를 켤 뿐, 쌍방향으로 소통이 필요한 스마트 기기는 최대한 사용을 자제한다”고 공개했다. 사회적·물리적 고립에 대해 소외감 대신 오히려 나를 돌아보고 외로움을 즐긴다는 조모족. 번아웃 증후군과 고립 공포증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반가운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조모족이 되고 싶다면?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추천.
스마트폰 중독 절제 앱 ‘Forest’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스마트폰 중독자들을 위한 앱.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수록 나무가 자라고 숲을 이룬다. 미리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설정해놓은 시간에 폰을 사용하면 자라던 나무가 성장을 멈추고 죽게 되는 것이 포인트다. 나무를 잘 키우면 한 그루가 늘 때마다 코인을 선사 받는데 이 코인으로 새 씨앗을 구입해 울창한 숲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나무 키우기는 세계 숲 조성 시민 단체인 ‘미래를 위한 나무(Trees for the Future)’와 협력해 실제 지구에 나무를 심는 일에도 참여할 수 있다.
28일간의 라이브 명상 앱 ‘마보’
‘마음 보기’의 줄인 말로 혼자서도 전문적인 명상을 경험하고 싶을 때 유용한 앱.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규 가입자 수가 무려 15만 명을 넘어섰다. 심리학을 비롯한 석사 학위 이상의 전공자들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해 전문성을 높였고, 다른 이용자와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해 차별화했다. 이 외에도 내면 심리 치유 앱 ‘마보’는 온라인 라이브 명상과 명상 챌린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명상의 습관화를 추구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코로나 블루’를 겪는 확진자, 자가 격리자들을 위한 무료 명상 프로그램 제공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실에서 1cm 벗어나는 행복 지침서 <1cm 다이빙>
어른들의 행복 프로젝트를 위한 책.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나 누리는 행복에 대해 다양한 팁과 방법을 소개한다. 책은 크게 3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는데 제자리 뛰기, 손목 털기, 숨 크게 들이마시기 등 다이빙 직전의 준비운동으로 묘사된 챕터 주제들이 흥미롭다. 스마트폰보다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식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소확행을 뛰어넘은 최소확행을 누리는 방법까지,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