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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에 시동 건 재벌가 며느리 최정윤

2011년 결혼 후 작품 활동이 뜸했던 최정윤이 <우먼센스> 카메라 앞에 섰다. 재벌가 며느리 말고 배우로서 말이다.

On March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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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 리넨 반바지·슈트 모두 H8, 블랙 톱·브라운 가죽 롱부츠 모두 자라.

아이보리 리넨 반바지·슈트 모두 H8, 블랙 톱·브라운 가죽 롱부츠 모두 자라.


배우 최정윤에게는 수식어가 있다. '부잣집 며느리'. 2011년 이랜드 그룹 박성경 부회장의 장남 윤 모 씨와 결혼하며 얻은 수식어다. 방송을 통해 청담동 집을 공개하고, 가족 사이에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점차 '재벌가 며느리'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그렇게 그녀는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질투의 이유가 됐다. 그런데 정작 최정윤은 소극적인 삶을 살았다. 방송 활동에도 제약이 생겼고, SNS도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 남편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을 때는 더 숨어버렸다(최정윤의 남편은 2017년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벌가의 며느리라서 해야 할 것도,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많은 걸 포기한 채 살아왔다.

대중과 거리를 둔 채 지내오던 최정윤이 오랜만에 활동에 나선다. 시작은 가족 예능이다. 다섯 살배기 딸과 함께 출연한다. 자신에게 갖는 대중의 선입견을 깨뜨리고, 남편에 대한 오해를 풀기로 작심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각오다. 그녀다운 정면 돌파다.


실제의 최정윤은 '재벌가 며느리'라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제가 도도하고 여성스러운 줄 아는데, 실제의 저는 시원시원한 성격이에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스타일이랄까요. 그 자리에서 끝을 보기 때문에 뒤끝도 없어요. 내숭과는 거리가 멀죠.(웃음)

활동이 뜸했어요.
결혼 후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간간이 작품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은 후에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저 스스로 아이를 두고 나가서 일할 자신이 없었죠.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일하자'며 미뤄왔던 게 여기까지 왔네요. 또 다른 이유는 제 이미지와 남편의 사건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있었어요. 저로선 아쉬울 따름이죠. 이번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요. 딸과 함께 나오는 리얼리티 가족 예능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배우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어요.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 같아요.
아마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일 거예요. 남편에 대한 안 좋은 여론도 생길 테고요. 그렇다고 숨어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언젠가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인데, 그럴 거면 차라리 빨리 매를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게 가족들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고요. 걱정스러운 건 있어요.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반응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어떤 반응이 나올지 조심스러우면서도 오랜만의 방송 활동이라 기대돼요.

최정윤은 어떤 엄마인가요?
딸이 한창 호기심이 왕성하고 예쁜 행동을 많이 해요. 제가 이성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이와 수준이 잘 맞아요. 다섯 살짜리 꼬마랑 대화가 잘 통하는 게 웃기면서도 신기하달까요.(웃음)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요즘 아이들은 무한 경쟁에 놓여 사람한테도 치여야 하고, 기계와도 싸워야 하고, 게다가 환경도 좋지 않잖아요. 힘든 삶 속에서도 아이에게 행복을 찾아주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엄마가 되고 보니 어떻던가요?
종종 제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물론 아이는 너무 예쁘고, 정말 사랑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기분이죠.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고 나면 정말 힘들어요. 독박 육아이기 때문에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죠. 엄마들이 '산후 우울증'이나 '육아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가족들이 합심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돼요.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엄마라는 생각도 들고요.

독박 육아라….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오늘도 아이를 친정집에 맡기고 나왔죠. '만약 엄마가 없으면 내가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친정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요. 얼마 전에 작정하고 친정집 근처로 이사를 갔어요. 참 못된 딸이네요.(웃음)

어머니는 어떤 분이신가요?
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하는 분이에요. 엄마는 제가 꽤나 크게 될 줄 알았나 봐요.(웃음)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애지중지하면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셨죠. 그런 엄마의 삶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런 걸 생각하면 마음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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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재킷·스커트 모두 유돈초이, 블랙 브라톱 레호.

저더러 왜 일을 하려고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환경인데 왜 일을 하려고 하느냐는 뜻이겠지만, 저는 그 말이 싫어요. 저는 그저 연기가 하고 싶은 배우일 뿐인데 말예요. 다행인 건 저희 시댁분들은 제가 활동을 하겠다고 하면 제 선택을 존중해주는 분들이에요. 다만 '부잣집 며느리'라는 말은 조금 불편해요. 사람들이 짐작하는 제 삶과 실제의 삶은 다르거든요. 저에 대한 시선과 선입견이 가장 힘들어요.

