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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인터뷰

민주당 인재 영입 1호(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1번), 척수 장애인 최혜영 교수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낮은 자리에 머물러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정치권의 인재 영입이 이벤트나 쇼잉이라는 비판은 그다음에 생각해볼 일이다. 각 당이 선택한 인재 영입 1호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On March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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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1호 영입 인재(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1번)
"낮은 곳에서 손 내밀게요"

척수장애인 최혜영 교수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1호(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1번) 최혜영(40세) 교수(강동대 사회복지행정학과)는 한국 최초의 척수장애인 재활학 박사다. 휠체어에 탄 최 교수의 눈높이는 늘 낮은 위치에 머물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녀는 국민을 대하는 정치의 위치가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누군가는 '비운의 발레리나'와 같은 수식어를 그녀의 이름 앞에 붙이기도 하지만 최 교수는 인터뷰 내내 현재의 삶을 긍정하고 또 정치인으로서 미래를 꿈꾸는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최 교수의 삶 앞에 특정한 수식어를 붙여 선입견을 만드는 것은 불필요해 보였다. 대신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더 기울여보기로 했다.


Q 영입 발표 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학생들이 무척 섭섭해하더라고요. 지금 1학년들을 제가 전담해 지도하고 있었거든요. 2학년이 되면 진로 상담도 해주고 취업도 도와줘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미안하죠. 축하해주면서도 얼굴은 섭섭한 표정이랄까. 학교는 휴직한 상태입니다. 저는 강의할 때가 제일 행복해요. 특히 '장애 인식 개선' 관련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 얼굴을 보면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게 눈에 보여요. 그래서 항상 강의할 때 에너지를 다 쏟아 그런지 강의실을 나오면 힘이 하나도 없죠. 그래도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Q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직접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장애 인식 개선'이 뭔가요?
장애인을 바꿀 수는 없어요. 그러니 장애와 관련된 생각을 바꾸자는 것이 '장애 인식 개선'입니다. 인식을 개선하는 건 소통의 과정이에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죠. 서로 잘 모르니 오해와 편견이 생길 수 있거든요.'내 생각이 이러니 당신도 바꿔라'가 아니고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고 서로 별다를 게 없다는 걸 설명해주는 교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장애를 부정적인 면으로만 볼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자는 교육을 하는 거죠. 장애인이라 하면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단어가 많이 나와요. 예를 들어 저를 보고 걷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걸 조금 긍정적으로 바꿔보면 저는 걷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법이 다른 사람이거든요. 시각장애인들도 마찬가지예요. 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보는 방법이 다른 사람인 거죠. 어떤 사람은 눈으로 보지만 또 어떤 사람은 손끝으로 볼 수 있고 마음으로도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제 남편은 휠체어 럭비 국가대표 선수를 했어요. 남편의 경우 휠체어를 잘 모는 것도 남들에게는 없는 큰 능력인 셈입니다.

Q 남편과는 어떻게 만나셨나요?
저희는 재활병원에서 만났어요. 남편은 저보다 연식이 어립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제가 연하 남편과 사는 줄 아는데, 그게 아니고 저보다 장애를 늦게 갖게 됐다는 의미예요. 제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렸다면 장애인 문화를 잘 아는 분이죠. 남편이 다친 지 얼마 안 됐을 때 만나 제가 많이 알려주고 도와줬어요. 그런데 운동을 하더니 이제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죠. 휠체어도 척척 차에 실어주고요(2011년 결혼한 남편 정낙현 씨는 수영 선수였다. 다이빙 사고로 아내 최 교수와 같은 척수장애인이 된 정 씨는 이후 장애인 럭비 국가대표 선수로 2014년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Q 살면서 도전을 즐기는 편인가요?
기회의 순간이 자주 찾아오는 거 같아요. 저는 기회가 왔을 때 피하지 않는 편이에요. 어느 의료 회사의 광고 모델을 한 적이 있는데, 사실은 저에게 온 기회가 아니었거든요. 센터의 다른 여성 강사에게 들어온 제안이었는데 그분이 거절했어요. 저보고 대신 해달라 해서 바로 한다고 했죠. 뮤지컬도 마찬가지였어요.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단장님께서 제 이야기를 뮤지컬로 올리려 하는데 직접 배우로 출연해보지 않겠느냐고 하셨어요. 그때 살짝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는 그동안 발레리나로 무대에 설 때 토슈즈와 발레복을 입고 올라갔어요.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첫 무대에 섰을 때 저 자신의 편견이 깨졌습니다. 춤추는 모습과 방법을 조금 달리하면 휠체어를 타고도 얼마든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2013년에는 보건복지부 장애 인식 개선 홍모 모델을 했는데 그때는 배우 이정진 씨와 같이 촬영했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Q 자신의 이름 앞에 꼭 붙이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요?
엄마 같은 사람. 엄마는 따뜻하고 언제든지 나를 지지해주는 존재잖아요. 저는 정치인은 그랬으면 좋겠거든요. 제가 장애인이다 보니 이쪽 분야의 일만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당연히 그분들을 대변하는 게 맞지만, 청년들을 포함해 모든 사회의 영역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약자의 편에 서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도 엄마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죠. 영입 발표 직전까지 시험관아기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휠체어를 타고 검사받고 진료받는 과정이 너무 힘든 거예요. 진료대에 올라가거나 엑스레이 촬영을 할 때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되고 초음파 검사실은 휠체어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였죠. 모든 엄마들, 엄마가 되고 싶은 여성들이 진료 과정에서 편안함,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내 인생의 영입 1호는 누구?

저와 함께 민주당에 영입된 분들 모두를 제 인생에 영입하고 싶어요. 그분들과 지금 스터디를 함께 하고 있는데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영입된 소방관은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참 많은 일을 하신 분이더라고요. 전관예우 다 포기하고 들어오신 지검장 출신, 군 선후배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입당한 군 장성, 사법 개혁에 앞장선 판사님들…. 정치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봐요. 제가 복지 영역의 활동가이지만 안보 분야 전문가, 법률 전문가들 하고도 다 연결돼 있는 거죠. 군에도 복지 분야가 있고 복지 분야의 법률을 만들려면 법률 전문가의 지식이 필요하거든요. 든든한 친구, 동반자가 돼줄 거라 믿어요.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안용호
사진
김정선
헤어
강희
메이크업
주시연(누에베 데 훌리오)
2020년 03월호
2020년 03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안용호
사진
김정선
헤어
강희
메이크업
주시연(누에베 데 훌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