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고 여자
오스카가 감추고 싶었던 것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휩쓴 건 대한민국의 경사다. 훌륭한 작품이 마땅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영화제 자체엔 아쉬움이 남는다.
<기생충>은 '백인 남자 영화제'라는 비난을 받는 오스카의 절묘한 알리바이였다. 영화도 잘 만들거니와 쇼맨십 끝내주고 성격도 극호감형인 동양 감독이라니 다양성, 변화, 신선함의 아이콘으로 삼기에 완벽하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타면서 여성 투자자, 여성 제작자가 소감을 발표하는 그림도 만들어졌다. 성별의 다양성이라는 구색까지 갖춘 거다. 하지만 누군가 상징을 내세우고 알리바이 만들기에 몰두할 땐 켕기는 게 있다는 뜻이다.
과연 올해도 오스카 주요 부문 후보는 백인 남성 일색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를 "지역 영화제"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그 말에 전 세계 영화 팬이 박장대소하면서 '오호라, 이 패기 좀 보소' 한 건 그게 지극히 반어적인 농담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모든 영화인의 꿈이고, 그곳의 지역 영화제인 오스카는 한 번 후보에 오르기만 해도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오스카 후보에 오른 영화인'이라 불리게 될 만큼 권위 있는 상이다. 후보 구성이 수상자 내역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올해도 '여성 서사의 부족, 여성 감독의 부재'라는 고질적 문제는 그대로였다.
오스카 92년 역사에서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은 다섯 명뿐이고 수상을 한 건 <허트 로커>(2008)의 캐슬린 비글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시상식에 여자 감독이 안 보이는 첫째 이유는 중요한 작품의 연출 기회가 상대적으로 여자들에게 덜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여자 감독들이 일을 안 한 것도 아니었다.
톱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올해 많은 여자들이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다. 내 생각에 (남성 일색인 시상식 후보군은) 매우 널리 퍼진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여자들이 만들었다는 그 훌륭한 영화가 뭔지는 나탈리 포트만이 확실히 알려주었다. 포트만은 오스카 레드카펫에 여성 감독의 이름이 황금색 실로 수놓인 망토를 입고 등장했다. <작은 아씨들>의 그레타 거윅, <허슬러>의 로렌 스카파리아, <더 페어웰>의 룰루 왕, <퀸 앤 슬림>의 멜리나 맷소카스, <해리엣>의 카시 레몬스, <어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의 마리엘 헬러, <허니 보이>의 앨머 하렐 등이었다.
올해 영국 아카데미(일명 바프타, BAFTA)에 감독상 시상자로 나온 배우 레벨 윌슨은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여기 후보에 오른 감독들과 같은 성취를 저는 결코 할 수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용기가 없거든요(I just don't have the balls)." 'the balls'는 남자의 '고환'과 '용기'를 뜻하는 중의적 단어다.
윌슨은 후보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도전을 남자의 전유물로 간주하는 문화, 바프타 감독상 후보에 7년 내리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현실을 두루 비판한 거다. 정말 성공하려면 '볼'을 달고 태어나는 수밖에 없나? 용기는 있는데 고환은 없는 창작자들은 올해도 지역 영화제의 문턱 앞에서 눈물을 삼킨다.
글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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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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