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한정서 너 나 좋아 싫어?’를 외치며 극 중 짝사랑을 이어가던 아역 이완(한태화 역)과 그의 짝사랑 상대였던 박신혜(한정서 역). 4회차에 걸쳐 끝나버린 아역 에피소드가 너무도 강렬했던 나머지 시청자는 아역에서 성인역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제작진 역시 두 사람의 케미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걸까. 드라마 종영 후 3년 만에 재회한 이완과 박신혜는 <천국의 계단> 프로듀서가 연출한 '천국 시리즈'의 완결판인 <천국의 나무>에서 한국인 '윤서'와 일본인 '하나'로 분해 슬픈 로맨스 연기를 펼치며 안방 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천국 시리즈'답게 <천국의 나무> 역시 슬픈 사랑의 연장선이었지만, 당시의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센스있는 캐스팅 덕에 이완과 박신혜의 멜로 연기를 한 번 더 볼 수 있었다며 드라마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이후 박신혜와 이완을 잇는 명품 아역배우가 대거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안방 극장가에서는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아역 커플을 그리워하는 시청자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관심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소위 말하는 드라마 덕후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아역 커플엔 누가 있을까? 언젠가 꼭 한번 로맨스 드라마에서 재회했으면 하는 그때 그 시절의 아역 커플 5쌍을 알아보았다.
해를 품은 달
여진구 X 김유정
방영 당시 42.2%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궁중 로맨스 드라마 MBC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 '해품달'의 주역인 김수현과 한가인이 있기 전 애틋하고 가슴 절절한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역 커플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여진구와 김유정. 당시 16살, 14살이었던 두 사람은 어린 왕세자 ‘이훤’과 양반가의 여식인 ‘허연우’로 분해 나이가 무색할 만큼의 애틋한 로맨스 연기를 선보였다. 혼인을 약속한 후 주변의 계략에 의해 서서히 목숨을 잃어가는 연우(김유정 분)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며 오열하는 이훤(여진구 분)의 가슴 절절한 연기에 안방극장은 눈물바다를 이뤘고, 총 20회 분량 중 6회차에 걸쳐 열연한 이들의 ‘명품 연기’는 극의 초반 분위기를 이끄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대로만 자라다오’라는 시청자의 바람과 함께 준수하게 잘 자란 여진구와 김유정. 당시의 '해품달' 애청자는 어릴 적 못다 이뤘던 두 사람의 로맨스가 다른 작품에서라도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해품달' 이후 tvN <왕이 된 남자>와,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한 차례 사극 연기를 펼친 두 사람이 로맨스 사극에서 재회하게 된다면? '해품달'을 넘어서는 또 다른 국민 사극이 탄생하게 될지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김수현 X 남지현
2회분 등장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증명한 아역 김수현과 남지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고수의 아역과 한예슬의 아역으로 분한 두 사람은 첫 등장부터 흡입력이 있는 연기를 선보여 드라마에 대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특히 고수의 아역으로 등장한 신예 김수현에 대한 관심이 집중돼 새로운 라이징 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다방의 마담인 엄마를 따라 시골로 상경한 냉정하고 차가운 차강진(김수현 분)이 밝고 따듯한 마음을 가진 여고생 한지완(남지현 분)을 만나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뜻하지 못한 사건 사고로 인해 헤어지게 되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이끌리는 과정을 애절하게 그려낸 김수현과 남지현의 연기에 아역에서 성인역으로 넘어가는 것을 아쉬워한 드라마 애청자는 “김수현과 남지현 커플이 계속 가면 안 되냐”는 반응을 보이며 이들의 연기에 호평을 쏟기도. 멜로 고수 <발리에서 생긴 일>의 최문석 PD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경희 작가의 작품인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아역의 정석을 보여준 김수현과 남지현. 어른들의 이야기만큼이나 애틋한 연기를 펼쳤던 두 사람이 또 다른 정통 멜로 고수를 만나 가슴 절절한 사랑을 연기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보고싶다
여진구 X 김소현
<해를 품은 달>에서 여진구를 짝사랑하는 상대로 등장했던 김소현은 같은 해 MBC 드라마 <보고싶다>를 통해 주인공의 아역으로 여진구와 재회했다. 재벌 3세 엄친아 한정우(여진구 분)와 살인범으로 몰린 전과 8범 아버지로 인해 온갖 멸시를 감내하고 있는 비운의 여중생 이수연(김소현 분). 열다섯,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이들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외로움을 마주하며 가까워 지지만 어른들의 욕심으로 인해 파란을 겪게 되고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이제 막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된 학생의 순수한 감성과 어린 나이에 마주하게 된 비극의 고통을 성인 연기자 못지않게 표현해낸 여진구와 김소현에게 네티즌은 흠잡을 데 없는 명품 연기라며 찬사를 보냈고, 첫 스타트를 잘 끊은 아역의 열연으로 인해 <보고싶다> 또한 많은 관심 속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극 중 역할에 녹아들어 애절한 감성 연기를 펼쳤던 여진구와 김소현. 탄탄한 연기력으로 멜로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두 사람이 같은 작품에서 재회할 확률은 99.9 퍼센트정도? 슬픈 정통 멜로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 작품 속에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될 날을 다 함께 기대해보자.
