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MBC 연예대상은 그야말로 개그우먼들의 파티였다. 신인상 홍현희를 시작으로 베스트 엔터네이너상 장도연, 우수상 안영미, 최우수상 송은이와 김숙, 대상 박나래까지. 연예 대상에 굵직굵직한 상을 모두 휩쓸었다. "해냈다 여자들이여!"
그러나 명성을 자랑하는 개그우먼조차도 한 때는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1박 2일 등 남성들이 우르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그 어디에도 개그우먼들의 무대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들이 서서히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사라져 가던 와중, 인터넷방송에서 자신만의 개그 무대를 개척하고 있는 개그우먼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팟캐스트 <비밀보장>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송은이와 김숙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독자적인 채널을 운영한다는 것이 생소했던 때라 그녀들의 팟캐스트 진행은 이상한 일처럼 여겨졌다. 그것도 개그우먼의 거장급 송은이와 김숙이 말이다. 훗날 송은이는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열게 된 비하인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김숙이 어느 날 방송 출연을 하루 앞두고 하차 통보를 받았다며 전화가 왔더라고요. 친한 후배의 축 처진 목소리를 들으면서 우리가 설 수 있는 무대를 스스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무대가 없으면 우리가 만들겠다는 단순한 다짐이 시작의 불씨가 됐다. 작은 용기만을 가지고 무턱대고 인터넷 시장에 도전한 결과, 그들은 작은 성공을 일궈냈다. 얼마 전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이 개국 4주년을 맞은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그동안 청취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비밀보장>은 여전히 팟캐스트 내의 1-2위의 순위를 다투고 있으며 그에 힘입어 새롭게 개설한 유튜브 채널 'VIVO TV'는 어느새 구독자 40만을 향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들의 인기 냄새를 맡은 방송국들은 앞다투어 그녀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SBS는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 프로그램을 런칭하였고 공중파 방송국들은 출연이 드물었던 그녀들을 주요 MC로 세웠다. 비로소 자신의 무대를 스스로 만들고 싶다던 송은이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배들과 함께 또 한 번 판을 벌린다. 바로 김신영을 필두로 시작하게 된 <셀럽파이브>다. 김신영,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로 구성된 <셀럽파이브>는 일본의 유명 댄서그룹 토미오카의 춤을 카피하기 위해 오사카로 출국하는 열정을 불태운다. 오사카에서부터 시작된 송은이의 땀과의 사투, 몸치 안영미의 필사의 노력, 신봉선의 눈물 나는 식단 조절기, 그리고 그들을 격려하고 이끄는 작은 거인 김신영까지. 대단한 방송국이 붙은 것도 아니고 큰돈을 바라고 했었던 일도 아니었으며 이 역시 그저 그녀들이 설 무대를 찾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다시 한번 <셀럽파이브>로 방송가의 파란을 몰고 온다. 38.6세의 평균 나이로 오로지 열정 하나로 이뤄낸 걸그룹 <셀럽파이브>는 '안 본 눈 삽니다.', '셔터' 등 이후로도 계속된 인기 걸그룹의 행보를 절찬리 진행 중이다.
안 되면 되게끔 하는 것. 그것이 그녀들을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자 자부심이다. 극복할 수 없는 운명에 좌절하고 있다면, 이미 늦은 나이 탓에 자책하고 있다면 그녀들을 보라. 비록 세상이 등을 돌리는 순간이 오더라도, 돌고 돌아 다시 세상과 마주하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