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공백, 나를 돌아보는 시간"
그게 참 그렇다. 이 낯 뜨거운 대사를 누가 이렇게 뻔뻔하게 칠 수 있을까? 이 손발 오그라드는 장면을 누가 이렇게 능청스럽게 해낼 수 있을까? 김은숙 작가의 4차원스러운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배우, 바로 이민호다. 그가 3년 만에 드라마에 컴백했다. SBS 금토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평행세계'를 그린다.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와 누군가의 삶·사람·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의 공조를 통해 차원이 다른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극 중 이민호는 2020년 대한제국 황제 이곤과 조정선수, 수학자를 겸하는 인물을 맡았다. 상대 배우는 김고은이다. 뚜껑을 열자 기다렸다는듯 다양한 반응이지만, 어쨌든 시청률은 10%를 넘기고 있다. 극 초반임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수치다. 볼 게 천지인 OTT 월드 속에서도 채널을 멈추게 한다는 의미다.
공백기가 꽤 길었다. 어떤가?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 공백기는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단점이나 장점을 돌이켜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인간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일할 때나 사람을 만날 때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할까. 오랜만의 컴백이라 걱정도 했지만 촬영장이 생각보다 낯설진 않았다. 포근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방송을 시작한다고 하니까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한다. 20년 차, 30년 차 배우 생활을 한다 해도 설렘과 떨림은 늘 공존할 것 같다.
공백기를 지나며 어느덧 30대가 됐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한다. 이제는 뭔가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30대가 된 만큼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
'이곤'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달라.
대한제국의 3대 황제이고, 조정선수이자 수학자이기도 하다. 대본을 읽고 수학, 물리학 책을 보고 물리학 강좌를 들어보기도 했는데 어려웠다. 심플하게 생각했던 점은 '이과형'이라 불리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명확한 답을 좋아해 풀이하는 시간 동안 진중하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선 답답할 수 있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이 있는 유형의 사람이다. 이곤이 그렇다.
극 중 배경이 독특하다.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이다.
배경이 되는 대한제국은 실존했던 대한제국이 아니라 가상으로 만든 드라마 속 제국이다. 나 역시 초반에 대본을 볼 때는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이 헷갈렸는데, 영상을 통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은숙 작가와 재회한 소감도 궁금하다.
3년간의 공백 끝에 어떤 모습으로 인사드려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작가님이 연락을 주셨다. 감사하게도 너무나 욕심이 나고 잘해내고 싶은 대본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이전에 함께 작업을 했었고, 드라마에서 '김은숙'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과 영향력을 알기에 신뢰와 믿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전작들도 그렇지만 이번 역시 긍정적인 좋은 기운을 주는 동화 같은 스토리다. 참 예뻤다. 대본이 전체적으로 따뜻하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모든 캐릭터가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느낌이다.
김고은과의 호흡은 어떤가?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이 김고은의 장점이다. 어쩔 때는 강렬했다가 어쩔 때는 수줍은 소녀 같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 왜 그런지 눈을 보고 있으면 알 것 같다. 편하게 해줬는데도 아직도 나를 선배라고 부른다. 언제 오빠라고 부를지 궁금하다. 끝날 때까지 안 부르려나 싶기도 하다.(웃음)
주연 배우가 말하는 관전 포인트는?
<더 킹>은 많은 것이 담긴 드라마다. 서사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1인 2역 등 다양한 것이 녹아 있다. 캐릭터의 색다른 변신에 집중해주시면 다양한 시각으로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드라마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면서 즐겁게 시청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