사람 최정윤으로서는 어떤 고민을 하나요?
스무 살 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왔어요. 그러다가 한순간에 엄마가 됐고, '여자' '배우' '사람'이 아닌 '엄마'로 살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지금은 빨리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야 온전한 나로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결혼 후 자연스럽게 은퇴 수순을 밟을 줄 알았어요.
재벌가 자제와 결혼 후 은퇴한 여배우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을 거예요.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또 재벌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싫었겠죠. 가족에게 피해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그랬을 겁니다. 저더러 왜 일을 하려고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환경인데 왜 일을 하려고 하느냐는 뜻이겠지만, 저는 그 말이 가장 싫어요. 저는 그저 연기가 하고 싶은 배우일 뿐인데 말예요. 다행인 건 저희 시댁분들은 제가 활동을 하겠다고 하면 제 선택을 존중해주는 분들이에요. 다만 '부잣집 며느리'라는 말은 조금 불편해요. 사람들이 짐작하는 제 삶과 실제의 삶은 다르거든요. 저에 대한 시선과 선입견이 가장 힘들어요.

SNS를 잘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겠죠?
저는 원래 누구의 말이나 시선에 개의치 않는 사람이었는데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으면서 많이 변했어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모두 조심스럽죠. 제가 어떤 사진 한 장을 올렸을 때 누군가는 그런 제 모습을 불편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소소한 일상을 올린 것뿐인데 "설정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여러모로 신경이 쓰여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이에요. 친구들과 수다 떨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기차지죠. 우울해하지 않는 성격은 다행인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소극적인 성향의 사람이었다면 굉장히 우울했을 거예요. 좋아하는 일도 마음껏 하지 못하는 데다 독박 육아 중이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건 뭔가요?
여행을 좋아해요. 틈만 나면 빈에 가서 열흘씩 머무르다 오곤 했죠. 지금은 엄두가 안 나죠. 얼마 전 영화 촬영 때문에 부산 호텔에 며칠 머물렀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 고요함과 적막함이 너무 좋은 거예요.(웃음) 저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을 싫어해요. 아이 엄마 중에서도 간혹 이기적인 엄마들이 있죠. 자기 아이가 중요한 만큼 남의 아이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최정윤의 인생에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돌이켜보면 대학 시절이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땐 새침데기였거든요. 낯가림이 심해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선 한마디도 하지 못했어요. 그런 제 모습을 사람들은 "세침데기 같다"고 말했죠.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대학 생활이 너무 좋은 거예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밤을 새우며 고민하는 그 과정, 동기들과의 끈끈한 동지애, 열정…. 다 좋았어요. 배우로 활동할 때였는데 아직 데뷔 전인 다른 친구들보다 제 출석률이 더 높았죠. 그러면서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지금의 시원시원하고 칼 같은 성격은 그때 만들어진 거예요. 사람들과 융화하는 법도 알게 됐고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 있나요?
<태릉선수촌>이라는 작품이요. 사는 게 힘들고 지쳐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나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죠. 뉴질랜드에서 <태릉선수촌>의 대본을 받아 보았는데, 이건 꼭 해야겠는 거예요. 그길로 짐을 싸서 서울로 돌아왔죠. 감독님, 배우, 스태프, 누구 하나 빠짐없이 하나가 된 작품이었어요. 한 장면을 찍는 데 몇 날 며칠을 함께 고민하고, 기다려주었어요. 행복했죠.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선택할까요?
물론이죠. 저는 저를 사랑해요. 지금 당장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도 최정윤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배우도 다시 할 거고요. 물론 배우라는 직업이 힘든 건 사실이에요. 감정 소모가 심하죠. 불특정 다수에게 평가받아야 하는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살아요. 마음이 아프죠. 겉보기엔 화려하고 돈도 많이 벌고, 어디에 가도 대접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이 사라졌을 때의 공허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사람으로선 안쓰럽고 불쌍하지만 그래도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다시 선택할 거예요. 최정윤이 최정윤을 사랑하듯, 이 직업도 사랑하니까요.

'배우는 OOO다'라고 정의한다면요?
배우는 '사랑받아야 한다'. 배우가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식의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가 사랑을 줄 수 있는 것처럼, 사랑을 많이 받은 배우의 연기가 깊다고 생각해요. 제작자에게, 시청자에게,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야만 아름다운 배우가 될 수 있죠.

최정윤의 2020년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최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는데 배우들의 연기만 보이더라고요.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연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단비 같은 작품을 만나서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정윤은 솔직했다. 에둘러 말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그녀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
김정선
헤어
구미정(제니하우스프리모)
메이크업
화주(제니하우스프리모)
스타일링
고은숙
2020년 04월호
2020년 04월호
에디터
이예지
사진
김정선
헤어
구미정(제니하우스프리모)
메이크업
화주(제니하우스프리모)
스타일링
고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