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발목 잡힌 사람들
소통의 창구가 늘어갈수록 비밀은 사라지고 있다. 과거의 행적이 자충수가 돼 돌아오기 십상이다. 최근에는 민식이법 제정에 큰 영향을 미친 고 김민식 군의 부모가 다양한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한 유튜버는 제보를 받아, 고 김민식 군의 아버지 김태양 씨가 가해자의 보험사 보상담당자에게 7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서장 집무실을 찾아가 횡포를 부렸다고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고 김민식 군이 부모의 불륜으로 태어났으며, 모친이 일진 출신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 김민식 군의 부부는 해당 유튜버를 상대로 고소했지만 거액을 둘러싼 공방에 대중들의 시선은 여전히 매섭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각각 '지선우(김희애 분)'의 아들 '준영'과 그의 친구 '해강' 역으로 출연한 전진서와 정준원도 직격탄을 맞았다. 정준원은 미성년 나이로 음주와 흡연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질타를 받았다.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듯한 사진을 올리거나, 패륜 발언을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진서는 지나친 욕설이 섞인 언행과 '여혐'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 등을 사용했다고 지적받았다.
학교 폭력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해 가수 효린, 그룹 '잔나비' 출신 유영현 등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데 이어 올해에도 줄줄이 학폭 폭로 글이 게재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원일 셰프의 예비 신부 김유진 PD와 모델 출신 배우 강승현. 김유진 PD는 뉴질랜드 유학 당시 집단 폭행에 가담한 의혹을 받았고, 강승현은 학창 시절 집단 폭행의 주동자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재 두 사람은 각각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계속되는 악플에 김유진 PD 측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음을 호소했지만, '학폭 가해자' 타이틀에 대해 대중은 여전히 냉담하다. 한번 대중의 눈 밖에 나면 호감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 사생활이나 인성에 관한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에서 순박한 이미지로 호감을 샀던 래퍼 마이크로닷은 최근 '두 얼굴'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사기 혐의로 부모가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마이크로닷은 지난 5월 2일, SNS를 통해 "부모님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 저의 부족함으로 상처받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과 대신 피해자를 농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SBS <본격연예 한밤>은 마이크로닷이 피해자들에게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면 주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위기에 빠진 예능가
뜻밖의 사생활 논란은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더 자주 벌어진다. 리얼리티와 신선함이 강조되는 예능에 따라 이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탓이다. 크리에이터나 SNS를 기반으로 한 인플루언서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예능가도 시류에 편승해 비(非)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방영 중인 채널A <하트시그널3>는 각종 논란의 온상이 됐다. 학폭 의혹을 빚었던 이가흔, 버닝썬 관련자들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김강열에 이어 후배를 괴롭혔다는 의혹으로 인성 논란에 휘말린 천안나가 방송에 등장했다. 남녀 출연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이 방송의 묘미였으나, 더 이상 몰입이 힘들다는 시청자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비연예인 출연으로 쏠쏠하게 재미를 봐왔던 MBC <전지적 참견 시점>도 크게 미끄러진 적이 있다. 가수 광희의 매니저 유시종과 개그맨 이승윤의 매니저 강현석이 학폭 및 금전 관계 폭로 글로 하차했기 때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또한 매회 홍역처럼 출연자 논란을 겪는다. Mnet <프로듀스 101>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프로듀스X101>의 연습생 윤서빈은 첫 방송부터 1위 센터 자리에 올랐으나,일진설이 제기된 이후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다. 이 여파로 JYP엔터테인먼트와도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
시청자들은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평가한다. 여기엔 외모는 물론 인성까지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들의 사생활 및 과거 논란을 사전에 완벽히 검증해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더욱 난감하다. 한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최대한 논란을 방지하고자 몇 차례 과정을 거치지만 그들의 과거 행적까지 유추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건이 터져도 결국은 당사자에게 확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 때문에 비연예인들의 출연 자질에 대한 이슈는 도돌이표처럼 계속되고 있다.
과거 논란쯤이야!
한서희
최고의 '트러블메이커'다. 연습생 출신 한서희는 그동안 각종 사건 사고를 몰고 다녔다. 그룹 '빅뱅' 탑, '아이콘' 출신 비아이 등과 함께 마약 사건에 연루됐고 그룹 '몬스타엑스' 원호의 채무 의혹을 폭로했다. <얼짱시대> 출신 정다은과 동성애를 고백했다가 데이트 폭행 의혹을 주장하기도 했다. 거침없는 말투로 숱한 안티들을 양산한 적도 있으나 특유의 당당함으로 여성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박해진
과거 고영태와의 친분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고영태는 2016년 국정농단 당시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얼굴을 알렸다. 한때 펜싱 국가대표였으나 마약 투약 혐의, 호스트 바 경력 등이 공개돼 논란을 낳았다. 이 가운데 과거 고영태와 박해진이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된 것. 당시 박해진의 소속사 측은 "해당 사진이 호스트 사진으로 둔갑해 악의적 루머를 양산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박시후
성폭행 논란으로 한 차례 휘청거린 적도 있지만 안방극장에 완벽하게 연착륙했다. 과거 4년 반 정도 자숙 기간을 가졌던 박시후는 2017년 KBS2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으로 복귀해 <러블리 호러블리> <바벨> 등 드라마를 통해 연기적인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2014년 하반기부터 61주 연속으로 중국 내 한국·일본 연예인 인기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정현
과거 태도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지만 연기력으로 논란을 말끔히 지웠다. 김정현은 2018년 MBC 드라마 <시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여주인공 서현과의 팔짱을 거부하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이거나, 취재진 질문에 성의 없이 답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 후반부에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를 결정해 여러 가지 구설에 휘말렸다. 막 주연 배우로 도약할 시점에 벌어진 안타까운 논란이었으나, tvN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재기했다.
나나
그룹 '애프터스쿨'로 활동할 당시, 일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특히 맥주가 가득 담긴 맥주 컵 앞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돼 뭇매를 맞았다. 데뷔 초에는 여러 구설에 시달렸지만 현재는 배우로 승승장구 중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말끔히 뗀 나나는 7월 방영 예정인 KBS2 <하라는 취업은 안 하고 출사표>에 캐스팅돼 준비 중이다.
이병헌
사생활 논란으로 2015년 연기 인생에 최대 고비를 겪은 바 있다. 당시 걸 그룹 '글램'의 김시원(다희), 모델 출신 이지연은 이병헌에게 "술자리 중 음담패설을 하는 동영상을 찍었다"며 50억을 요구했다. 이병헌이 법적 대응을 하자 이지연은 그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며 연인 관계임을 주장했다. "너, 로맨틱, 성공적"이라는 유행어가 탄생했고 '50억 협박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오직 연기력으로 이를 타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