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시작된 문화 예술 기획자의 꿈
파주 출판도시에 위치한 스튜디오 ‘끼’에서 배우 이광기를 만났다. 이제는 방송 프로그램보다 이곳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그는 유쾌한 모습 그대로였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이광기’를 검색했을 때, 작가나 공예 수집가, 예술감독 등 배우보다 생소한 타이틀이 눈에 띄었다.
“월드비전과 8년째 이어온 자선 경매를 준비하고 있고, 서울시 홍보대사로 서울시와도 자선 경매를 할 예정이에요. 제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제품 홍보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이곳에서 10월 19일에 아트 플리마켓을 할 거예요. 작년에 ‘파주 아트 벙커’라는 모임을 만들었거든요. 다양한 분야의 예술에 대해 공부하는 친목 모임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회원이 200여 명이 됐어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과 소장품도 내놓고 출판도시 안에서 재미있는 일을 많이 기획해보려고요.”
잠깐 방송을 쉬는 줄 알았더니 그는 마치 제2의 인생을 준비하듯, 더욱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우연히 가게 된 아이티에서의 봉사활동이 저에겐 인생의 큰 터닝 포인트였어요. 거기서 찍은 사진으로 전시를 열고 그 수익금을 아이티 학교 건립에 지원하기도 했죠. 다양한 나눔 중 문화적 나눔이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일이 됐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과 공간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든 곳이 이 스튜디오예요.”
인터뷰 당시 그의 스튜디오에는 <이광기 작가 기증 작품展:흔적>이 전시 중이었다.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찍은 그의 사진 작품을 전시 후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운영하는 ‘공유마당’을 통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증하는 것. 이 스튜디오를 매개체로 더 많은 작가와 이런 식의 나눔을 할 예정이다.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는, 어쩌면 비효율적인 비즈니스지만 그의 인생을 바꾼 벅찬 감정을 더 많은 이와 공유하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초보 아트 컬렉터의 공간
어렸을 적 고물상을 하신 아버지의 영향 때문일까? 골동품을 비롯해 무언가를 습관처럼 모으게 됐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짓게 된 첫 집에 거금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는데, 아내가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얼른 팔고 다음 집에서는 아주 최소한의 인테리어만 하고 그림을 걸었더니 오히려 부부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림은 평생 소장하며 즐길 수 있고,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면 팔거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컬렉팅을 시작한 게 지금의 이광기를 만든 계기가 됐다.
이후 다양한 경매와 전시를 찾아 자연스럽게 그림이나 예술 작품을 모았고, 쿠사마 야요이나 저평가된 백남준 선생의 작품들을 초기에 컬렉팅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지만 “아직은 내가 좋아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고르는 초보 컬렉터”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한국 작가들이 더 주목받고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며, 그들과 늘 교류할 수 있어 즐겁고 자신의 예술 영역도 더 넓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스튜디오 곳곳에 놓인 빈티지 가구 역시 그림과 어우러지는 가구를 찾게 되면서 만난 작품이다. 간결하지만 기능적이고 디자인이 매력적인 ‘아트 피스’ 가구는 모으는 재미가 있지만, 큰 가구는 역시 이동과 보관이 어려워 최근에는 조명이나 작은 가구를 눈여겨본다. 스튜디오를 열면서 집에 있던 가구를 모두 옮겼다. 전시와 촬영 공간, 개인 휴식 공간으로 나눠 직접 꾸몄기에 애착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고. 그의 ‘아지트’에서 펼쳐질 즐거운 나눔과 그가 개척 중인 새로운 길을 기대해본다.