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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책

아나운서 정용실의 인생 책

7명의 작가에게 물었다. “당신의 인생 책은 무엇인가요?”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생애를 두고 다시 읽고 싶은 한 권의 책에 대하여.

On November 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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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랜디 포시)

<마지막 강의>(랜디 포시)

운명이 해결해줄 거예요

아나운서 정용실


“당신 인생의 책을 골라주세요”라는 요청을 받고 지금까지의 내 삶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나 인생의 모토가 맞는 책을 찾아보았다.

근데 감동적인 책은 매번 달랐고, 내 인생의 모토는 아직까지 정하지 못했다. 단지 나이가 들어가며 책에서 인생을 살아갈 ‘지혜’를 찾고 있었다.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 그래서 읽고 또 읽는 책, 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삶을 충실하게 살아간 랜디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를 펼치고 있었다.

랜디 포시 교수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끔씩 내 삶이 흔들리거나 어지러울 때 조용히 펼쳐본다. ‘성실함이 겉멋보다 낫다’ ‘불평하지 마라, 그저 노력하라’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집착하지 마라’ 등등의 소목차만 읽고 있어도 그동안 잊었던 삶의 기본을 다시 챙기는 기분이다. 그 가운데서도 자신이 암 진단을 받은 후 아내인 재이가 무엇을 배웠는지 써놓은 대목은 지금의 나, 현재의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재이는 처음엔 남편 랜디 포시의 삶이 몇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도 마치 모든 것이 정상이고 앞으로도 수십 년 결혼이 지속될 것처럼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는 현실 속에선 때론 좌절하고, 불쑥 화를 내곤 했다. 아마도 불쑥불쑥 치밀어 오르는 불안과 두려움이 자신을 마구 흔들어놓거나, 아픈 상대가 아닌 멀쩡한 자신이 더 참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억압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랜디 포시와 재이는 늘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고, 간혹 싸움으로 이어지면서도 잘 풀어나갔다. 참 현명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재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혼자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치료가 안 되는 병을 가진 배우자가 있을 때 어떻게 해야 서로 잘 지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조언해주었다. 평소 거슬리던 상대의 습관 등 작은 일을 흘려버리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작고 사소한 일로, 시간이 얼마 주어지지 않은, 서로 간의 좋은 관계를 망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 중요한 순간, 무엇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조언이었다.

결국 아내 재이는 미래에 닥칠 불행을 걱정하기보다 오늘, 지금 주어진 이 하루에 집중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매일매일을 두려워만 하며 지내는 것은 남편과 자신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카르페 디엠’. 아, 나는 그동안 이 말이 그냥 편하게 현재를 즐기자는 쾌락의 의미 정도로 이해했었다. 그러나 재이를 통해, 사실 우리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절박하게 현재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자신의 꿈과 취업이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또 준비되지 않은 노후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쩌면 걱정과 근심을 하며 현재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는 몰랐다. 랜디 포시 교수의 아내 재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에겐 지금 이 순간 절박한 ‘카르페 디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된 삶을 살면서 내 인생에서 누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그 사람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를, 불안한 미래를 바라보지 않고 현재 이 순간 중요한 일에 집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랜디 포시의 글 한 대목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의 한계,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겨준 인생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어떻게 당신의 인생을 이끌어갈 것이냐에 관한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인생을 올바른 방식으로 이끌어간다면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운명이 해결해줄 겁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김정선
2019년 11월호
2019년 11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김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