엔젤아이즈
강하늘 X 남지현
<동백꽃 필 무렵>과 <쇼핑왕 루이>에서 ‘촌므파탈 (촌스러운데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이를 지칭)’을 연기한 강하늘과 남지현. 촌스럽지만 치명적인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두 사람은 2014년 SBS 드라마 <엔젤아이즈>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터널 붕괴 사고로 인해 어머니와 시력을 잃어버린 윤수완 (남지현 분)과 사고 수습 중 순직한 소방관의 아들 박동주(강하늘 분)의 만남은 동주의 짝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새벽마다 엄마가 직접 만든 죽을 배달하는 소년 동주는 같은 시각 매일 별을 보러 나오는 수완과 인연을 만들려 노력하지만, 자신을 보지 못한 채 지나치는 수완에게 실망하고 만다. 후에 수완이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 동주는 그녀의 손과 발이 되기로 결심하고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게 된다. 하지만 행복한 설렘도 잠시. 불의의 사고로 인해 두 사람은 또 다른 운명을 마주하게 되고 별을 좋아한 소녀에게 빛이 되어 주고 싶었던 소년의 첫사랑은 그렇게 끝을 맺게 된다. 시청자는 소년 소녀의 순수한 로맨스에 웃었고, 그들의 눈물에 함께 눈물 지었다. <엔젤아이즈>로 최고의 케미를 보여준 두 사람은 이후 서로를 이상형으로 지목해 망붕(망상 분자의 줄임말로 망상하는 특성을 가진 사람)을 유발하기도 해 두 사람의 재회를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게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한다는 강하늘과 남지현. 본투비 밝음을 타고난 두 사람이 후에 <동백꽃 필 무렵>의 황용식과 <쇼핑왕 루이>의 고복실을 넘어선 ‘촌므파탈’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자극적인 소재가 가득한 드라마 판에서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케미가 돋보이는 착한 드라마가 등장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내 마음이 들리니
강찬희 X 김새론
잘 자란 아역의 예로 언급되는 김새론과 드라마 <스카이캐슬>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룹 SF9의 멤버 강찬희. 두 사람의 인연은 2011년 방영된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와 달리 앳된 모습을 보이는 두 사람은 정신 연령이 일곱 살에 불과한 아버지와 살아가는 소녀 봉우리(김새론 분)와 부잣집 도련님이자 후에 불의의 사고로 청각장애인이 되는 차동주(강찬희 분)로 분해 드라마의 주인공인 황정음과 김재원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시골 소녀와 도시 소년의 우정을 연기한 두 아역의 귀여움에 <내 마음이 들리니>는 첫 방송부터 연일 호평이 이어졌고, 사고로 인해 청력을 잃어버린 동주와 화재로 인해 엄마를 잃게 된 우리의 어린아이 같지 않은 눈물 연기에 안방 또한 눈물 지었다. 이후 다른 드라마와 예능에서 여러 번 호흡을 맞추며 인연을 이어간 강찬희와 김새론은 성년이 된 지금까지도 깊은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연기파 배우로 성장한 김새론과 아이돌로 성장한 강찬희. 이십대 초반인 두 사람이 훗날 <으라차차 와이키키> 같은 청춘 드라마에 출연하여 우정과 사랑 사이를 줄다리기하는 남녀 주인공이 된다면? 꽤 괜찮은 청춘 로맨스물이 탄생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