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ovemuse
멀리서 봐도 흔치 않은 아이보리 컬러 외벽 타일과 유니크한 창문의 위치가 돋보이는 집. 1층은 남편 이승리 씨의 숍, 2층은 복층과 같은 좁은 창고형 공간, 그리고 3층이 주인공인 이주애 씨 부부의 보금자리다. 나무 계단을 오르면 왼쪽으로 펼쳐진 거실 공간이 야외 테라스까지 일렬로 쭉 뻗어 있어 탁 트인 시원함이 전해진다.
분명 부부 둘이 사는 신혼집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쿠킹 스튜디오에서나 볼 법한 사이즈의 대형 아일랜드가 눈에 띈다. 주방, 거실, 테라스로 이어지는 중앙 공간은 실제로 집주인의 의도로 일렬 줄 맞춤으로 탄생됐다고. 이주애 씨는 롱보드 크리에이터 활동하고 있지만 미술을 전공한 감각을 숨길 수 없는 듯 집 안 전체의 구성부터 자재 하나하나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 구했다고 한다. 집을 짓기 시작할 때 예상한 건축비보다 다 지었을 때의 건축비가 훨씬 많이 나오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주애 씨의 남다른 노력으로 예상 금액보다 훨씬 절약한 특이한 케이스가 되었다고. 그 정도로 애정을 쏟은 이 집은 이주애·이승리 부부의 첫 신혼집이라고.
“둘 다 지방 출신이라 처음에 신혼집을 서울에서 알아봤어요. 터무니없이 비싸기만 하고 맘에 드는 집을 찾을 수가 없었죠. 부모님의 권유로 서울 근교에 땅을 사고 건물을 짓기로 했어요. 서울의 전세금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린 셈이죠. 물론 대출도 받았지만 삶의 질이 훨씬 높아져 만족하고 있어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이주애 씨와 카센터를 운영하는 남편의 직업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땅을 구입하고 넓지는 않지만 숍과 집을 한 건물에 들이는 꿈을 이뤘다. 오랜 자취 생활로 집에 대한 애착이 있고 실용성, 인테리어 소품, 가구 등에 남다른 관심이 많았던 이주애 씨는 결혼 전 홍대 부근에서 자취할 때도 주인의 허락을 받아 바닥 시공을 직접 했을 정도로 감각과 센스, 경험을 겸비하고 있었다. 부부의 신혼 첫 집을 짓는 일은 두 사람에게 힘듦보다는 모험이고 즐거움이었다고.
부부가 가장 공들인 공간은 주방이다. 미국 대저택에서나 볼 법한 빅 사이즈 아일랜드 조리대는 필수 아이템 1호였다. “둘 다 요리를 좋아하고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해요. 자연스럽게 손님 초대는 일상이죠. 그렇다 보니 요리할 일이 많은데, 손님을 마주 보며 요리할 수 있으면서 아주 넓은 사이즈의 아일랜드가 갖고 싶었어요.” 아일랜드 조리대 앞뒤로 넉넉하게 수납공간도 만들었다. 상부장 대신 가로로 넓게 창문을 넣어 자연광을 들였다. 특히 고심한 부분은 아일랜드 상판. ‘박판세라믹’이 멋스러우면서 실용적이라는 장점을 알고 있었기에 직접 제품을 찾아 나섰다. 가장 높은 압축률로 높은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스페인 제품을 찾아 직접 구입까지 했다. 요리를 좋아하다 보니 자유롭게 칼질을 하고 토치를 사용해도 끄떡없어 마음에 쏙 드는 아이템이다. 최소 수량을 구입했음에도 대형 아일랜드 조리대를 만들고도 많이 남아 식탁과 거실 테이블, 선반까지 곳곳에 요긴하게 활용했다. 이렇게 완성된 주방은 디자인적으로 부부 모두의 마음에 들었지만 실용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서브 주방을 한쪽 구석에 만들었다. 아일랜드 조리대와 형제처럼 나란히 놓여 있는 식탁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식탁 중앙에 언더레인지를 설치해 손님을 초대할 때 냄비를 바로 올려 끓여 먹는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이렇게 주방에 공을 들이기 위해 부부가 과감하게 줄인 것은 방이다. “아직 아이 계획이 없기 때문에 방은 잠만 잘 수 있는 침실과 드레스 룸만 만들었어요. 그리고 저를 위한 파우더 룸이 전부예요.” 주방을 중심으로 탁 트인 중앙 공간을 제외하고 방들은 양쪽 사이드로 조용히 숨어 있는 게 특징이다.
거실에는 깨끗한 화이트 벽면에 대형 TV와 오랫동안 발품을 팔아 찾은 인생 소파 외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았다.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이자 매력은 창문이다. 거실과 침실에는 좁고 긴 가로형 창문을 벽면 위쪽에 만들었다. 창문의 시야를 올리면 하늘과 나무 등 자연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남편은 거실 소파에 누워 창문을 올려다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해요. 계절의 변화와 하늘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거든요.” 집순이·집돌이 부부를 위해 안성맞춤이다.
테라스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공간이다. 보통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이름만 테라스인 작은 규모가 아니다. 꽤 넓어서 파티 장소로 그만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바비큐하기 바쁘고, 겨울에는 콧바람 쐬며 쉴 때 그만인 장소다.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요. 처음 건축 계획에는 테라스가 없었어요.(웃음) 솔직히 말하면, 테라스 공간까지 평수에 들어가다 보니 건축비가 너무 높아져 테라스로 만들었어요.” 이왕 만드는 거 집순이·집돌이 부부답게 최고의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애를 썼다. 바닥은 코일매트를 써서 양쪽으로 배수가 잘되도록 만들었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두어 카페 부럽지 않은 공간으로 꾸몄다. “지금은 우리 집의 베스트 공간이 됐죠, 겨울 빼고는 햇살만 나면 자꾸 나가게 되고, 거의 매주 손님 초대를 하게 되더라고요.” 부부 모두 집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다 보니 이 테라스가 주는 일상의 행복이 몇 배나 되었다고.
HER FAVORITE
이주애 씨의 집 곳곳에서 활약하는 리빙 아이템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