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잘하고 잘생긴 사람만 섭외했다는 예능 SBS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핸타>)에서 첫 회부터 가장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끈 사람은 모델 문수인이었다. 프로 못지않은 농구 실력에 훈훈한 외모, 훤칠한 기럭지까지 겸비한 그를 보며 사람들은 또 한 명의 '워너비 남친'을 환영했다. 이제 더 바빠질 그에게 서둘러 인터뷰를 요청했다. 아직은 그 인기가 어색한 듯 머쓱하게 나타난 그는 잘생긴 외모만큼이나 멋진 내면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가 빛을 발한 곳은 비록 런웨이가 아닌 농구 코트였지만,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꽤 다양한 곳에서 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지막한 중저음, 맑은 눈빛, 거침없이 당당한 솔직함까지. 그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경청하다 문득 깨달았다. '핸섬하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였다.
요즘 인기가 대단해요.
쑥스럽고, 감사하고 또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갑자기 쏟아진 관심에 정신이 하나도 없고요. 방송의 힘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한동안 활동을 거의 안 했는데, 낯선 존재의 등장에도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나요?
초반에 모델 활동을 시작했을 때 반짝 관심을 받았다가 큰 부상을 겪으면서 대중에게 잊혔던 것 같아요. 워낙에 어리고 잘생긴 모델 친구들이 하루하루 쏟아져 나오니까 오래 쉬고 나니 다시 일을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계속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기다리며 얼굴에 난 상처를 없애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부상으로 인해 인중에 큰 상처가 생겼거든요. 영상 인터뷰나 관계자 미팅을 할 때 상처 때문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 같아 최대한 흉터를 치료하는 데 집중했어요.
무슨 상처인가요?
농구를 하다 부상을 당했어요. 상대방 팔꿈치에 세게 부딪쳤는데 아마 제 치아랑 접촉하면서 인중이 찢어진 것 같아요. 처음엔 코나 치아를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인중의 상처가 제 발목을 잡더라고요. 지금은 레이저와 주사 치료를 통해 많이 나았어요. 흉터 치료 전까지만 해도 엄청 도드라져 보이고 얼굴 중심에 자리 잡아 눈길이 많이 갔거든요. 그래서 원치 않게 몇 년 일을 쉬게 됐어요. 사진 촬영을 해도 클로즈업할 수 없으니 점점 일이 끊겼죠.
힘들었겠어요.
제가 엄청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에요. 벼랑 끝에 내몰릴 때까지 아무리 안 좋은 일이 닥쳐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그런데 이번 공백기는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요. 일을 전혀 할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지고 점점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다 이겨낼 수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해를 거듭하니 저도 점점 조급해지고 속이 많이 상했어요. 그래서 더 감사해요. <핸타> 출연이 그런 시간을 보내던 제게 구원의 손길을 뻗어준 거니까요.
섭외 전화를 받았을 때 어땠나요?
저도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제가 초기부터 캐스팅 멤버였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마 연예인 중에 농구 잘하는 사람을 많이 알아보신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연예인 농구 대회에도 많이 출전했고, 농구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었거든요. 그걸 아는 사람들이 제작진에게 절 많이 추천해주셨다고 알고 있어요. 덕분에 감사하게도 소속사도 없는 저에게 섭외 요청을 해주셨고, 전 전화를 받고 '이게 내 인생 터닝포인트다'라는 생각으로 흔쾌히 하겠다고 했죠.
소속사가 없으면 불편하지 않아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고민이 많은 시기거든요. 앞으로 제 진로에 대해 생각이 많아 소속사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려고 하고 있어요. <핸타> 촬영을 하는 날도 딱히 어려움은 없어요. 촬영이 대부분 수원에 있는 경기장에서 이뤄지고 제작진에서 차를 다 보내주셔서요. 다만 이제 제가 어떤 진로를 선택하냐에 따라 절 이끌어주고 가르쳐줄 소속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해지겠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면요?
<핸타> 이후 제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어요. 모델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요즘은 다재다능한 모델 친구도 많이 있잖아요. 주변에서는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라고 말씀해주시는데 제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싶어요. 방송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기엔 또 제가 끼가 없는 것 같고, 말주변도 없고요. 지금 대중이 주시는 소중한 관심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또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제가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야죠.
맞아요. 그게 정답이겠죠. 이토록 고민이 많은 이유도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그중 제일 하고 싶은 일을 추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진 않으려고요. 긴 공백기를 가진 덕분인지 많이 초연해졌어요. <핸타>로 얻는 관심도 오랜 시간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고요. 제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면 이번엔 정말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도전해보려고 해요.
첫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잘해내고 있어요.
경험도 없고 방송도 잘 모르는 상태로 시작해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첫 촬영 때 서장훈 형님께서 "웃길 생각 하지 말고 농구만 하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정말 안심이 됐어요. '좋다! 죽어라 농구만 하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진짜 촬영 내내 다들 예능감 펼칠 기회도 없이 정말 농구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YB팀에선 형뻘이네요(<핸타>의 YB팀은 이태선, 차은우, 유선호 등이다).
저도 내일모레 서른이에요.(웃음) 착한 동생들이 잘 따라줘서 든든해요. 제가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농구니까 아낌없이 가르쳐주고 제 경험을 나누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핸타>의 핵심은 역시 형들이에요. 형들과는 방송 전부터 친분이 꽤 있었는데, 이번에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면서 더 가까워졌어요. 저희는 '농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모인 거잖아요. 합법적으로 근무시간에 농구도 할 수 있고요.(웃음) 촬영하러 가는 시간이 즐거워요.
