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은 이미 시작됐다
‘방탄소년단’이 오랜만에 공식 활동에 나선 건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이었다. 본격적인 컴백 활동에 앞서 새 앨범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리로 미국 최대 음반 시상식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1월 26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 2부 무대에 올라 래퍼 릴 나스 엑스, 컨트리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 등과 함께 ‘올드 타운 로드 올스타스(Old Town Road All-Stars)’ 무대를 꾸몄다. 도시의 야경과 한국어 LED 화면을 배경으로 ‘방탄소년단’이 등장, 리더 RM이 릴 나스 엑스에게 문을 열어주며 서울로 초대하는 듯한 무대를 연출했다. 글로벌한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미국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 오른 최초의 한국 가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공연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이 자리에서 2월 21일 공개되는 새 앨범 <맵 오브더 솔 : 7>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해 4월 발매했던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제이홉은 “우리의 앨범과 퍼포먼스를 접하게 되면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된 것이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고, 리더 RM 역시 “자세히 이야기할 순 없지만 기대하시는 어떤 것보다도 좋고 강력할 것”이라고 말해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며칠 후인 1월 28일(현지 시각), 미국 CBS 심야 토크쇼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이하 <제임스 코든 쇼>)에서 신곡 ‘블랙 스완’의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새 앨범의 첫 무대를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먼저 선보인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서 먼저 공개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글로벌 스타가 된 것에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의 <제임스 코든 쇼> 출연은 2017년 11월과 2018년 6월에 이어 세 번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제임스 코든 쇼>가 방송되자 트위터에서 ‘#BTS×Corden’이라는 해시태그가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빌보드 소셜 50’ 차트의 오랜 기록마저 깨졌다. 163주 동안 1위를 기록했던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164주(약 2년 6개월) 동안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신곡 ‘블랙 스완’에 대한 프로모션뿐만 아니라 그래미 시상식의 공연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앨범 활동과 무대 공연에 국한하지 않았다. 최근엔 미술·문화 분야에까지 뻗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철학과 메시지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확장한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 <CONNECT, BTS>가 막을 연 것이다. 전 세계 5개국 22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펼치는 프로젝트인데, 1월 14일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한민국 서울, 그리고 미국 뉴욕 총 5개 도시에서 열리며 3월 27일 뉴욕 전시의 폐막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은 단순히 음악 방송이나 언론 노출로 끝내는 활동이 아닌,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활동을 펼친다. 트레일러 순차 공개 형식으로 컴백 초읽기에 나섰는데, 슈가와 제이홉이 주자로 나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마디로 인트로 영상이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멤버로서 거둔 성공에 따른 책임감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풀어내는가 하면 쉽지만은 않았던 데뷔 후 7년을 돌아보는 등 앨범 콘셉트와는 무관한 개인의 이야기를 공개해 더욱 눈길을 끈다.
인기가 정점에 달하면서 잦은 마찰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영문 표기인 ‘BTS’ 상표권을 둘러싼 기업과의 갈등이 이어졌고(‘분더샵(BOON THE SHOP)’의 줄임말인 ‘BTS’를 등록한 신세계백화점과 ‘BTS’로 디자인된 화장품을 판매해온 트림스코리아와의 분쟁이 대표적이다), 법적 공방 끝에 특허청은 ‘방탄소년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2월에는 멤버들이 소속사와의 수익 배분 문제로 대형 로펌에 법률 자문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빅히트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고, 이를 처음 보도했던 JTBC 손석희 사장이 공식 사과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빅히트 신사옥 직접 가보니
서울 용산 일대가 들썩거리고 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용산 신사옥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빅히트는 오는 5월 중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빅히트가 들어서는 건물은 용산 트레이드센터다. LG유플러스 본사와 인접한 곳으로 지하 7층~지상 19층 규모의 건물로 빅히트는 건물 전체를 임차할 계획. 이곳에 빅히트가 입주하면 용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찮을 것으로 관측된다. 빅히트 신사옥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캐릭터 스토어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늘면 명동·강남·홍대 거리에 이어 외국인 관광지의 메카가 될 가능성 높아진다.
기자가 빅히트 신사옥을 찾았을 땐 이미 완공된 상태였다. 한강이 보이는 대로변에 위치해 있으며 전면을 유리 거울로 시공해 한눈에 봐도 눈에 띄었다. 건물 바로 옆에는 작은 공원을 마련해 직원과 입주민, 방문하는 팬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인근 상점들도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한 상인은 “빅히트가 입주하면 찾아올 팬들 덕분에 상권이 활발해질 것 같다. 실제로 입주 전인 지금도 찾아오는 해외 팬들이 종종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