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고 여자
역시 웃음이 답이다
나는 2020년 최고의 코미디 영화를 이미 정했다. 베티 길핀 주연의 <헌트>다. "숨 막히는 인간 사냥이 시작된다"는 카피와 음산한 포스터는 액션 스릴러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헌트>의 개성은 시쳇말로 '약 빨고 만든 것 같은' 미국식 정치 풍자 코미디라는 데 있다.
영화 초반,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납치된 사람들이 낯선 숲에서 눈을 뜬다. 보수 정당과 총기협회를 지지하고, 인터넷 댓글에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거짓 뉴스를 퍼뜨린 자들이다. 끌려온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무기를 보급받는다. 하지만 그 즉시 다짜고짜 날아드는 총알과 화살, 폭탄에 줄줄이 죽어나간다. 이 설정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증오와 분노에 찬 할리우드 (좌파)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만든 영화"라고 비판했다.
과연 그럴까? 일부 관객은 반대로 <헌트>가 좌파 'PC충(Political Correct, 정치적 올바름을 사사건건 강조하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엿 먹인다고 환호했다. 인간 사냥에 참가한 좌파들은 사악하고 오만한 이상주의자, 선민의식에 찌든 재수 없는 상류층으로 묘사된다. 그들은 사냥 대상을 정할 때도 인종과 성별을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안배한답시고 토론을 하고, 사람 목을 따면서 "지구온난화는 사실이야, 멍청아!" 따위의 말을 한다. 혹은 "네놈들이 총기 규제에 반대한 결과가 이거다. 맛 좀 봐라"라고 외치고 싶거나. 현실에서 연달아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헌트>가 미국 극장에서 개봉도 하지 못한 걸 고려하면 이 설정이 더욱 아이러니하다.
영화 내내 두 집단은 인터넷 '키배(키보드 배틀)'에서나 봄직한 정치관을 소리 내어 말하는데, 그게 주된 유머 포인트다. 그런데 이 난장판에 우연히 잘못 낀 사람이 있다. 베티 길핀이 연기한 '크리스탈'이다. 크리스탈은 우파 지역에서 끌려오긴 했으나 정치색을 종잡을 수 없다. 그리고 잘 싸운다. 아니나 다를까 군인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적이 있다고 한다. 정치가 인간을 지워버릴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참혹한 결과를 목격한 존재다. 크리스탈에겐 성별, 인종, 계급, 출신 따위는 큰 의미가 없다. 다른 이들이 편견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고 죽어나갈 때 그만은 냉철하게 피아를 식별한다. 크리스탈은 이 철없는 어른들의 위험한 장난에 진정으로 진절머리가 난 것 같다. 그는 단지 살아남는 걸로 만족할 수 없다. 누가 왜 하필 자기를 선택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가 마침내 살인자들의 우두머리 '아테나(힐러리 스웽크 분)'를 만나 나누는 문답은 구구절절 촌철살인이다. 미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독선적인 인간과 회의(會議)하는 인간,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차이를 재치 있게 꼬집는다.
오늘도 인터넷 뉴스나 소셜 미디어에는 아무 연관도 없는 글에 앵무새처럼 정치적 댓글을 남기고 다니는 무서운 정신세계의 소유자들, 뭐 하나 스캔들이 터지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몰려가 물어뜯는 하이에나들이 존재한다. 다들 법은 먹고 다니나 걱정되고 그 부정적 에너지에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럴 땐 영화 <헌트>가 즉효 약이 될 거다. 베티 길핀의 과묵한 얼굴 위로 희미하게 떠오르는 냉소와 울분, 그리고 시원한 액션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해보시라.
글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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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텔과 헨젤>
그림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재해석한 미스터리 판타지 작품. '그레텔(소피아 릴리스 분)'과 '헨젤(사무엘 리키)'이 마녀의 집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과 비밀을 그린다. 6월 중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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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형사>
꼼수로 출세를 꿈꾸다 강제 유턴당한 날라리 형사 '동민(김인권 분)'과 FM 형사 '몽허(얀츠카 분)'가 실종 사건으로 만나 벌어지는 공조 액션 영화다. 웃음이 사라진 극장가에 화끈한 활력이 될 것이다. 6월 중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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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이젼 2020>
지구의 80%를 차지하는 물을 무기로 삼은 외계의 침공에 맞선 인류의 대저항을 그린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제작진이 참여해 최고의 시각효과를 구현해낼 예정이다. 6월 중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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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력>
14살 소년 '차크라'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난 태국에서 겪는 트라우마를 통해 현실을 폭로하는 사회 고발 드라마. 2019년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에큐메니칼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6월 중 개봉 예정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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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가족 같은 타인, 타인 같은 가족의 오해와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누구보다 가까운 혈연지간이지만 때로는 타인보다 낯선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가 '가족'이다. 저마다의 비밀과 상처를 지닌 이들이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섬세한 터치로 그려질 예정이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등을 공동 연출한 권영일 PD가 메가폰을 잡고 영화 <후아유> <접속> 등의 각본에 참여한 김은정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여기에 한예리, 김지석, 추자현, 정진영, 원미경 등 폭 넓은 연령대의 배우들이 라인업을 완성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6월 1일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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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바퀴 달린 집>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가 만났다. 바퀴 달린 집을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앞마당 삼아 살아보는 과정을 그리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출연진은 움직이는 작은 집을 짓고 소중한 이들을 집들이 손님으로 초대해 하루를 함께 산다. 그동안 예능에서 '웃음 치트키' 역할을 했던 성동일,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김희원, 여진구가 어떤 케미를 선사해나갈지 관전 포인트다. 6월 중 방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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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편의점 샛별이>
배우 지창욱과 김유정이 <편의점 샛별이>로 만난다. 4차원 알바생 '정샛별(김유정 분)'과 '허당기' 넘치는 훈남 점장 '최대현(지창욱 분)'이 편의점을 무대로 펼치는 24시간 예측불허 코믹 로맨스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12살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지창욱과 김유정이 최고의 케미를 선사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6월 중 방송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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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의 힐링 로맨스 드라마. 김수현이 5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9년 7월 군 제대 이후 김수현은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6월 중 방송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