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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의 자전거를 밀다가 손준호가 급 울컥한 사연은?

주안이에게 드디어 네발자전거가 생겼다.

On May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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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전거 타기가 어색한 사랑스러운 아들.


저녁 공연을 앞두고 낮잠을 자던 중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주안이의 새 자전거가 뭔가 불편해 보인다며 한번 봐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런저런 공구를 챙겨 1층으로 내려가니 마냥 신난 주안이가 네발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어디가 불편하냐”는 물음에도 “아빠! 하나도 안 불편해! 나 벌써 엄청 잘 타지? 봐봐~”라며 한껏 들뜬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 곁에서 자꾸 멀어지는 주안이를 아내는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그제야 불편한 점을 하나씩 늘어놓는 녀석. “의자가 조금 낮은 것 같고, 핸들도 낮아 허리가 아프고, 흙과 물을 막아주는 가림막이 발에 닿아 불편하고, 보조바퀴가 더 안정적으로 땅에 닿아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닌가.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걸 보니 어지간히 불편했나 보다. 그러면서도 그렇게나 멀리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 것을 보면 불편함보다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은 맘이 컸던 건가 싶어 웃음이 피식 새어나왔다. 오랜만에 어린이 자전거를 만져보니 어디를 조이고 풀어야 할지, 어디를 만져야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옆에서 주안이는 자기 자전거임을 티 내고 싶은 듯 여러모로 참견을 하고 자기 생각을 늘어놨다. 녀석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여주자 싶어 토론하듯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상당 부분 주안이의 생각에 답이 있었다. 특히 핸들 높이를 조절할 때는 “에이~ 주안아! 이 나사를 푼다고 해서 핸들이 높아지겠어? 그거는 정말 아닌 것 같은데? 다른 곳을 찾아보자!”라고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결국 주안이의 말이 맞는 상황이 벌어졌다. 녀석은 자신의 말이 맞았다는 사실에 흥분한 듯 핸들의 높이를 자신이 맞추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핸들이 통째로 뽑히면서 관련 부속품이 우르르 쏟아지고 말았다. 하나하나 다시 끼워 맞추느라 고생했지만 생애 첫 자전거를 선물 받아 주체하지 못할정도로 들뜬 녀석을 보니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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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접 쓴 플래카드로 생일을 축하해주는 주안이. 2 요즘 녀석과 3D펜으로 노는 재미에 푹 빠졌다. 3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림자놀이까지 섭렵했다. 4 온라인 개학을 앞둔 주안이의 시간표.


나는 잘 알고 있다. 자전거 뒤를 잡고 심장이 터져라 뛰는 나의 모습이, “아빠! 더 빨리!”라고 외치는 주안이의 모습이 훗날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될지를 말이다. 30년 전 나와 내 아버지도 그랬다. 나는 자전거를 배우며 항상 “아빠! 더 빨리!”라고 외쳤고 아버지는 나를 위해 지친 기색도 없이 달려주셨다. 30년 전 그 일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네발자전거에서 보조바퀴를 떼어 내 두발자전거로 만들어주시고 넘어질까 걱정 어린 눈으로 나를 지켜보던 우리 아버지. 이제 내가 보호자가 되어 아들의 자전거를 밀어주고 있다니, 마음 한구석이 괜히 울컥해지는 기분이다.

요즘은 내가 자랄 때보다 아이들에게 경험하게 해줄 게 아주 많다. 그러나 내가 가진 좋은 추억들이 주안이에게도 빠짐없이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내 손으로 직접 보조바퀴를 떼어주고 주안이가 두발자전거를 쌩쌩 타는 그날까지 아들의 모든 몸짓과 표정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 사랑해, 손주안!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
2020년 05월호
2020년 05월호
에디터
김두리
손준호
사진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