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 김건모
성폭행 혐의 논란에 휩싸인 김건모가 입을 연 건 의혹이 제기된 지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지난 12월 13일 김건모의 소속사 건음기획이 공식 입장문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해 김건모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 사실을 고소한 유흥업소 접대부 A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무고로 고소한다. 김건모를 악의적인 의도로 폄훼하고 거짓 사실을 유포해 많은 분에게 실망을 끼치고 있는 행태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 12월 6일,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가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에서 폭로하면서부터다. 이날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기자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룸살롱 접대부로 일했던 A씨가 김건모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입수했고,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용석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8월 새벽 1시경 룸살롱 손님으로 온 김건모가 있던 9번 방에 입실했다. 8번째 접대부로 방에 들어갔는데 김건모는 A씨가 마음에 든다며 함께 있던 다른 접대부 7명을 모두 방에서 나가게 하고 웨이터에게 다른 사람은 절대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그 후 김건모는 A씨를 룸 안의 화장실로 데려가 음란 행위를 요구했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김건모는 A씨의 머리를 잡고 욕설을 하며 음란 행위를 강요했다. A씨는 계속되는 김건모의 요구에 마지못해 1~2분가량 음란행위를 했다. 이에 흥분한 김건모는 A씨의 속옷을 강제로 벗긴 뒤 성폭행했다는 게 사건 경위다.
강용석 변호사는 “A씨는 사건 후에도 일상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김건모가 성폭행 당시 입었던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방송에 나오는 걸 보고 힘들었는데, 가족들은 방송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게 상처가 된다고 했다. 트라우마 때문에 생활 자체가 어려워져 도움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A씨가 룸살롱 접대부였다고 하더라도 룸살롱에서 처음 만난 피해자가 계속 거부하는데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행위를 한 것은 강간죄가 성립한다”며 A씨를 대리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건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 증언 줄줄이… 사면초가
12월 11일에는 김건모의 폭행 의혹도 제기됐다. 자신을 서울 강남 소재 한 술집의 매니저라고 소개한 B씨가 <가로세로연구소>에 직접 출연해 12년 전에 김건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 B씨는 방송을 통해 “빈 룸에서 김건모 파트너와 언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김건모가 문을 열고 들어와 ‘시끄럽다’면서 머리채를 잡고 눕힌 다음 주먹으로 때렸다”고 밝혔다. 그녀가 공개한 당시(2007년 1월 10일)의 병원 의무기록지에는 “내원 30분 전 남자에게 우안 부위를 구타당했다” 등의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B씨는 당시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병원을 찾았던 이유에 대해선 “김건모와 가게 업주가 신고를 하지 못하게 했다. 일하는 곳과 김건모 측이 너무 무서웠다. 발설하면 안 된다는 협박도 있었다. 그래서 신고할 수 없었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며칠 후엔 최초 신고자 A씨가 다니던 업소의 사장이 A씨를 회유, 협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강용석 변호사는 “김건모는 A씨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한다고 했는데 업소사장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경찰에 A씨의 신변보호를 요청했고, 경찰은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12월 16일에는 유튜버 정배우가 3년 전 김건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유흥업소 종업원 C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C씨는 A씨와 같은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여성이다. 그녀는 “당시 마담으로부터 ‘김건모가 가게 단골이고 왁싱이 돼 있으면 안 되는 성향이니 제모를 했어도 안 했다고 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김건모가 ‘(제모를 했는지) 확인해야겠다’면서 밑을 만지려고 시도했다. 거부하자 욕을 하면서 나가라고 했다. 유흥업계에서 꽤 일했지만 이런 수위는 처음이었다”고 폭로했다.
강용석 변호사는 “피해 여성들은 업계를 떠났거나 떠날 각오로 폭로한 것일 거다. 절대 돈이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가 일관적으로 원하는 건 김건모가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활동 중단… 앞으로 어떻게 되나
김건모 측은 각종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변호사를 비롯한 <가로세로연구소> 출연자, 제보자들에 대해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연예 활동을 사실상 잠정 중단했다. 우선 애초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던 전국 투어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김건모 25th Anniversary Tour-피날레> 제작사 아이스타미디어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12월 24일부터 2020년 2월 29일까지 예정돼 있던 전국 투어 일정 전체를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미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모두 환불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머니와 함께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던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서도 하차했다. 논란 직후에도 예비 신부에게 눈물의 프러포즈를 하는 모습을 방송했지만 세간의 시선과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추후 방송분에는 김건모와 이선미 여사가 출연하지 않는다. 추가 촬영 계획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건모가 무고죄로 맞고소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성관계가 있었다고 한다면 강제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미 3년이 지난 일이라 그 강제성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6년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박유천이 결국 무죄를 확정받은 바 있고, 함께 일하던 비서관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2심에서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러한 판례를 보면 법원이 김건모의 사건에 어떤 판결을 내릴지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폭행 사건의 경우 2007년에 발생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상태다.
결혼 앞두고 벌어진 충격적 논란
이 같은 논란은 김건모가 작곡가 겸 목사 장욱조 씨의 딸, 피아니스트 장지연 씨와 오는 5월 결혼을 앞두고 있어 더욱 충격적이다. 상견례 후 혼인신고를 마친 상태라 법적으로는 이미 부부다.
논란 직후 올랐던 콘서트 무대에서 김건모는 “슬기롭게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콘서트 현장에는 김건모의 장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인인 장욱조 씨는 최근 KBS <불후의 명곡>에 전설로 출연해 녹화를 마쳤다. 장욱조 씨는 방주연의 ‘기다리게 해놓고’, 장미화의 ‘어떻게 말할까’, 태진아의 ‘잊지는 못할 거야’ 등을 작곡한 스타 작곡가. 현재는 목사로 활동 중이다. 녹화에서 사위 김건모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