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좀 살아본 언니들이 모였다. <우먼센스>가 매년 주최하는 K-Queen 콘테스트에서 K-Queen 8기로 선정된 노정명과 한선애, 그리고 좋은연애연구소의 김지윤 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열풍에 힘입어 요즘 기혼자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불륜을 두고, 세 여자의 열띤 수다의 장이 펼쳐졌다.
<부부의 세계> 뒷담화
노정명(이하 노) 다들 <부부의 세계> 봤죠? 너무 핫해서 안 볼 수가 없었는데 보는 내내 결혼제도 자체에 의문이 들더라고요. 다른 사람을 또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결혼은 왜 하는 거지? 평생 혼자 살면서 여러 사람 만나면 되잖아요. 바람을 피웠는데 와이프한테 용서를 구하지도 않고 당당한 게 너무 어이가 없는 거지. 백번 이해해서 외도가 본능이라고 쳐도, 와이프에 대한 예의는 지켰어야 했어요.
한선애(이하 한) 드라마가 전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없잖아. 와이프 능력으로 다 케어해줬는데 어떻게 바람을 피울 수가 있죠?
노 현실에서는 드라마 같은 불륜이 흔치 않은 것 같지만, 있더라도 여자들이 먼저 나서서 밝히기가 쉽겠어요? 근데 남자들은 너무 당당하게 밝히는 것 같아. 사회적 관념이 남자에게만 관대한 것 같아서 여자로서 안타까워요.
김지윤(이하 김) 전 주변에 굉장히 많았어요. 지금 딱 기억나는 건 남자가 외도를 들키고도 아내 앞에서 히죽거리면서 웃은 거야. 아내가 화나서 책을 집어 던졌는데 책 모서리가 이마를 정확하게 맞췄어요. 그때 정신이 들었는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싹싹 빌더래요. 순한 내 아내가 책을 던지다니, 정신이 번쩍 든 거겠지.
한 친구가 '돌싱'과 결혼했는데 전 부인이 외도를 했나 보더라고요. 그 영향 때문인지, 친구가 외출할 때도 많이 간섭한대요. 한 번 겪은 게 있으면 더 불안할 것 같아.
노 간통죄가 폐지된 뒤에는 현장을 완전히 잡기 전까지 불륜 사실을 증명할 길도 없잖아요. 증거 찾겠다고 다니면서 이래저래 고통받을 바에야 바람 피운 남편을 그냥 쿨하게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저는 상간녀 만나서 "나 여태 힘들었는데 고마워. 이제 네가 가져!"라고 말할래요.(웃음)
한 아는 미용실 원장님도 남편이 바람을 피웠는데 한 번은 그냥 봐주시겠대. 폭력 문제 아니면 원만하게 넘어가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도 용서를 구하면 봐줄 의향은 있는데 발뺌한다? 그땐 바로 이혼이야.
노 바람 피운 남자가 100% 또 바람 피운다니까요? 한 번이 어렵지 시작하면 계속해.
한 도대체 남자들은 왜 그렇게 쉽게 유혹에 빠지는 걸까요?
노 성적인 욕구 때문에?
김 말리는 사람이 없어서! 대개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남자의 외도를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잖아요. "들키지만 마라" " 결국엔 아내에게 돌아온다" "돈 없으면 외도도 못 하니 그것도 능력이다" 하면서 너무들 관대하니까.
노 자긴 절대 안 걸릴 거라는 무모한 확신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한 그런 말도 있잖아요. 바람 피우기 제일 좋은 상대는 예쁜 여자도, 돈 많은 여자도 아니고, 그저 낯선 여자라고요.
노 맞아. 남자한테 제일 매력적인 여자는 오늘 처음 본 여자래요. 믿기 어렵지만요. 그러니까 이건 그냥 본능인 건가? 총각, 유부남 나눌 거 없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한 여자랑은 확실히 뇌 구조가 다른 것 같아.
노 남자들은 안 참고 배설하지만 여자들은 참잖아. 여자들은 아이가 생기면 남편도 잘 거들떠 안 보는데 밖에서 다른 남자를 만날 기운이 어디 있겠어요? 육아하다 보면 피곤해서 바람 못 피워요. 설령 외간남자에게 혹한다고 해도, 아이가 내게 주는 행복이 더 크니까 그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한 그러니까 외도는 100% 남편 잘못이라니까요. 보통 여자들은 자기 역할에 충실하잖아요. 저만 해도 제때 끼니 차려주지, 남편 존중해주지. 늦게까지 밖에 나가 놀지도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죠.
