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집회 열기로 뜨겁다.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는 ‘검찰 개혁, 조국 수호’, 광화문에서는 ‘조국 사퇴’ 시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9월 주최 측이 밝힌 참가 인원을 보면 그 열기가 느껴진다. 각 주최 측에 따르면 서초동 집회의 참가 인원은 200만 명, 광화문 집회 참가 인원은 300만 명이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뉜 집회의 열기가 점차 뜨거워지는 사이, 일각에서는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고 있었다.
집회와 시위로 인한 소음 공해와 교통 통제로 인해 서초동·광화문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 일부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거주민을 고려해 집회 장소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청원 게시자는 집회의 자유를 위해 거주민의 삶이 피해를 입어도 되는지,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차량을 통제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지 물으며 집회의 규모로 일부의 세력을 과시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 청운효자동에서는 집회와 시위 금지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청와대가 위치한 효자동에서는 지난 2016년 세간에 알려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크고 작은 각종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집회가 열리면 확성기를 통한 고성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소음 공해에 시달리고, 인근 교통이 마비돼 외출과 귀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불편은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지난 8월 인근 주민들은 ‘청운효자동, 사직동, 부암동, 평창동 집회 및 시위 금지 주민대책위원회’의 주최로 집회를 열었다. 그들은 “청와대를 향해 외친다는 집회·시위 소리에 정작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라며 효자동 일대에서 여는 집회와 시위 금지를 촉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9월에는 청와대 앞에서 밤늦게까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식이 열렸는데, 한 주민이 나와 “야, 12시야. 잠 좀 자자. XX들아”라고 항의하기도 해, 집회가 개최되는 지역에 거주 중인 이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세 대결 양상으로 변한 집회
우선 헌법에서는 생활권 보장과 집회의 자유를 모두 인정한다. 헌법 34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해 국민의 생존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헌법 21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1항)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2항)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단, 집회 개최 시 확성기 등의 소음 기준에 대한 규정을 정해놓고 있다. 주거 지역이나 학교, 종합병원, 공공도서관의 경우 주간 65데시벨(dB), 야간 60데시벨이 넘어서면 소음으로 특정한다. 그 밖의 지역은 주간 75데시벨, 야간 65데시벨이 기준이다. 65데시벨은 1m가량 떨어져 대화를 나누는 정도의 소음이다. 일반적으로 70데시벨이 넘으면 꽤 시끄럽게, 90데시벨이 넘으면 대단히 시끄럽게, 110데시벨이 넘으면 견디기 어려운 소음이라고 느껴진다. 그러나 주민 신고 혹은 자체 소음 측정을 통해 소음 규정 위반을 판단해 소음유지명령, 소음중지명령, 장비일시보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규정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드는 상태다.
집회의 자유와 생활권 모두 법으로 보장하는 상황에서 의견은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우선 집회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측은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집회를 바라본다.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 그중 일부는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폭력, 불법 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에서는 생활권 보장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집회의 목적을 떠나 거주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다 보니 그로 인해 입는 피해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소음, 교통 마비로 인한 피해는 물론, 거주지에 외부인이 무분별하게 침입하는 일도 생겨 삶의 질이 저하된다고. 또 학업에 몰입해야 할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상당해, 집회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집회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집회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생활권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인원의 집회가 ‘세(勢) 대결 양상’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규모 집회가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고 인식되면서 집회 현장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로 참가한 사람들이 목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인원이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높이는지가 집회의 본질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규모보다 집회의 취지가 중요하다. 또 다른 집회 문화가 정착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집회의 자유 어떻게 생각하나요?
10월 8일부터 14일까지 <우먼센스> 독자 120명의 목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