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책방
불꽃, 먼지가 되다
“술에 취하고 춤추고 웃으면서 거짓말을 늘어놓고 / 사랑을, 밤새 돌아가며 나눈다,/ 내일이면 우리 모두 죽을 운명이니까! / (그러나, 슬프도다, 우리는 결코 죽지 않을 테니.)” -도로시 파커의 ‘이교도들의 잘못’
슬퍼하지 말지어다. 이 시를 쓴 도로시 로스차일드 파커 또한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죽었다. 시처럼, 곧 죽을 것처럼 삶을 불태우며 살았던 이였다. 시인이었고 단편소설가였으며 문학 비평가였고 시나리오 작가였던 그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오가며 모든 장르에서 비상하게 두각을 나타냈던 그녀. <보그> <배너티 페어> <라이프> 등의 잡지에서 드라마 논평을 쓰는 평론가로 글을 쓰기 시작한 그녀는 스물아홉이던 1922년에 ‘그런 작은 그림처럼(Such a Pretty Little Picture)’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소설가가 됐다. 1925년에 출간한 첫 번째 시집 <이너프 로프(Enough Rope)>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1929년에는 자신의 자서전 격인 단편소설 ‘빅 블론드(Big Blonde)’로 오 헨리상을 받았으며, 1937년에는 영화 시나리오 <스타 탄생(A Star is Born)>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거침없고 신랄하기로 유명했고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1920년대에는 뉴욕의 전설적인 비평가였고, 1930년대에는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시나리오 작가였다.
그러나 개인적인 삶은 불행했다. 어렸을 때 고아가 돼 힘겹게 살아낸 그녀는 알코올중독과 이혼, 나쁜 남자와 낙태, 우울증과 자살 시도, 가난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홀로 말년을 보내던 그는 1967년 센트럴 파크 근처 볼니 호텔의 한 작은 방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는 10년간 이어진 ‘알곤퀸 라운드 테이블(Algonquin Round Table)’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맨해튼의 알곤퀸 호텔은 그녀가 한때 살았던 곳이다. 지금도 1106호는 ‘파커 스위트’라는 이름으로 특별하게 취급받는다. 1919년에 만들어진 이 모임은 당시 미국 문단에서 가장 유명한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셔스 서클(Vicious Circle)’이 주도한 작가 모임으로, 당대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잡지 <뉴요커> 창립자인 헤럴드 로스, 영화배우 로버트 벤츨리, 하포 마스, 극작가인 조지 S.코프먼, 소설가 에드나 페버 등 시인, 극작가, 평론가, 감독, PD, 출판·언론인, 배우 등이 참여한 이 모임은 그저 점심시간에 둘러앉아 술과 식사를 함께 하며 시사와 문학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게 활동의 전부였지만 이곳에서 많은 예술 작품이 태어났다. <뉴요커> 또한 이곳의 인연으로 창간됐다. 존 F.케네디의 어린 시절 소원 중 하나가 ‘알곤퀸 라운드 테이블’ 멤버가 되는 것이었다는 일화는 당시 이 모임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자유와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할리우드를 경색시킨 반공주의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다 좌파 운동가로 찍혀 미연방수사국(FBI)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 ‘낙인’에 부응하듯 그녀는 자신의 전 재산을 흑인 차별에 맞서 싸우던 마틴 루터 킹과 흑인 인권단체인 NAACP 재단에 기부했다. 그녀가 일으켰던 것은 불꽃이었지만, 그의 묘비명은 겸손하다. “먼지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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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 마음은 ‘봄’입니다>
행복한 갱년기를 위해 ‘다이어트’가 필수다. 저자는 살이 빠지지 않는 원인과 해법을 제시한다. 특정 부위의 살이 안 빠지는 사람에게 유용한 다이어트 방법도 알려준다. 정윤섭, 서울문화사, 1만4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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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시스 마케팅>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무엇인지, 기업과 조직, 개인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김기찬·허마원 카타자야·후이 덴 후안·아이만 타라비쉬, 시사저널사,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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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도 1년밖에 안 남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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