외도의 유혹은 섹스리스에서 온다?
노 우리는 섹스리스가 아니라, 말을 못 하겠네.(웃음)
한 분명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김 장기적으로 섹스리스인 부부는 정서적인 결합이 약해질 수밖에 없지. 각자의 외로움이 깊어질 테고 그때 강한 외부 자극이 온다면 당연히 흔들리겠죠.
노 근데 남자들은 바람 피울 때 오히려 부부 관계를 자주 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요? 와이프를 안심시켜야 하니까. 그렇게 부인, 상간녀를 오가다가 성병 걸릴 수 있으니까 이건 진짜 남자들이 조심해야 돼요. 아마 업소 가는 남자들 중에 성병 경험 있는 사람 꽤 있을 걸? 밖에서 옮아오면 와이프는 무슨 죄예요.
한 섹스리스는 정서적인 문제로도 연결되니까, 부부가 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서로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데이트를 하는 것도 방법이고. 이성적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남편이 바람 피울 때 배신감 보다 자존감에 더 타격을 받을 것 같아. '나한테 여성적인 매력이 없나…'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겠지.
김 매력적인 성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좌절감이 크겠죠.
노 하긴, 나한테는 없는 무언가가 있으니 다른 사람을 만나겠지만 그런 거 생각하면 바람 피운 속사정 따위는 전혀 모르고 싶네요.
한 그래도 결혼의 좋은 점도 있잖아요.(웃음) 저는 특히 신랑과 아이가 함께 있는 걸 바라볼 때 만족감이 충만해져요. 결혼하기 잘한 것 같고.
노 애들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지. 그리고 우리 애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빠인 내 남편밖에 없잖아요. 뭐, 의리로 사는 거예요.
한 당연히 의리도 있지. 그거 없었으면 벌써 다른 사람 만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김 남편과 정말 힘들게 싸웠던 시절이 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아. 저는 자기주장이 강한 편인데 남편 아니면 누가 나를 끝까지 받아줄까 싶기도 해요. 내 끝장을 보고도 안 떠난 유일한 사람이 남편이지.(웃음)
한 결혼을 잘 유지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제 꿀팁을 하나 말하자면, 결혼 생활에도 '밀당'이 필요하다는 것. 뭐든 내 기준에 맞추려고 하지 말고 내가 하나 해주고, 나도 하나 받는 거죠.
노 남편을 존중하고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부부 싸움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성장기 아이라면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그게 또 다른 싸움의 불씨가 될 수 있으니까.
한 맞아, 사실 제일 중요하지. 아이가 있는 부부라면 모두 동감할 거예요.
노 부부는 의리를 지켜야 하는 동지잖아요. 진짜 내 편이 돼줄 사람이 누군지, 남편들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경고예요, 이건!(웃음) 그걸 알면 상간녀랑 바람 절대 못 피울걸?
한 결혼 8년 차지만 아직까지 "알콩달콩 백년해로 하자~" 하는 말을 믿는 편이에요. 남편은 평생의 친구니까 함께 잘 걸어가야죠.
김 하루하루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부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는 내 안의 힘으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요.
김지윤 소장이 말하는 부부 관계 솔루션
1 멀어진 부부 사이를 회복하는 방법은?
첫째, 배우자가 평소에 싫어하는 내 행동 중 딱 한 가지만 고쳐보자는 목표를 갖자.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둘째, 한 사람이 집안일을 전담하도록 두지 말자. 집안일은 그 집에 사는 모든 사람의 일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 지금의 가정이 1순위라는 점을 인식하자. 기본적이고 사소한 이 세 가지만 지켜나가도 가정 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2 외도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결혼은 경제적 문제와 양육 문제, 무엇보다 두 사람의 심연의 관계가 얽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지 않다. 외도는 사실 성별 문제보다는 개인 차이인데, 개인의 정서적인 결핍을 부부 관계 안에서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 서로에게 어떤 위로자가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 길을 찾지 못한다면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기혼자들은 외로운 외줄타기를 하게 될 것이다.
3 이혼을 결심했다면, 현명하게 상처를 털어내는 방법은?
단기간이라도 상담을 추천한다. 이혼 후 상처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그간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면서 정서적인 부분도 풀어내는 게 좋다. 위로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 또 관계가 왜 깨지게 되었는지 궁극적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면 다음 인생을 살아가거나 또 새로운 상대를 만나게 될 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