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일 뭐 먹을까?”로 시작된 이야기
우리가 알던 그가 아니다. 하긴 프로 살림꾼, 주부로 거듭난 지도 올해로 벌써 10년 차인데도 그는 여전히 우리 기억 속의 옥동자 혹은 마빡이로 남아 있는, 한 시대를 풍미한 개그맨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요리와 살림 콘텐츠로 팔로어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MBC <구해줘! 홈즈>에서 자신의 주방을 공개한 그의 집을 찾았다. 그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주방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느새 그는 친근한 옥주부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오래전 그가 처음 살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아내 황규림 씨의 편지 한 통 때문이었다. 밖에서는 잘나가는 개그맨이었고 세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으로서 부족함 없는 수입이 있었지만 정작 아내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었다는 걸 몰랐다. 아내의 편지를 읽고 충격을 받은 그는 방송 일도 정리하고 남편으로, 아빠로 그렇게 가정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막상 집에만 같이 있을 뿐이지, 도통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그도 이제까지 해본 적이 없으니 낯설고 어색했지만 부부의 소통이 시작된 건 “우리 내일 뭐 먹을까?”였다. 아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아침에 그걸 준비해줬는데, 그때부터 아내의 표정이 달라졌다. 먹고 싶은 것을 해준 것보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귀 기울여준 남편의 마음에 아내의 굳어있던 마음이 사르르 녹은 것.
그때부터 ‘이거구나’ 싶었다. 개그맨이 되기 전 주방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 요리의 기본기는 없지 않았다. 그렇게 요리와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은 <옥주부의 진짜 쉬운 집밥 레시피>를 출판하기도 했다. 책이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자신이 주방에 두고 매일 참고한다며 그가 웃어 보였다. 그렇게 가정에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됐다. 아이들도 이제는 집에 있는 아빠가 익숙하고, 요리하는 아빠가 더 자연스러웠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학교에 갔던 첫째 아들 시후가 귀가했는데, 아빠와 스스럼없이 농담과 개그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그가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꾸리고 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살림을 하면서 정종철 씨는 직접 쓰는 조리기구를 만들기도 한다. 3년 정도 목공을 배워 이제는 “하산하라”는 목공 스승의 말에 독립된 작업실을 꾸밀 예정이다. 그가 판매하는 ‘옥주부 도마’는 한 번에 200개 정도 만들어내는데 매번 완판을 자랑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꾸준히 관리법과 사용법을 나누고, 나무의 특성상 갈라질 수 있지만 언제라도 제품을 교환해준다. 또 우드 카빙으로 직접 나무 접시를 만들고 조리 도구도 만든다.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는 것을 만들다 보니 주부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친환경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고. 요리에서 살림까지, 이제는 라이프스타일러로 거듭난 그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내 주방에 대한 자부심
정종철 씨의 집은 지난해 달앤스타일의 박지현 디자이너와 함께 리모델링해 새롭게 변신했다. 이 집에서 단연 가장 큰 공간이자 공을 들인 곳은 주방이다. “여긴 내 주방”이라며 “아내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 아이의 엄마인 황규림 씨도 요리를 하지만 정종철 씨가 정리를 하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세세하게 아는 것도 그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화이트 톤의 화사한 주방이었지만 요리하며 영상과 사진을 찍고, 실시간으로 소통할 일도 생기다 보니 그에 적합한 주방이 필요해 다시 리모델링을 감행했다고.
새로운 그의 주방은 짙은 그레이 컬러의 수납장 도어에 마블 패턴의 블랙 타일, 블랙 상판의 넓은 아일랜드 조리대까지 무광의 어두운 톤으로 바뀌었다. 월넛을 유독 좋아하는 그는 상부장을 철거하고 직접 만든 나무 선반을 설치한 뒤 그에 어울리는 화소반의 그릇, 작은 식물 등을 놓아 블랙 컬러와 조화를 이루는 주방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그 외에는 모두 수납장을 짜 넣어 상황에 따라 모두 집어넣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3대나 되는 냉장고도 용도와 종류에 따라 식재료를 분리했는데, 척하면 척이다. 그는 “집밥의 간편식화”를 이야기하며 국도 한 번에 많이 끓여 소분해서 얼려둘 것을 추천했다. 엄마가 카레를 끓이면 일주일 내내 먹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언제든지 다른 메뉴의 한 상을 뚝딱 차려낼 수 있어 좋다고.
그는 더 전문적인 요리 연구와 고퀄리티의 영상 촬영, 작업 공방을 위한 작업실도 준비 중이다. 웃음 전도사에서 가정의 행복 지킴이 다른 이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공유하는 행복 전도사가 된 정종철 씨. 그도 때론 가족에게 상처도 받지만 밖에서 다친 마음을 위로받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물려주며 진정한 행복을 찾은 그의 다음 행보도 기대해본다.
아내를 위한 옥주부 레시피
“매일 먹는 집밥이지만 가끔은 스페셜한 요리를 집에서 즐기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진짜 맛있는 건 밖에 나가도 많아요. 집에서 만드는 요리는 최대한 건강에 좋고, 든든한 한 끼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메뉴를 정하고 만들어요. 오늘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콥샐러드와 LA갈비를 준비했어요.”
옥주부표 초간단 LA갈비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1.6kg의 냉동 LA갈비에 물을 받아 핏물을 빼는데, 완전히 빠지도록 몇 번 반복해 우린다. 옥주부 맛간장과 물을 450ml씩 넣어 고기를 3시간 이상 재운 뒤 굽는다. 구울 때는 약한 불로 달군 코팅팬에 고기를 올리고 물과 희석한 맛간장 국물을 숟가락으로 끼얹는다. 중간 불에서 뒤집어가며 구우면 끝! 혹은 맛간장 국물을 듬뿍 넣어 중간 불에서 졸여 찜처럼 먹어도 맛있다.
알록달록한 컬러로 눈을 먼저 사로잡고 달콤새콤한 소스와 신선한 재료가 입맛을 돋워줄 콥샐러드는 더욱 간단하다. 방울토마토, 옥수수 캔 통조림, 샐러드 채소, 블랙 올리브와 그린 올리브, 소금간을 한 자숙 새우와 구운 마늘, 반숙 달걀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그릇에 켜켜이 담는다. 여기에 그릭요거트와 다진 양파, 마요네즈, 레몬즙, 꿀을 넣고 섞은 소스를 뿌리고 파슬리로 마무리한다. 꼭 위와 같은 재료로 할 필요 없이, 우리 집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를 사용하면 돼 냉장고 파먹기용 요리로도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