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카멕스 립밤과 스크런치는 비스코걸의 필수 아이템. 3, 4 어느 옷에나 매치하기 좋은 버켄스탁과 피엘라벤의 백팩. 5 그녀들에겐 환경보호가 자연스러운 일상.
우리나라에선 ‘인싸’가, 미국에선 ‘비스코걸(VSCO girl)’이 대세다. 명칭은 다르지만 인싸나 비스코걸이나 모두 또래 집단에서 선망받는 존재를 의미한다. 그러나 단순히 비슷한 유행을 따르는 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취향과 신념이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생겼고, 이 집단의 움직임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통하고 있다.
대세 ‘인싸’ 염따,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인사이더’의 줄임말인 인싸는 ‘아웃사이더’의 줄임말인 ‘아싸’의 반대 개념이다. 대체로 외향적이며 자신을 드러내고 의견을 주장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각종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모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들은 포털 사이트에 ‘핵인싸 되는 법’ ‘인싸와 친해지는 법’ 등을 검색하기도. 즉, 인싸는 관계를 넓히거나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인간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 대표적인 인물은 Mnet <고등래퍼>와 <쇼미더머니>에서 화제를 모은 래퍼 영비와 김하온이다. 두 사람은 래퍼들과 두루 인맥을 쌓은 것은 물론, 자신의 영역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며 또래 사이에서 인싸로 통한다. 또 래퍼 염따는 ‘돈 자랑을 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플렉스(flex)’를 활용한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최고의 인싸로 손꼽히고 있다. 그 외 손흥민이나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의 뷔는 인맥 인싸로 통한다. 뷔는 박서준·박형식·최우식·픽보이와 함께 ‘우가팸’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배우 박보검·성동일, 가수 폴킴·장문복 등과 인연을 맺어 ‘김스치면인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VSCO로 이미지화된 ‘비스코걸’
비스코걸은 사진 편집 앱 ‘비스코(VSCO)’에서 유래된 용어다. 미국 청소년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SNS에 사진을 올릴 때 비스코로 보정하고 #VSCO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데서 파생됐다. 마치 전문가용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사진을 보정해주는 이 앱의 유료 회원은 200만 명으로, 유료 회원은 대부분 25세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매출액이 5,000만 달러에 달하며 인스타그램에서 지난 2013년 인수를 제의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고. 비스코걸은 그녀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통해 이미지화된다. 하이드로 플라스크 물병을 사용하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스타벅스의 라테를 즐겨 마시는 것이 특징. 미국의 유튜버 그리어 존스는 비스코걸이 되는 법을 소개한 동영상을 최초로 업로드해 6개월 만에 2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의 대세 팝 스타 빌리 아일리시는 뮤직비디오에서나 일상에서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는 비스코걸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선한 영향력’ 끼치는 브랜드 선호
인싸와 비스코걸은 개인의 다양성을 중시하며 사회적 기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삶을 살아간다. 일례로, 메이크업으로 자신을 표현할 때 그 모습이 전형적인 스타일을 벗어나도 개의치 않는다. 인싸들은 눈 점막과 눈두덩이, 애굣살에 아이라인을 그리는 세 줄 아이라인 메이크업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비스코걸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해 촉촉하고 건강해 보이는 스킨케어 위주의 메이크업을 하고 편안한 차림을 선호한다. 인싸와 비스코걸은 공평성·선함·효능감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다. 인싸들은 의미 있고 특별한 소비를 하는 데 집중한다.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중요시해 주관적 만족을 높이는 가치 소비를 한다. 비스코걸은 상품 자체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선한 영향력을 중시한다. 그들은 환경보호를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여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지 않고도 재활용 플라스틱병에서 뽑아낸 섬유로 만든 가방이라든지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등 행동으로 보여준다.
1 가장 핫한 인싸 래퍼 염따. 2,3 제2의 전성기를 맞은 휠라. 4 인싸는 래퍼들이 즐겨 입는 스트리트 룩을 선호한다. 5 키르시와 oioi는 인싸들의 브랜드.
콘셉트가 있는 패션
그들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콘셉트를 보여줄 수 있는 패션을 추구한다. 최근 인싸들은 뉴트로 열풍에 따라 19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에서 신선함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휠라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휠라와 컬래버레이션하면 매출이 급상승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휠라버레이션’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그 외 ‘제2의 슈프림’이라고 불리는 팔라스나 어콜드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oioi·키르시·로라로라 등이 핫한 브랜드로 통한다. 비스코걸은 친환경적인 브랜드를 선호한다. 일명 ‘곱창 밴드’로 불리는 스크런치와 초커 목걸이, 가벼우면서 오래 쓸 수 있는 피엘라벤의 백팩,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버켄스탁·크록스·반스 신발은 그녀들의 필수 아이템이다. 또 코스타리카 주민이 만든 수공예품에서 시작된 푸라비다의 팔찌를 우정 팔찌로 나눠 착용한다. 은은한 컬러가 혈색을 좋게 만드는 카멕스의 립밤을 바르고 손에는 파스텔 매니큐어를 물들인다. 그리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도 비스코걸의 특징이다.
이런 ‘세대’, 저런 ‘세대’
베이비붐 세대
한국전쟁 이후 출생한 이들을 특정한다. 고도의 경제성장과 1997년의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것이 특징으로, 2010년대 후반 이들의 은퇴가 시작돼 경제활동 인구가 본격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386세대
386컴퓨터에서 용어를 따왔다. 1960년대에 태어나(6), 19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했으며(8), 1990년대에 30대(3)였던 세대를 일컫는다.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으며 대체로 정치에 관심이 많다.
X세대
1968년 전후에 태어난 세대로 이전 세대와 분명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정확한 특징을 묘사하기 모호해 ‘X세대’로 불렸다. 국내에서는 ‘오렌지족’이라 불리는 청소년의 과소비·향락 문화가 특징으로 통하면서 신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됐다.
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이들을 지칭한다. 정보 기술의 습득과 사용에 능통하고 대학 진학률이 높았다는 게 특징.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고 있다.
88만원 세대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이들로, 20대의 상위 5%만이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나머지 95%는 비정규직으로 월평균 임금 88만원을 받는다는 것에서 착안한 용어다. 어린 나이에 IMF 외환위기를 접하고 암울한 미래가 온다는 것을 감지한 이들은 취업난과 비정규직의 공포에 시달리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