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아시아에서 가장 풍부한 아침 식사 문화가 있는 곳이다. 대만 거리 곳곳에서 조식 레스토랑이나 조식을 파는 간이 트럭을 만날 수 있으며 중국식, 대만식 아침 메뉴뿐만 아니라 서양식 브런치 메뉴도 맛볼 수 있다. 실제로 대만 사람들은 출근 전에 식당에 들러 간단히 음식을 먹거나 테이크아웃해 회사에서 먹는다. 회사에서도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아침을 먹는 것은 용인해주며, 근무 중에 먹어도 되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냄새 때문에 눈치 보이는 우리나라와 상반된 분위기다.
대만인들이 이처럼 아침 식사를 꼭 챙겨 먹는 이유에 대해 카페를 운영하는 유완의 씨는 “대만에는 ‘아침은 부자처럼, 점심은 배부르게, 저녁은 가난하게 먹어라’라는 말이 있다”고 말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창 씨는 “배달 대행 기사들이 말하길 아침 식사 배달 건수가 하루 중 가장 많다고 한다. 그래서 기사들이 주로 아침에 일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대만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아침 식사 메뉴는 ‘또우장’과 ‘요우티아오’다. 또우장은 두유를 일컫는 것으로 본연의 맛을 간직한 ‘바이장’, 설탕을 넣어 달콤한 ‘티엔장’, 그리고 식초·소금·간장·고추기름 등의 재료를 넣고 만든 ‘시엔장’이 있다. 요우티아오는 ‘막대기’라는 뜻을 지닌 빵으로 밀가루에 베이킹파우더를 넣어 발효시킨 뒤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것을 말한다. 요우티아오만 먹으면 느끼하므로 따뜻한 또우장에 찍어 먹거나 넣어서 먹는다. 직장인들이 출근하면서 텀블러에 커피가 아닌 또우장을 담아 가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음식은 ‘딴빙’과 ‘로보까오’다. 중식 달걀말이를 뜻하는 딴빙은 밀가루 반죽에 파를 넣고 풀어놓은 달걀을 부어 부친 음식이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부드러워 우리나라의 부침개와 비슷한 식감을 지니고 있다. 대만 사람들은 여기에 무로 만든 떡인 로보까오를 함께 곁들여 먹는다.
밥 위에 요우티아오, 달걀, 절인 채소를 넣어 만든 주먹밥, ‘판퇀’과 찐빵이라 할 수 있는 ‘만토우’ 등도 대만인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다. 대만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빵 메뉴에 우유나 커피, 밀크티 등의 음료를 함께 곁들여 먹는 서양식 아침 메뉴도 쉽게 볼 수 있다. 주로 프랜차이즈화 된 아침 식당에서 판매하는데 달걀을 넣은 햄버거, ‘함바오’와 ‘산밍쯔’라 부르는 샌드위치가 대표 메뉴다.
대만에서 아침 식사를 먹고 싶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대부분의 아침 식당이 새벽부터 정오 즈음까지만 운영하는 탓이다. 아침 식당이 많은데도 여행객들이 대만의 아침 식당을 접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뉴판이 온통 한자로 되어 있어 여행자들이 주문하기 힘들지만 현지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진짜 대만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대만식 아침 식사부터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글쓴이 유미지
<코스모폴리탄> <M25> 등의 매거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다. 대만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긴 뒤, 이곳저곳에 글을 기고하며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