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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PARIS

혐오 VS 선호 푸아그라 소비를 향한 프랑스의 고민

전통을 중시하는 프랑스 가정에서는 손님을 초대한 중요한 만찬에 푸아그라와 샴페인을 내놓는다.

On February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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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정육점의 모습.

고급 정육점의 모습.


사실 푸아그라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프랑스인은 많지 않다. 매일 소비하는 식재료도 아닐뿐더러, 동물 복지 문제로 아예 야만적인 푸아그라 따위는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젊은 세대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도 인정받은 프랑스의 미식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푸아그라를 맛있게, 또 잘 먹고자 하는 프랑스인들의 노력은 여전하다. 전통을 중시하는 프랑스 가정에서는 지금도 만찬을 시작하기 전에 푸아그라와 샴페인을 내놓는다. 까르푸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파티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라디오를 통해 ‘푸아그라 파격 할인’ 같은 광고를 내보내지만, 분명 소비량이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푸아그라 요리.

푸아그라 요리.

푸아그라 요리.

‘가바주(gavage)’라 불리는 강제 사육법은 거위의 목구멍에 튜브를 집어넣어 억지로 곡물 사료를 밀어 넣는 방식이다.

‘가바주(gavage)’라 불리는 강제 사육법은 거위의 목구멍에 튜브를 집어넣어 억지로 곡물 사료를 밀어 넣는 방식이다.

‘가바주(gavage)’라 불리는 강제 사육법은 거위의 목구멍에 튜브를 집어넣어 억지로 곡물 사료를 밀어 넣는 방식이다.


푸아그라가 혐오의 대상이 된 이유는 바로 거위의 간을 억지로 비대하게 키우기 위한 잔인한 사육 방식 때문이다. 일명 ‘가바주(gavage)’라 불리는 이 강제 사육법은 거위의 목구멍에 튜브를 집어넣어 억지로 곡물 사료를 밀어 넣는 방식이다. 이러한 사육법은 기원전 4,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개발한 것이다. 미국의 뉴욕에서는 가바주로 생산한 거위 간을 2022년부터 수입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가바주를 안 하고는 푸아그라를 먹을 수 없는 걸까? 프랑스 농축산 관련법상 푸아그라의 엄밀한 정의는 가바주를 해서 기른 거위의 간으로, 도축했을 때 간의 무게가 1kg이 넘어야 한다는 것이 기준이다. 하지만 가바주 방식이 무척 잔인하고, 게다가 간이 1kg이 되는 거위는 고통스러워하며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가바주’ 없는 사육법을 발견한 연구팀장.

‘가바주’ 없는 사육법을 발견한 연구팀장.

‘가바주’ 없는 사육법을 발견한 연구팀장.

강제 사육법을 하지 않는 농가.

강제 사육법을 하지 않는 농가.

강제 사육법을 하지 않는 농가.


그래서 프랑스 남부에서는 프랑스 최초로 가바주를 하지 않고 거위 간을 얻는 사육 방식을 개발했다. 이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연구팀이 철 따라 장거리 비행을 하는 거위가 철 따라 자연스럽게 간을 키우는 방법을 발견해낸 것이다. 자연 방목한 거위들은 북쪽으로 날아가기 전인 6개월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많은 양의 먹이를 섭취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간이 300~400g 정도까지 커진다. 물론 가바주보다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얻을 수 있는 간의 양도 훨씬 적으니 가격이 2배 이상 비쌀 수밖에 없다. “어차피 특별한 날에만 먹는 고급 음식이라면, 돈을 더 내더라도 동물을 학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육해 얻은 푸아그라를 먹고 싶지 않겠는가?”라고 연구팀 대표는 말한다.

실제로 인근의 거위 농가에서는 이 방법에 관심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 자연산 푸아그라의 맛은 어떨까? 푸아그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맛이 조금 다르다고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섬세하다”는 것이 애호가들의 평이다. 2020년부터는 프랑스 전국의 고급 정육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그렇게 문제가 되면 안 먹으면 되지” 라고 단정하기에는 아무래도 여전히 프랑스인들의 푸아그라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깊은 것 같다.

글쓴이 송민주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 중인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송민주
사진
송민주, 아비웰 농장 제공
2020년 02월호
2020년 02월호
에디터
하은정
송민주
사진
송민주, 아비웰 농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