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로 부동산 반등할까?
2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주춤해졌다. 경제활동이 위축되며 부동산 거래도 사실상 실종 상태. 강남구 대치동의 전용 84m² 아파트 가격이 석 달 만에 4억원 넘게 하락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동반 하락하기도 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정부의 자금 출처 조사 등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그러던 중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0% 금리 시대를 맞이하면서 과연 국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처럼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 집값 반등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까?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는 대출 이자 부담이 감소해 매수 심리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많은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금리 인하 효과가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를 했을 때의 모습이 나타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초저금리 시대를 맞았지만 코로나19로 얼어붙은 매수 심리가 쉽사리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15억원 초과 주택은 대출을 받을 수 없고, 나머지 규제 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워낙 심각한 상황이고, 대출 규제도 여전해 사람들이 투자에 대한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청신호인 것은 맞지만, 정부 규제가 강한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 영향이 크지는 않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생각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영향보다는 코로나19 장기화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는 부동산 시장도 피해 갈 수 없어 집값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즉 코로나19 사태가 기업 실적과 가계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다. 장기간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한계 기업들도 빚을 내 버티는 ‘좀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난을 맞는다면 연쇄 도산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어려움은 곧 가계소득으로 연결된다. 가계소득 감소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경기 침체의 큰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보유하던 주택이나 상업용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부동산을 산 갭 투자자들이 자금 부담에 맞닥뜨릴 수 있다.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이 기업용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러한 여러 상황이 맞물려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부추길 수도 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이 안정적인 방향으로 잡히고, 글로벌 경기가 빨리 회복기를 맞이한다면 이번 금리 인하로 인해 수도권 비규제 지역 등에 유동성 자금이 몰릴 수 있어 풍선 효과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을 제외하면 별다른 투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 리스크로 인해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갭 메우기가 가능한 중저가 시장이나 신축 아파트, 청약 시장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금리 인하로 중도금 대출을 받고 있는 분양 계약자들의 금리 부담은 줄어들게 됐다.
부동산이 안전 자산이라는 심리는 크게 흔들림 없이 여전하다. 따라서 집값은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비대면이 가능한 청약 시장의 경우 견본주택을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대체해 처음 우려와 달리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중기적으로는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인기몰이 배당주는 안전한가?
증권가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뚜렷하게 진정될 때까지 투자에 절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의 어려웠던 상황을 복기하며 학습된 투자를 감행하는 이들이 많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믿으며 지금의 상황을 저점으로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로 코스피가 추락하는 것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은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빚까지 내면서 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이는 물량이 많아 향후 주가가 반등하더라도 매물이 쏟아지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 “단기 투자처를 찾는 것보다는 우량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는 주식시장에서 각광받는 것이 바로 배당주. 기업이 매년 같은 금액을 배당한다고 가정하면 주가가 하락할수록 배당수익률이 올라간다. 은행, 지주사, 리츠(부동산투자신탁), 우선주 등이 대표적인 배당주이다. 고배당주는 은행, 통신, 전기, 가스 등 성장세는 크지 않지만 경기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경기 방어주가 대부분. 시장 불확실성이 큰 요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연말에 배당을 받으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우량주에 개인 순매수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배당수익이라도 챙길 수 있는 배당주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경우 기업이 배당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배당금을 받아도 주가가 더 많이 하락하면 주식을 처분할 때 손실이 날 수 있다. 배당이 투자의 판단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추이를 지켜보면서 분할매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자산관리에서도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금을 보유하고 관망하는 것이 낫다. 투자뿐 아니라 경제활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 매각이나 신규 투자는 미루는 것이 좋다. 실물경제 회복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산 유동화를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이기 때문에 회복 가능성이 나타날 때까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19 불황과 전쟁 중인 지구촌의 경기부양책
지난 3월 17일 11조 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구·경북 지역 지원 예산을 1조원 이상 늘리고, 전국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지원도 2조원 이상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음압병실 확대, 마스크 생산 인센티브 등 코로나19 대응 예산도 추가됐다. 중소 자영업자에 대한 부가세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코로나 세법’도 처리했다.
또한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직접 타격을 입은 중위소득 100% 이하에 해당하는 117만 7,000 위기 가구에 대해 최대 50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하는 등 지자체별로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의 경기부양책 움직임도 활발하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3월 12일 176억 호주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조 4,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그중 67억 달러는 노동자들 임금과 연동해 현금으로 지급한다. 3월 말부터 저소득층 600만 명 이상에게 750달러(약 57만원)씩 지급한다.
덴마크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된 경기 침체로 실업 위기에 처한 일부 민간 부문 근로자들에게 최대 75%의 임금을 보전해주기로 결정했다. 최소 30% 이상의 근로 인력을 해고해야 할 만큼 위기에 몰린 기업이나 50인 이상의 사업장이 그 적용 대상. 오는 6월 9일까지 약 7만 명의 근로자가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전방위 비상대책 수립에 나섰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다.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확대, 대기업 지원을 위한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매입 한도 증액, 중소기업자금 조달 지원을 위해 민간 금융기관에 0% 금리 대출 신설 등이 포함돼 있다.
중동 국가들도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은행 결제대금 6개월 유예 등을 포함한 500억 리얄(약 16조 2,600억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내놨다.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관광·운송 분야 기업 등에 총 1,000억 디르함(약 33조 2,5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