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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로부터 독립한 해리 왕자 부부, 생활비는 어떻게?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영국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이 부부가 그리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On March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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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영국 언론이 일제히 해리 왕자의 발언에 주목했다. 아내인 메건 마클 왕자비와 함께 영국 왕실의 고위 구성원 역할에서 물러나 독립적인 삶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것. 영국 왕실 직계 가족이 왕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건 1936년 미국인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과의 결혼을 위해 자진 퇴위한 에드워드 8세 이후 처음이다. 해리 왕자 부부는 성명에서 “우리는 왕실 일원에서 벗어나 재정적 독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부부는 이 같은 결정을 여왕이나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었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손주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여왕은 “젊은 가족으로서 새로운 삶을 창조하려는 해리와 메건의 바람을 전적으로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우리는 그들이 로열패밀리의 일원으로 늘 함께하기를 원했지만, 여전히 가족의 소중한 일원으로 남아 있으면서 좀 더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소망을 존중하고 이해한다”고 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올해 봄부터 완벽하게 일반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예정이다. 작위와 호칭을 모두 반납할 뿐 아니라 왕실 공무를 중단하고 각종 재정 지원 역시 일절 받지 않는다. 다만 해리 왕자는 왕자로 태어난 만큼 ‘왕자(prince)’ 호칭은 계속 유지된다.
 

사랑꾼의 속사정

독립 선언을 두고 언론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다. 형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의 불화와 사생활을 침범하는 언론 및 파파라치가 독립을 결심한 계기로 추정됐다.

그중에서도 해리 왕자가 왕위를 버리는 데는 왕자비 메건 마클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21세기 사랑꾼’으로 손꼽히며 메건 마클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온 해리 왕자의 모습이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었다.

왕자비 메건 마클은 결혼 전 미국 법정 드라마 <슈츠(Suits)>에 출연해 스타덤에 오른 할리우드 여배우로 이혼, 혼혈, 연상, 미국인, 가톨릭 신자 등 왕실 금기를 줄줄이 깬 현대판 신데렐라다. 지인이 주선한 소개팅에서 만나 ‘믿을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사랑에 빠졌다는 해리 왕자는 “아름다운 그녀가 발을 헛디뎌 제 삶으로 떨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자칭 ‘페미니스트’인 메건 마클은 2018년 로열패밀리가 된 이후 왕실 규범에 도전하는 독립적 여성의 면모를 꾸준히 보여왔다. 금기시되는 ‘공공장소에서의 애정 표현’도 서슴지 않았고, 40년간 이어온 왕실 관례인 ‘출산 직후 사진 촬영’에도 응하지 않았다. 출산 관련 파격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왕실 의료팀을 거부하고 둘라(출산 동반자)를 고용했으며 출산을 둘러싼 모든 세부 사항을 비밀에 부친 것. 영국 언론들은 “세금이 투입되는 삶에 대해 우리 모두 알 권리가 있다” “(메건 마클의 행보는) 국민에 대한 전례 없는 모욕이다”라며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메건 마클이 결혼 전부터 각종 캠페인과 광고 활동을 통해 성차별을 저지하고, 11살 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편지를 써 여성 차별에 반기를 든 일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11살이던 메건이 우연히 설거지를 여성의 전유물로 여기는 주방 세제 TV 광고를 보고 힐러리 클린턴에게 편지를 보내 광고 문구를 수정하게 한 것. 이토록 당찬 여성에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왕족의 삶은 결코 쉽지 않은 생활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또 해리 왕자의 모친에 대한 트라우마 역시 그들이 독립을 선언한 주원인으로 거론됐다.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1997년 파파라치를 피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비극으로 인해 언론과 파파라치에 대한 해리 왕자의 경계심과 공포감이 엄청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해리 왕자는 다이애나비의 죽음과 관련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몇 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당찬 자신감, 자유분방한 행보, 소신 있는 리더십 등 메건 마클은 다이애나 스펜서와 많이 닮았다. 그 때문에 그녀의 과감한 행보에는 늘 수많은 언론의 관심이 뒤따랐고, 그에 대해 해리 왕자가 불안 증세를 보였을 확률이 크다는 것.

