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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칠두부터 밀라논나까지! 대한민국이 주목하고 있는 '그레이' 신드롬

새로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문화 아이콘으로 젊은 층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신중년’ 신드롬.

On February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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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은발에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인기몰이 중인 김칠두 씨.

긴 은발에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인기몰이 중인 김칠두 씨.


최근 눈에 띄는 광고들이 있다. 바로 10~20대와 할머니나 할아버지뻘의 흰머리 노인이 함께 등장하는 광고들이 그것. 10~20대 젊은 층이 바이럴을 일으키는 소비의 주체라면 흔히 ‘실버층’이라 불리는 시니어 계층은 안정된 경제력을 기반으로 탄탄하게 소비를 받쳐주는 층으로 최근 30~40대를 제치고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실버층은 새로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문화 아이콘으로 젊은 층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신중년’은 ‘그레이 크러시’ ‘오팔 세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새로운 프로슈머의 등장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해마다 연말에 이듬해 한국의 경제와 문화를 이끌어갈 핵심 키워드를 뽑는데 바로 이 ‘오팔 세대’가 2020년에 가장 주목해야 할 신생산층이자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뽑혔다. ‘오팔(OPAL)’이란 ‘활동적인 인생을 계속 이어가는 노년층’이란 뜻이며 200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탄생한 신조어. ‘Old People Active Lives’의 첫 글자를 딴 말이면서, 평생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지닌 노년층을 준보석인 오팔의 빛깔에 비유하는 뜻도 담겼다. 우리나라에선 58년 개띠, 즉 베이비붐을 전후한 세대란 뜻까지 더해졌고 이들을 이른바 ‘신중년’이라고 한다.

이들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인구 변화 추이가 한몫했기 때문. 출산율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젊은 인구가 감소하는 대신 50~60대는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IT 기술에 이들이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요즘 몇 년간 온라인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구매층이기도 하다. 젊은 사람은 적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들의 구매력이 커졌고 IT에 익숙해지다 보니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소비자층으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유명 브랜드들이 잇따라 60~70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거나 아예 시니어 모델을 뽑고 시니어층을 겨냥한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가 그만큼 이들의 구매력과 영향력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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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부터 쿡방까지 유쾌한 막례쓰의 일상을 담아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시니어들의 유튜브 진출에 도화선이 된 박막례 씨의 유튜브 채널.

메이크업부터 쿡방까지 유쾌한 막례쓰의 일상을 담아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시니어들의 유튜브 진출에 도화선이 된 박막례 씨의 유튜브 채널.

새로운 문화 주체로 떠오른 오팔 세대

58년 개띠를 전후한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전쟁의 참상을 겪지 않았고, 고도 성장기에 청년기를 보냈으며, 현대적 고등교육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나타나는 첫 세대이다. 이들이 시니어층이 되면서 먹고살기 바빴던 젊은 시절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자신의 성취에 몰두하는 도전적인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일반화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2018년 라이나전성기재단의 설문조사를 보면 이들은 결혼한 자녀의 집에 거의 안 간다는 응답이 30%에 육박하고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 자신이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며 그다음이 배우자, 자녀, 그리고 부모형제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며느리나 사위는 반려동물에도 한참 못 미쳤다는 사실은 더욱 흥미롭다. 이는 며느리나 사위를 아끼지 않는다기보다 자녀의 독립된 삶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첫 세대라고 보는 게 맞다.

이들의 특징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고 왕성한 탐구심을 지녔기 때문에 당연히 그것이 소비로 이어지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는 점이며, 더 나아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문화 생산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신세대 미디어는 이런 영향력에 기름을 부었다.

가장 먼저 화제를 모은 건 박막례 할머니. 치매로 고생하는 언니들을 본 박막례 할머니가 나중에 치매에 걸릴지도 모르겠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본 손녀 유라 씨가 할머니와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회사를 나와 영상을 만든 것이 유튜브 채널의 시작이 됐다. 오로지 ‘할머니의 행복’이 한 방향의 목표인 이 유튜브 채널은, 메이크업부터 쿡방까지 유쾌한 ‘막례쓰’의 일상을 담아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잡으며 시니어들의 유튜브 진출에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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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그녀의 패션 감각과 철학을 담은 콘텐츠로 이름을 알린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 장명숙 씨.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그들

요즘엔 패션으로 급부상한 60대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가 화제다. 그녀의 본명은 장명숙으로, 한국 최초의 밀라노 패션 유학생이며 페라가모, 막스마라 등 유명 브랜드를 한국에 론칭하는 등 경력 또한 화려하다. 지난해 10월 27일 자 <유튜브 트렌드>에 따르면 5주 차에 급상승 1위를 기록한 채널이 밀라논나로 기록됐을 만큼 심상치 않는 분위기다. 유튜브 가입일은 10월 7일이며, 조사 당시 총 7개의 동영상을 올렸는데 구독자 수가 7만 5,000명이 넘었을 정도니 동영상 1개당 구독자가 1만 명씩 붙었다는 얘기가 된다. 동영상 조회 수 비율이 300% 넘는 어마어마한 채널로 성장한 밀라논나는 구독자 대비 조회 수가 많다. 40대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아니 오히려 더 멋지게 소화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패션 감각과 철학을 볼 수 있으며 심지어 SPA 브랜드도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명품처럼 보일 정도. 몇 년간 머리를 스스로 자르고 염색도 하지 않은 채 흰머리를 유지하는 그녀. 흔히 늙고 나이 드는 것을 부정하고 두려워하여 나이를 숨기려 하고, 검은색 머리로 흰머리를 덮기에 바쁜 사람들에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밀라논나는 늙어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그녀만의 멋을 포기하지 않고 드러낸다. 죽을 때까지 변화하며 살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서 나이가 들어도 멋있을 수 있음을 믿으며 사람들은 용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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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이 묻어나는 영상을 업로드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여용기 씨.


또한 40년 베테랑 재단사이자 ‘부산의 닉 우스터(이탈리아의 유명 패션 디렉터)’로 유명한 여용기 씨는 지난해 1월 유튜브 <꽃할배 TV>를 시작해 ‘꽃할배의 패션 브이로그’ ‘양복점 패턴 작업’ 등 연륜이 묻어나는 영상을 업로드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TV 예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몇 년 전 <꽃보다 할배>를 통해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던 배우 이순재, 박근형, 신구 등에 이어 최근에는 강부자, 김수미, 이덕화 등이 맹활약 중이다. 축구광인 강부자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며 축구를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해 화제를 모았다. 패션계도 빼놓을 수 없다. 아니 오히려 패션계에서 이런 트렌드를 먼저 감지했다. 해외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굵직한 패션쇼 무대에 은발을 날리는 시니어 모델들이 등장한 것은 벌써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긴 은발에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김칠두 씨가 대표적으로 그는 TV 광고에도 등장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아무리 진부하게 들릴지라도 이제 나이는 정말 그렇게 됐다. 그들의 열정과 도전은 이제 나이로는 막을 수 없게 됐으니까. 이제 60~7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예전에 우리가 알던, 또 선입견처럼 생각했던 유약하고 편견에 빠진 꼰대들이 아니라 그 어느 세대보다 열정적이고 진취적인 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
조명숙(마담조 미디어 대표)
사진제공
쇼비트, 스파오,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어시스턴트
하나라
2020년 02월호
2020년 02월호
에디터
정소나
조명숙(마담조 미디어 대표)
사진제공
쇼비트, 스파오,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어시스턴트
하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