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길이 막히고 집회와 시위, 테러 위협 등으로 번번이 도로가 봉쇄되는 파리에서 전동 킥보드, 공유형 전기 자전거, 공유형 스쿠터 등 새로운 도심형 이동 수단의 등장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었다. 전 세계 다양한 업체들이 앞다퉈 파리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각종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시속 25km에서 50km까지도 달릴 수 있는 빠른 킥보드들이 인도 위를 질주하니 보행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방을 살피며 걸어야 하고, 원체 좁은 파리의 인도 위에 공유형 자전거나 킥보드들이 아무렇게나 주차돼 통행을 방해했다. 이렇게 공유형 전동 킥보드는 금방 파리지앵의 골칫거리가 됐다. 자유분방하기로 유명한 파리지앵이니 킥보드를 길 정중앙에 세워두거나, 바닥에 눕혀놓았고 신호등 위에 걸어놓았고 강물에 빠뜨리는 일도 잦았다. 한 킥보드 위에 두세 명이 동시에 타고 인도 위를 전력 질주하는 경우도 있고, 원래부터 혼돈과 무질서의 상징이던 개선문 로터리는 이제 자동차들 사이를 멋대로 달리는 킥보드들로 더욱 혼잡해졌다.
불평 잘하기로는 세계 1위인 파리 시민들은 신속하게 이 킥보드를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라디오에서는 매일같이 전동 킥보드와 관련된 사건 사고를 보도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동 킥보드가 미래형 도시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 될 수 있으며 진짜 골칫거리인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상적으로 킥보드를 사용하는 엘리엇은 진짜 문제는 자동차라고 반박한다. “킥보드를 제대로 세울 자리가 없는 것은 너무나 많은 차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왜 사람들은 킥보드에 트집을 잡는 거지?”라고 말이다. 교통이 혼잡한 퇴근 시간에는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는 것보다 킥보드가 훨씬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 파리 시에서도 대책을 물색해 지난 10월 25일부터 전동 킥보드를 포함한 일명 ‘프리플로터(free-floater)’ 교통수단에 적용되는 새로운 법안이 발효됐다.
2인 이상 탑승 금지, 이어폰 착용 금지, 인도에서 사용 금지, 속도 제한 등이 포함됐다. 파리 시에서는 또한 2020년 1월부터 파리에서 운영할 수 있는 공용 킥보드 업체를 3개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업체마다 최대 5,000대씩 파리 시내에서 운영할 수 있다.
더불어 파리 시 교통부장 크리스토프 나조브스키는 “킥보드에 재활용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장비를 쓰고, 기기 관리를 하는 직원에 대한 대우도 정당한 업체를 선별할 것”이라며 “환경과 인권에 대해서도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의 조짐을 보았을 때, 당장은 파리지앵의 골칫거리로 미움받는 킥보드이지만 향후 어떻게 자리 잡게 될지 기대가 된다.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 중인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