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친구 안 샤를로트(45세)에게 생긴 일이다. CM1(한국의 초등학교 4학년) 과정에 들어간 딸이 어느 날 집에 오더니 자기도 친구들처럼 사립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단다. 부모님이 둘 다 교사인 그녀는 초·중·고 모두 공립학교를 다녔고, 현재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산층에 속하지만 여전히 공립 교육을 신봉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낼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여기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교육이 의무화·무료화·비종교화된 1881~1882년도의 ‘쥘 페리 법’은 프랑스 공화국의 큰 자부심이다. 이 교육의 혜택을 받은 많은 프랑스 지식인이 공립 교육을 신봉해왔다. 모든 공화국 국민에게 무료로, 동등하게,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교육을 제공한다는 평등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프랑스 사회의 상위 10% 안에 드는 엘리트 집단만이 가톨릭이라는 종교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자녀들을 사립학교, 즉 가톨릭 재단의 학교에 보내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학교부터 사립학교를 선택하는 중산층 가족이 많아지고 있다. 안 샤를로트가 사는 동네가 사립학교 열풍에 한몫하는 적당히 잘사는 백인 중산층이 몰려 있는 동네다 보니, 중학교부터 사립학교로 옮기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중학교 학력평가 결과를 보면 상위 10위권의 중학교가 모두 사립이다. 또, 좋은 고등학교로 진학하려면 사립 중학교를 졸업해야 유리하다. 그런 이유로 부모들의 ‘공립학교 회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초등학교부터 사립학교에 보낸 프랑수아즈는 “공립 중학교는 아이들의 질도 안 좋고 교사들도 틈만 나면 파업을 한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파리 13구에 살고 있는데 유독 이민자가 많은 동네다. 그녀는 처음에 아이를 공립 초등학교에 보냈다가 반 아이들 대부분이 프랑스어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어서 사립학교로 전학시켰다고 한다. 반면에 비슷한 동네에서 세 아이를 공립 중·고등학교에 보낸 고티에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그녀는 사립학교를 몇 군데 방문해보았는데, “백인이며, 가톨릭 중심적인 사립학교의 분위기에 질렸다”라고 말한다.
가난한 학생은 모두 공립으로 몰리고, 형편이 좋은 학생은 사립으로 몰리는 현상은 오래전부터 프랑스 정부의 골칫거리다. 프랑스 국립 학제평가연구회(Cnesco) 회장인 나탈리 몽스 사회학 교수는 “다양한 계층의 공존은 아이들의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부르주아들만 다니는 사립학교를 나온 아이들이 오히려 성인이 되어 사회성 결여 등 문제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 중인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