해리 왕자는 독립 선언 이후 공식 연설을 통해 “왕자나 공작이 아닌 해리로서 내가 평생 바라온 사랑과 행복을 메건과 함께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내 아내를 위한 것이며 쉽게 내린 것이 아니다.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고 설명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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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의 시작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독립을 선언한 후 세간의 관심은 재정 지원 없이 그들이 어떻게 생활비를 조달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부부가 왕실 공무에서 손을 떼게 되면 왕족 칭호는 물론 유일한 수입원인 왕실 지원금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택 수리 비용으로만 240만 파운드(한화 약 35억)를 지출하던 씀씀이 큰 이 부부가 어떻게 자급자족하게 될지, 부부의 자택으로 사용 중인 윈저성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떠나 어디서 터전을 잡게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먼저, 거처는 현재 메건 왕자비와 8개월 된 아들 아치가 머물고 있는 캐나다가 유력해 보인다. 캐나다는 부부가 휴가지로 자주 찾는 지역이면서, 영국과 북미에서 시간을 보내겠다는 부부의 계획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두 사람의 수입 조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한 투자은행 행사에 동반 참석한 두 사람은 연설 대가로 자그마치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를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부부의 출연료는 다른 영국 정치인보다 10배나 많은 액수로, 재정적 어려움을 걱정했던 이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북미로 돌아간 메건 마클이 다시 연기 생활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유명 감독과 제작자들이 그녀의 섭외를 염두에 두고 러브콜을 보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부부의 남다른 행보에 자유를 찾아 떠난 개인의 삶을 존중한다는 이들과 여자 하나 때문에 무책임한 왕족이라는 평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어찌 됐건 이들이 원하는 건 본질적인 자유와 행복이 아닐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음이 분명한 이들의 선택과 용기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왕위 버린 왕족들

때로는 사랑을 위해, 때로는 커리어를 위해 과감하게 왕위를 버린 왕족들이 여기 있다.
 

말레이시아 국왕 무하마드 5세

24세 연하 러시아 모델과의 사랑을 위해 국왕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스 모스크바 출신 모델 옥사나 보예보디나와의 비밀 결혼식이 국왕 퇴위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히는데, 모스크바 근교에서 올린 결혼식 사진이 러시아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결혼식을 올린 시기에 무하마드 5세가 2개월간 병가를 낸 것에 대해 건강을 핑계 삼아 직무를 팽개치고 결혼을 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일며 결국 퇴위했다. 두 사람은 1년 후 숱한 불화설을 끝으로 이혼했다.
 

영국 에드워드 8세

영국 왕실 역사상 최초로 왕위를 포기한 에드워드 8세. 그는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인 월리스 심프슨을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만다. 두 번의 이혼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왕실에서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자, 에드워드 8세는 “나는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이 없이는 왕의 책무를 다할 수 없음을 알았다”는 세기의 연설을 남기고 왕실을 떠났다. 남은 일생을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서로가 서로의 옆을 지키며 삶을 마감한 두 사람.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린 대표 ‘사랑꾼’이다.
 

노르웨이 마르타 루이스 공주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왕실 작위를 포기한 공주도 있다. 노르웨이의 마르타 루이스 공주는 물리치료사이자 봉사와 의료 활동에 앞장서는 왕족으로 노르웨이 국민의 큰 지지를 받았는데, 어느 날 초자연적인 존재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며 학교를 세우고 천사의 힘을 이용한 치료 방법을 주장했다. 공주가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난이 일자 공주는 왕실 작위를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추구했지만 여전히 왕실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공주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스웨덴 크리스토퍼 오닐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과 실비아 왕비 사이에 태어난 막내딸 마들렌 공주가 미국인 금융가 크리스토퍼 오닐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의 결혼보다 화제가 된 뉴스는 크리스토퍼 오닐이 결혼과 동시에 부여되는 작위를 거부했다는 것. 독립을 유지하며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작위를 거절한 그는 주요 행사 때만 스웨덴 왕실과 함께 등장해 가문의 일원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도 왕실에서 제외돼 향후 직업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게 됐다.

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사진
게티이미지(핸드아웃), 스플래시뉴스
2020년 03월호
2020년 03월호
에디터
김두리
사진
게티이미지(핸드아웃), 스플래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