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는 얼굴엔 그야말로 생기가 넘쳤다. 컷마다 달라지는 의상에는 재단한 듯 어울리는 표정과 포즈로 화답했다. 채널A 새 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 촬영으로 바쁜 나날이지만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 조연상을 품에 안겨준 드라마 <황금정원> 이후 약 6개월 만의 본업 복귀라 더욱 그랬다. 정시아는 <거짓말의 거짓말>에서 자유로운 영혼 ‘강지경’ 역을 맡았다. 과감하게 스타일링에 변화를 줬고 스스럼없이 망가질 준비도 마쳤다. 정시아 특유의 유쾌함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다채로운 매력으로 다가서겠다는 의지다. 한때 이미지 변신을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밝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하다는 그녀. 어느덧 데뷔 22년 차 정시아는 부딪히고 마모되고 단단해지면서 매일 조금씩 좋은 배우, 좋은 어른, 그리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거짓말의 거짓말> 촬영은 어때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어 앞머리를 자르고 브리지도 넣었어요. 원래는 캐릭터 분석이나 애드리브, 동선까지도 계획하고 준비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최대한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상황을 즐겨보려고 해요. 좀 더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배우 정시아는 평소와는 또 다른 사람일 것 같아요.
보기보다 자유롭지 못한 성격인데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오랜 시간 연예계 일을 하다 보면 단순히 직업처럼 느껴져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거든요. 연기는 항상 저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SNS를 통해 또 다른,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소통해요. 촬영이 없는 날에는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엄마, 아내, 며느리잖아요.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도 많이 나누고 있고요.
평소에 아이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나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외출하지 않은 지 두 달 정도 됐어요. 요즘에는 함께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봐요. 학교에 못 가니까 집에서 공부를 시키기도 하고요. 준우가 5학년인데 생각보다 문제 수준이 높더라고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말만 하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아 저도 같이 문제집을 풀어요. 틀린 문제를 직접 설명해주다가 가끔은 목이 쉬기도 해요. 선생님들의 위대함을 느끼고 있어요.
오늘처럼 엄마가 스케줄이 있을 때는요?
그래서 아이들의 하루 공부량을 미리 정해놔요. 이렇게 말하니 공부만 시키는 엄마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아요. 같이 게임도 하거든요. 마냥 못하게 막아서 혼자 몰래 하는 것보다 부모 통제하에 건전하게 함께 하는 게 정서적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 유대 관계도 돈독해지는 것 같고요. 무엇이는 함께하는 친구 같은 엄마이고 싶거든요.
연예인 집안이잖아요. 아이들이 연예계 진출을 꿈꾸진 않나요?
온 가족이 TV에 나오다 보니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준우는 제 작품 대사를 함께 맞춰주는 담당이에요. 한 번 도와줄 때마다 1,000원씩 알바비도 주고 있어요.(웃음)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지금은 자기나름으로 캐릭터 분석까지 해줘요. 내 아이들이 대본을 맞춰주는 날이 올 줄이야…. 상상도 못 한 일이라 재미있고 행복해요. 준우는 감독이 꿈이고 서우는 화가가 꿈이에요. 둘 다 타고난 예술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와 엄마 사이의 균형 맞추기가 참 어렵죠?
순간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촬영이 있을 때는 촬영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아이들과 집안일에 올인하는 편이에요. 지금이 아이들에게는 무척 중요한 시기잖아요. 엄마로서 당연한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걸 받아들이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아이들을 위한 엄마 역할도 결국 내 인생이라는 것 말이에요.
동안 미모로 유명해요. 관리 비법이 있다면요?
한식을 좋아하는데 밥은 절반 정도만 먹어요. 다이어트가 필요할 땐 저녁을 굶고요. 야식을 먹었다면 다음 날 유산소 운동과 반신욕을 꼭 해요. 과격한 운동보다는 요가나 스트레칭 위주로 하고 있어요. 여러 역할을 소화하다 보면 항상 정신없고 바쁜데 요가는 멘탈도 함께 치유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아침에는 눈 뜨자마자 미지근한 물 한 컵으로 자는 동안 빠진 수분을 채워줘요. 노화는 결국 수분과의 싸움이더라고요. 저에게 맞는 수분 크림을 바르고 자요. 비싼 크림보다는 저렴한 제품을 듬뿍 발라요.
늘 밝은 정시아에게도 고민이 있나요?
예전에는 배우로서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밝은 캐릭터만 맡는 것 같아 그게 고민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밝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해요. 또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아이들의 취미가 곧 제 취미였거든요. 준우가 5학년, 서우가 2학년으로 이제 아이들이 제법 컸으니 이제는 제 자신을 좀 찾아보려고 해요. 취미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고요. 올해 마흔이 된 계기로 ‘나를 찾자’는 게 지금의 고민이자 제 목표예요.
지난해 데뷔 21년 만에 첫 연기상 수상을 하셨죠?
MBC 연기대상 조연상을 수상했는데 저에게는 대상 부럽지 않은 큰 의미였어요. 1998년 잡지 표지 모델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버텨오면서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조연상 수상을 통해 많은 분에게 인정받은 기분이랄까요. 욕심이 생기기보다는 여유롭고 마음이 편해졌어요.
어떤 엄마,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좋은 아내나 좋은 엄마가 되기 이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그래야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가족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에요.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정시아 참 좋더라” 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도 엄마를 존경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올해로 마흔이 됐으니, 중년을 향해 나아가는 제 자신을 인정하고 내려놓을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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