'얼굴 천재'라 불리는 차은우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은우는 천재가 맞아요. 얼굴이 정말 미쳤어요. 제가 모델 활동하면서 잘생기고 멋진 친구들을 많이 만나봤다고 생각했는데 은우는 정말 다른 차원이에요. 땀을 흘려도 잘생겼고, 자다 일어나도 잘생겼고, 금방 씻고 나와도 잘생겼어요.(웃음) <핸타> 팀에서 단체로 영상통화를 할 때가 있거든요. 한번은 은우가 "저 방금 씻고 나왔어요"라면서 머리도 안 말리고 내추럴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나타났더라고요. 그런데도 그 모습이 너무 잘생겨 깜짝 놀랐어요.
서장훈 선수는 어때요?
카리스마가 말로 할 수 없는 분이죠. 서장훈 형님은 선수 시절부터 좋아하고 존경했던 분이에요. 워낙 전설 같은 분이시니까 꼭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늘 영광이에요. 한 팀으로 만나 형님이 코치해주시는 농구 경기를 뛴다는 자체가 제겐 꿈같은 일이기도 하고요. 카메라가 있건 없건 형님에겐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오라가 있어요. 언젠가 더 친분이 쌓이면 편해지겠지만, 아직은 제겐 뭔가 모를 카리스마가 강하게 느껴지는 분이세요.
지난 20대를 돌아보면 열심히 즐기면서 잘 보낸 것 같아요. 후회도 없고요. 다만 부상으로 원치 않게 공백기를 가진 시간들이 아쉬울 뿐이죠. 그 시간마저 저 자신을 돌아보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려고요.
농구 사랑이 대단하네요.
전 시간 대비 활동량이 많은 운동은 농구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공수 전환이 그만큼 빠르니까 한 경기를 뛰고 나면 땀도 많이 흘리고 체력 소모도 많이 되죠. 그런 데서 느끼는 성취감과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또 제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농구를 하고 나면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쌓는 친분과는 또 다른 관계가 형성돼요. 같은 목표를 지닌 팀이자 동료가 돼 처음 만난 사람과도 뭔가 모를 동지애가 생기는 거죠.
농구 사랑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중3 때였을 거예요. 그때 키가 이미 187cm였거든요. 제가 타고난 운동 센스는 좀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이게 또 잘하니까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 것도 좋았고, 대회에 나가서 상금을 타고 우승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그러다 지금까지 쭉 농구를 하게 됐고요.
그럼 지금 키는 몇인가요?
191cm 조금 넘어요. 부모님은 두 분 다 작으세요. 누나도 큰 편은 아니고요. 어머니께선 제가 어릴 때 사골국과 우유를 많이 먹어 큰 것 같다고 하시는데 그래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우유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꼭 "나도 엄청 먹었는데?"라고 반문하거든요. 그냥 잘 자고, 운동 많이 하고, 잘 먹어서 컸다고 생각해요.
SNS를 보면 잘생겼다는 댓글이 차고 넘쳐요.
볼 때마다 쑥스러워요. 농구를 잘해서 더 멋지게 봐주시는 거겠죠. 제가 잘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세상에 잘생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저 프로그램 덕분에 덩달아 얻고 있는 소중한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좋은 피부는 타고난 건가요?
남자치고는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스킨, 로션, 선크림은 꼭 챙겨 바르려 하고 가끔 팩도 하고 있어요. 모델 활동할 때는 피부과도 다녔는데, 요즘은 집에서 화장품만 잘 챙겨 바르고 있어요. 또 운동 끝나면 최대한 빨리 씻으려고 해요. 땀을 많이 흘린 상태라 찝찝한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피부에 안 좋을 것 같아서요.
몸매 관리는요?
헬스랑 농구요. 지금은 몸을 좀 키운 상태예요. 모델 일을 할 때보다는 단단한 몸집을 만들어 농구에 포커스를 많이 맞춘 상태죠. 지금은 제가 살이 좀 쪘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좋아요. 예전에는 모델 피팅을 할 때 사이즈가 안 맞아 난감한 경우도 더러 있었거든요. 농구를 하면 하체에 근육이 많이 생겨 주사도 몇 번 맞았었어요. 근데 농구하면 또 금방 근육이 붙더라고요. 지금은 농구만 하니까 <핸타> 끝나면 또 조절을 좀 해야죠.
이상형도 궁금해요.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해요. 방송에서도 말했지만 배우 박보영 선배님처럼 귀엽고 아담한 스타일이 제 이상형이에요. 본의 아니게 자꾸 언급하게 되네요. 이 정도면 거의 일편단심 아닌가요?(웃음)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어요.
나이를 생각하면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느껴요. 제게 서른 살은 안 올 것 같았거든요. 지난 20대를 돌아보면 열심히 즐기면서 잘 보낸 것 같아요. 후회도 없고요. 다만 부상으로 원치 않게 공백기를 가진 시간들이 아쉬울 뿐이죠. 그 시간마저 저 자신을 돌아보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려고요. 방송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 30대에 오히려 더 멋져 보이는 분이 많잖아요. 어린 느낌을 벗고 제대로 익은 느낌이랄까요?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생의 최종 꿈은 뭔가요?
즐거운 인생을 사는 거요. 전 삶의 가치 중 '즐거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아무리 돈이 되고, 잘하는 일이라도 즐거움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가치가 없는 거니까요. 무엇보다 제가 즐거울 수 있고, 절 바라보는 사람들이 즐거워질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요.
문수인은 잘생겼다. 큰 키도, 흠잡을 데 없는 외모도, 매사에 긍정적인 마인드도 모두 그렇다. 모델 활동을 중단할 만큼 큰 부상을 입고도 농구공을 다시 잡은 그는 그저 농구가 "좋아서"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를 주목하는 데도 아마 "좋아서"라는 이유 외에는 필요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